꼬마빌딩매매 현장에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얼마 전 후배가 꼬마빌딩매매 물건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7분, 대지 52평, 연면적 118평, 매매가 38억. 겉으로 보면 그럴듯했습니다. 1층 카페, 2층 사무실, 3층 주택. 월세도 1,050만 원 나온다고 적혀 있었고요. 그런데 현장에 가서 20분만 걸어보니 광고지 숫자와 실제 체감이 꽤 달랐습니다.
저는 경매판에서 오래 있었지만, 일반 매매로 꼬마빌딩을 볼 때도 보는 순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등기, 임대차, 건축물대장, 현장 동선, 임차인 상태, 대출 가능성, 나중에 팔 수 있는지. 이걸 하나씩 눌러봐야 합니다. 꼬마빌딩은 아파트처럼 실거래 몇 개 보고 감으로 사기엔 금액이 너무 큽니다.
꼬마빌딩은 건물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사는 겁니다
초보분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외관부터 보는 겁니다. 벽돌이 예쁘다, 코너 건물이다, 루프탑을 만들 수 있겠다. 물론 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먼저 봐야 할 건 매달 통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38억짜리 건물이 있다고 해보죠. 보증금 3억, 월세 1,050만 원이면 겉보기 수익률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보험료, 공용전기, 수선비, 관리 공백, 중개수수료, 법무비, 취득세까지 넣으면 체감 수익률이 확 내려갑니다. 특히 20년 넘은 건물은 엘리베이터, 옥상 방수, 배관, 외벽 균열 같은 비용이 한 번에 터질 수 있습니다.
제가 봤던 한 물건은 월세가 900만 원이라고 홍보됐는데, 실제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3개월 렌트프리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또 1층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원하지 않는 상태였고요. 광고지에는 만실, 현장에서는 곧 공실. 이 차이가 1년 현금흐름을 완전히 바꿉니다.
- 월세는 계약서 기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 봐야 합니다.
- 관리비가 실제 비용을 덮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공실 예정 임차인이 있는지 직접 물어봐야 합니다.
등기부보다 무서운 건 건축물대장입니다
경매를 하다 보면 등기부등본만 붙잡고 있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전세권.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꼬마빌딩매매에서는 건축물대장이 더 날카롭게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지, 용도와 실제 사용이 맞는지, 주차 대수는 어떻게 잡혀 있는지, 불법 증축 흔적은 없는지 봐야 합니다. 겉으로는 사무실인데 대장상 주택이면 세금과 대출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근린생활시설을 주거로 쪼개 임대한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한 물건 중 하나는 옥탑방 월세까지 합쳐 수익률을 계산해 놓은 건물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옥탑이 대장에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매도인은 “다들 그렇게 쓴다”고 했지만, 은행 감정에서는 보수적으로 봤고 매수 후 민원이 들어오면 원상복구 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건 초보가 수익률만 보고 들어가면 답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꼭 보는 부분
- 계단실에 억지로 만든 방이나 창고가 있는지
- 옥상에 불법 구조물이 올라가 있는지
- 1층 전면을 임차인이 임의로 확장했는지
- 주차장이 실제로 주차장 역할을 하는지
- 건물 용도와 임차인 업종이 맞는지
관할 구청 건축과에 문의하면 대장상 상태와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투를 어렵게 할 필요 없습니다. 주소 불러주고 매수 검토 중인데 위반건축물 이력이나 용도 문제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면 됩니다.
입지는 역세권 한 단어로 끝나지 않습니다
꼬마빌딩매매 광고에서 제일 많이 보는 말이 역세권입니다. 그런데 역에서 5분과 9분은 다르고, 같은 5분이라도 길의 성격이 다릅니다. 유동인구가 지나가는 길인지, 그냥 빨리 빠져나가는 길인지 봐야 합니다.
저는 현장에 가면 최소 두 번 걷습니다. 평일 낮, 저녁 퇴근 시간. 가능하면 주말에도 봅니다. 낮에는 조용한데 저녁에 살아나는 골목이 있고, 반대로 점심 장사만 되고 저녁엔 불이 꺼지는 상권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임차인 업종과 임대료 유지력에 바로 연결됩니다.
한번은 대학가 근처 건물을 봤는데, 지도상으론 상권 중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학생들이 다니는 메인 동선에서 한 블록 밀려 있었습니다. 1층 공실이 오래된 이유가 있더군요. 매도인은 “리모델링하면 임대 바로 맞는다”고 했지만, 주변 중개업소 세 군데에서 들은 말은 달랐습니다. 권리금이 약하고, 초보 자영업자도 잘 안 들어오는 자리라는 얘기였습니다.
대출은 승인 금액보다 상환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요즘 꼬마빌딩을 자기 돈으로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담보대출을 끼고 삽니다. 그래서 경락잔금대출을 보던 습관 그대로 저는 매매 물건도 은행 조건부터 확인합니다. 감정가가 얼마나 나오는지, 임대수익을 어떻게 인정하는지, 금리와 원금상환 조건은 어떤지 봐야 합니다.
매매가 40억, 대출 24억, 금리 5%라고 치면 이자만 연 1억 2천만 원입니다. 월 1천만 원이 이자로 나갑니다. 월세가 1,200만 원 들어와도 세금과 수선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원금 분할상환까지 붙으면 버티는 힘이 더 필요합니다.
초보는 “은행에서 대출 나온다”는 말에 안심하는데, 은행은 손실을 줄이는 구조로 빌려주는 거지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곳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한 명 빠졌을 때 6개월을 버틸 현금이 있는지, 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감당되는지 따져야 합니다.
제가 계산할 때 넣는 보수적 숫자
- 공실률은 최소 5~10% 반영합니다.
- 연간 수선비는 건물 상태에 따라 별도로 잡습니다.
-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는 초기 투자금에 반드시 넣습니다.
- 대출 이자는 현재 조건보다 약간 높게 잡아봅니다.
- 매도 시 양도세와 공실 리스크도 시나리오에 넣습니다.
좋은 물건보다 피해야 할 물건을 먼저 걸러야 합니다
10년 넘게 경매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 돈을 버는 사람보다 잃지 않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겁니다. 꼬마빌딩매매도 똑같습니다. 초보가 처음부터 대박 물건을 잡으려고 하면 눈이 흐려집니다. 차라리 피해야 할 물건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게 낫습니다.
저라면 이런 물건은 초보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임차인과 명도 분쟁 가능성이 큰 건물, 위반건축물이 수익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 주변 거래가 거의 없어 가격 기준을 잡기 어려운 건물, 대출 이자 내고 나면 현금흐름이 빠듯한 건물, 매도인이 자료 제출을 자꾸 미루는 건물입니다.
특히 “곧 개발된다”, “앞으로 임대료 오른다”, “이 가격엔 다시 안 나온다”는 말은 걸러 들어야 합니다. 진짜 좋은 물건도 있지만, 그런 말은 급한 매도인과 중개인이 가장 쉽게 꺼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숫자로 확인되지 않는 기대감은 매수자가 돈을 내고 사는 불확실성입니다.
꼬마빌딩은 사는 순간부터 운영이 시작됩니다. 임차인 전화 받고, 누수 민원 받고, 세금 고지서 받고, 은행 이자일 챙기는 일이 같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첫 건물일수록 화려한 상승 스토리보다 단순하고 깨끗한 구조를 더 봅니다. 수익률이 조금 낮아 보여도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대장상 문제가 없고, 임차인이 정상적으로 장사하는 건물이 오래 버티기 좋습니다.
꼬마빌딩매매는 겁먹을 시장은 아니지만, 쉽게 볼 시장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신발 밑창 닳게 걷고, 서류를 한 장씩 맞춰보고,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수 있는 숫자인지 확인한 뒤 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물건 하나 볼 때마다 욕심보다 의심을 먼저 꺼냅니다. 그 습관이 계좌를 지켜준 적이 훨씬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