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물건 직접 들어가 봤더니, 싸 보이는 가격 뒤에 숨어 있던 것들

공매는 경매보다 쉽다는 말, 현장에서는 절반만 맞습니다
얼마 전 초보 투자자 한 분이 제게 공매 물건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감정가 2억 4천만 원짜리 빌라가 최저가 1억 5천만 원대까지 내려와 있었고, 사진상으로는 외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분 말이 이랬습니다. “법원 경매보다 온라인으로 입찰하니까 덜 무섭고, 가격도 싸 보이는데요.” 저도 처음 공매를 접했을 때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입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온비드에서 일정과 서류를 볼 수 있으니 경매보다 간단해 보였죠.
그런데 10년 넘게 경매와 공매를 같이 보다 보니, 공매가 쉬운 게 아니라 ‘쉬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압류재산 공매는 세금 체납 때문에 나온 물건이 많고, 권리관계와 점유 상태를 대충 보면 낙찰 뒤에 피곤해집니다. 입찰 버튼 누르는 건 5분이면 됩니다. 진짜 일은 그 전 3일, 그리고 낙찰 뒤 몇 달에 걸쳐 벌어집니다.
싸게 보이는 공매 물건에서 제일 먼저 보는 것
저는 공매 물건을 볼 때 감정가와 최저가부터 보지 않습니다. 물론 숫자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초보가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은 가격이 아니라 ‘인수할 것’입니다. 경매든 공매든 싸게 샀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따라오는 권리, 체납 관리비, 점유자 문제, 대출 제한이 붙으면 수익은 금방 사라집니다.
예전에 수도권 다세대 공매 물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가 1억 8천만 원 정도였고, 3회 유찰 비슷하게 가격이 내려와 1억 1천만 원대였습니다. 주변 실거래가를 보니 1억 6천만 원 전후로 보였고, 얼핏 보면 4천만 원 이상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등기부와 매각조건을 같이 보니 선순위 임차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전입일자가 압류보다 앞섰고, 배당요구 여부도 애매했습니다. 이런 물건은 ‘싸다’가 아니라 ‘돈을 더 내고 떠안을 수 있다’로 봐야 합니다.
제가 실제로 체크하는 순서
- 등기부상 압류, 근저당, 가압류의 시간 순서
- 말소기준권리처럼 기준이 되는 권리가 무엇인지
- 임차인의 전입일자,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
- 공매재산명세와 매각조건에 인수 문구가 있는지
- 현장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임차인인지, 비어 있는지
- 관리비, 체납 공과금, 미납 부담이 실제로 얼마인지
여기서 하나라도 답이 흐리면 입찰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입찰 자체를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에서 못 먹은 수익은 아쉽고 끝이지만, 잘못 먹은 물건은 몇 달 동안 사람을 끌고 갑니다.
온비드 화면만 믿고 들어가면 놓치는 것들
공매는 온라인 자료가 잘 갖춰진 편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자료가 있으니 다 본 것 같은 착각이 생기거든요. 온비드에 올라온 사진, 감정평가서, 재산명세만 보고 입찰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화면과 다른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한번은 지방 소형 아파트 공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감정평가서 사진은 깨끗했습니다. 단지 입지도 역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나쁘지 않아 보였고요. 그런데 현장에 가니 엘리베이터 내부에 장기수선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해보니 해당 세대 관리비 체납이 꽤 있었습니다. 또 같은 동 같은 라인에 급매가 여러 개 나와 있었습니다. 실거래가만 보면 9천만 원인데, 실제 매도 호가는 8천만 원 초반까지 밀려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낙찰가를 7천만 원대로 잡아도 생각보다 남는 게 없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리비, 대출이자, 보유기간 관리비까지 넣으면 500만 원 남기기도 버겁습니다. 초보 때는 “그래도 손해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솔직히 그 생각이 제일 위험합니다. 공매는 손해가 작게 보이다가, 시간이 붙으면서 커지는 일이 많습니다.
명도는 공매에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공매를 온라인 절차로만 이해하면 명도에서 당황합니다. 낙찰받고 잔금 내면 자동으로 집이 비워지는 게 아닙니다. 점유자가 있으면 만나야 하고, 말해야 하고, 때로는 비용을 써야 합니다. 서류상 소유자 점유라고 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가족, 지인, 전 임차인이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겪은 물건 중에 체납자 본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낙찰가는 시세보다 2천만 원 정도 낮았고, 권리상 인수할 문제는 크지 않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괜찮은 물건이었죠.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니 체납자가 이미 여러 번 독촉과 압류를 겪은 상태라 감정이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돈 이야기로 밀어붙였으면 분명히 길어졌을 겁니다.
저는 이런 경우 첫 만남에서 이사 날짜를 바로 압박하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점유자가 원하는 기간과 현실적인 비용을 듣습니다. 물론 끌려다니면 안 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몰아붙여서 한 달 걸릴 일을 석 달로 만드는 것도 투자자의 실수입니다. 명도비 150만 원을 아끼려다 대출이자와 기회비용으로 300만 원을 쓰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명도 전에 계산해두는 비용
- 잔금 납부 후 예상 보유기간 이자
- 관리비와 공과금 확인 비용
- 이사 협의금 또는 강제집행 예비비
- 수리 전까지 비워둘 기간의 손실
- 매도나 임대까지 걸릴 보수적인 기간
공매 수익 계산표에 명도비가 0원으로 들어가 있으면 저는 그 표를 믿지 않습니다. 운 좋게 0원이 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0원으로 잡고 들어가는 건 투자라기보다 기대에 가깝습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당연히 나온다고 보면 안 됩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공매에서 또 많이 놓치는 게 잔금입니다. 낙찰받으면 대출이 나오겠지, 시세 대비 싸게 샀으니 은행도 좋아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투자자의 기대수익보다 담보 안정성과 물건 상태를 봅니다. 특히 비주거, 지방 소액 물건, 위반건축물 의심 물건,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생각보다 대출 조건이 박합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가 1억 원이고 대출을 7천만 원 예상했는데 실제 승인 가능 금액이 5천만 원이면, 갑자기 현금 2천만 원이 더 필요합니다. 이 차이를 못 메우면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공매 보증금은 보통 입찰가의 10%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1억 원 입찰이면 1천만 원입니다. 이 돈은 연습비로 치기엔 너무 큽니다.
저는 입찰 전에 최소 두 군데 이상 금융기관에 물어봅니다. “대충 몇 퍼센트 되나요”가 아니라 물건 주소, 용도, 전용면적, 낙찰 예상가, 임대 가능성까지 넣어서 확인합니다. 그래도 최종 승인은 달라질 수 있으니, 현금 여유를 따로 둡니다. 공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잔금일까지 버틸 현금 체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런 공매 물건부터 피합니다
공매를 처음 시작한다면 수익률 높은 물건보다 설명이 쉬운 물건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권리분석이 복잡한데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물건은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고수들이 몰라서 안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계산해보니 피곤하거나, 수익 대비 리스크가 안 맞아서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선순위 임차인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주거용 물건
- 대항력, 배당요구, 인수금액을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물건
- 현장 확인이 어려운 지방 원거리 물건
- 체납 관리비와 점유 상태가 확인되지 않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 위반건축물, 무허가 증축, 용도 불일치가 의심되는 물건
- 낙찰 후 바로 팔아야만 수익이 나는 물건
특히 “이 물건 왜 아무도 안 들어오지?”라는 생각이 들면 좋아할 게 아니라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오래 보면서 느낀 건, 시장은 생각보다 둔하지 않다는 겁니다. 정말 쉬운 수익이면 누군가는 이미 계산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놓친 기회를 찾는 건 좋지만, 내가 놓친 위험을 기회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공매는 입찰보다 보수적인 계산이 먼저입니다
공매를 시작할 때 가장 좋은 습관은 입찰가를 쓰기 전에 손실 시나리오를 먼저 적는 겁니다. 낙찰가 1억 원, 시세 1억 3천만 원이라고 치면 3천만 원 남는다고 계산하지 말고, 매도가 1억 2천만 원으로 밀리면 어떤지, 수리비가 700만 원 나오면 어떤지, 명도가 두 달 늦어지면 어떤지 따져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버티는 물건만 입찰해야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낙찰받는 재미에 취한 적이 있습니다. 입찰 결과 화면에 ‘낙찰’이 뜨면 뭔가 이긴 것 같거든요. 그런데 부동산 공매에서 이긴 건 낙찰 순간이 아닙니다. 잔금 치르고, 명도 끝내고, 임대나 매도까지 마쳤을 때 숫자가 남아야 이긴 겁니다. 그 사이에 세금, 이자, 시간, 사람 문제가 전부 비용으로 바뀝니다.
공매는 분명히 기회가 있는 시장입니다. 법원 경매보다 경쟁이 덜한 물건도 있고, 기관 매각 물건 중에는 깔끔하게 처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초보가 처음부터 복잡한 물건으로 수익률을 욕심내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 밤에 등기부와 재산명세를 다시 봅니다. 10년을 해도 불안해서가 아니라, 그 한 번의 확인이 보증금과 몇 달의 시간을 지켜주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