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매매 직접 뛰어보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더라

얼마 전 후배가 낡은 근린생활시설 하나를 보고 와서는 “형, 이거 건물매매로 잡으면 월세만 받아도 괜찮지 않아요?” 하고 묻더군요. 등기부를 보기도 전에 임대료부터 계산하는 걸 보고 예전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처음엔 건물은 땅도 있고, 호실도 여러 개고, 뭔가 아파트보다 안전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몇 번 깨지고 나니 건물매매는 수익률 표 하나로 판단할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경매나 공매로 나오는 건물은 더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월세가 나오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보증금이 과하게 잡혀 있거나, 임차인이 오래 버티고 있거나, 건물 자체가 돈 먹는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건물매매를 볼 때 제일 먼저 ‘얼마 벌까’보다 ‘어디서 돈이 샐까’를 봅니다.
건물매매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월세가 아닙니다
초보분들이 가장 많이 보는 숫자가 임대료입니다. 1층 상가 월세 250만 원, 2층 사무실 월세 150만 원, 옥탑 창고 30만 원. 이렇게 더해서 “월 430만 원이면 괜찮네”라고 계산합니다. 근데 현장에서는 이 숫자가 그대로 내 통장에 꽂히지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4층짜리 상가주택이 있었습니다. 감정가는 9억대, 최저가는 6억 후반까지 떨어졌고, 임대차 현황만 보면 보증금 합계 1억 8천만 원에 월세가 380만 원 정도였습니다. 표면 수익률만 보면 나쁘지 않았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2층 임차인은 8개월째 월세를 밀리고 있었고, 3층은 실제로 비어 있는데 서류상 임차인만 남아 있었습니다. 1층은 간판은 멀쩡했지만 장사가 거의 끝난 상태였습니다.
건물매매에서는 임대료보다 임대료의 질을 봐야 합니다. 매달 잘 들어오는 돈인지, 임차인이 계속 영업할 사람인지, 보증금이 실제로 보호받는 돈인지, 아니면 낙찰자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돈인지가 중요합니다.
- 월세 연체 여부
- 실제 점유자와 서류상 임차인의 일치 여부
- 전입,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시점
- 보증금 규모와 배당 가능성
- 관리비 체납과 공과금 미납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지 않고 수익률부터 계산하면, 낙찰받고 나서 계산기가 아니라 내용증명부터 만지게 됩니다.
건물은 낡으면 그냥 낡은 게 아니라 돈이 샙니다
아파트는 단지 관리가 어느 정도 받쳐줍니다. 그런데 단독 건물은 다릅니다. 옥상 방수, 외벽 균열, 배관, 전기 용량, 소방시설, 엘리베이터, 주차장 문제까지 결국 소유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건물매매에서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낙찰 후 6개월 안에 수리비로 5천만 원이 나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제가 입찰 직전까지 고민했던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였고 역에서 도보 7분 정도라 입지는 괜찮았습니다. 최저가도 감정가 대비 70% 아래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 조사 때 지하 계단에서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났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방수층이 군데군데 들떠 있었습니다. 외벽에는 오래된 실리콘 보수 흔적이 많았고요.
그때 견적을 대충 받아보니 옥상 방수만 1천만 원대 중반, 외벽 보수는 범위에 따라 2천만 원 이상, 지하 누수 잡는 건 열어봐야 안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이런 물건은 입찰가를 낮게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공사를 감당할 체력과 현금이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현장에서 저는 이 부분을 꼭 봅니다
- 옥상 바닥 들뜸, 물 고임, 배수구 막힘
- 지하층 냄새와 벽면 습기
- 계단실 균열과 누수 자국
- 전기 계량기 수와 용량
- 소방 점검 지적 사항 가능성
- 주차 대수와 실제 사용 가능 여부
건물매매는 매입가만 싸다고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고친 뒤 임대가 가능한지, 고치는 동안 공실을 버틸 수 있는지, 대출 이자까지 감당되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권리분석은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매로 건물을 사려는 분들이 등기부만 보고 “선순위 근저당이 있으니 그 뒤는 다 소멸이네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맞는 말일 때도 있지만, 그 한 줄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건물매매 물건은 임차인이 여러 명인 경우가 많고, 층별로 사정이 다릅니다.
특히 상가 임차인은 주택 임차인과 기준이 다릅니다.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환산보증금,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따로 봐야 합니다. 또 건물 일부만 점유하는 임차인이 실제로 어느 공간을 쓰는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1층 101호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창고까지 쓰고 있는 경우도 있고, 무상으로 쓰는 가족 명의 점유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 물건에서 임대차 현황서에는 임차인이 3명으로 나왔는데, 현장에 가보니 간판은 5개였습니다. 그중 하나는 전 임차인이 빠지고도 간판만 남은 것이었고, 하나는 세입자의 지인이 공간 일부를 같이 쓰는 형태였습니다. 이런 경우 명도 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낙찰가에 명도 비용과 시간을 반영하지 않으면 수익률은 종이 위에서만 예쁩니다.
건물매매 가격은 주변 실거래만 보면 반쪽입니다
시세조사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같은 도로변에 있는 건물이라도 코너인지, 도로 폭이 몇 미터인지, 주차가 가능한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갈립니다. 건물 연식이 같아도 리모델링 상태가 다르면 임대료가 달라지고, 임대료가 달라지면 매매가도 달라집니다.
저는 건물매매 시세를 볼 때 최소 세 가지를 나눠 봅니다. 토지값, 건물값, 임대수익값입니다. 오래된 건물은 사실상 건물 가치를 낮게 보고 토지값 중심으로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신축급이고 임차 구성이 좋으면 수익형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지 60평짜리 낡은 3층 건물이 있다고 치겠습니다. 주변 토지가 평당 2천만 원이면 땅값만 12억입니다. 그런데 건물이 너무 낡아 철거비가 4천만 원 들고, 기존 임차인 명도에 3천만 원이 든다면 실제 판단 기준은 12억이 아니라 그 비용을 뺀 금액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중개비, 대출 이자, 보수비까지 붙습니다.
- 주변 토지 단가
- 비슷한 규모 건물의 실제 임대료
- 공실 기간 예상
- 리모델링 후 받을 수 있는 임대료
- 매도 시 받아줄 수요층
건물은 살 때부터 팔 때를 같이 봐야 합니다. 나만 좋아 보이는 건물은 나중에 팔 때도 나만 좋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보라면 피하는 게 나은 건물매매 유형
제가 초보자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건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임차인이 너무 많은 건물입니다. 수익은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권리관계와 명도 난도가 올라갑니다. 둘째, 불법 증축 흔적이 있는 건물입니다. 당장은 임대료가 나와도 나중에 원상복구나 이행강제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지하층 누수가 있는 건물입니다. 이건 견적이 열어봐야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는 주변 상권이 꺾이는 건물입니다. 공실이 한두 칸이면 감당할 수 있지만, 거리 전체가 죽어가는 곳은 혼자 살리기 어렵습니다. 다섯째는 대출을 과하게 끼워야만 숫자가 맞는 건물입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월세가 이자에 먹히고, 보수비가 생기면 바로 현금흐름이 막힙니다.
건물매매는 잘 잡으면 좋은 자산이 됩니다. 임대료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토지 가치도 쌓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 잡으면 팔기도 어렵고, 고치기도 어렵고, 임차인과 계속 부딪히는 자산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초보일수록 작고 단순한 건물부터 보라고 말합니다. 임차인 1명 또는 2명, 구조가 단순하고, 불법 부분이 없고, 수리 범위가 눈에 보이는 물건이 낫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다니다 보면 욕심나는 물건보다 찜찜한 물건을 걸러내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건물매매는 큰돈이 오가는 만큼 멋진 수익률보다 버틸 수 있는 숫자가 먼저입니다. 저는 지금도 입찰 전날에는 예상 수익보다 최악의 비용표를 먼저 적습니다. 그래도 잠이 오면 그때 입찰장에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