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물사이트만 믿고 입찰가 썼다가 현장에서 다시 계산한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장 앞에서 젊은 분 하나가 휴대폰 화면만 붙잡고 계속 중얼거리더군요. 화면을 슬쩍 보니 부동산매물사이트에 나온 호가와 경매 감정가를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초보 때 똑같이 했습니다. 매물사이트에 5억 2천만 원으로 올라와 있으니 4억 4천에 받으면 남는 장사겠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현장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는 분명 필요합니다. 시세 흐름을 빠르게 보는 데 이만한 도구도 드뭅니다. 다만 경매에서 매물사이트는 지도일 뿐이고, 실제 길바닥 상태는 직접 밟아봐야 압니다. 지도에는 평평해 보여도 현장에 가면 언덕이고, 사진에는 멀쩡해 보여도 문 앞에 적치물이 쌓여 있고, 호가는 높아 보여도 실제 거래는 한참 아래에서 찍혀 있는 일이 많습니다.
매물사이트 호가를 시세로 착각하면 입찰가가 흔들립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을 그대로 시세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 전용 84㎡가 6억 3천만 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고 해보죠. 그러면 경매 물건이 5억 2천에 나오면 싸 보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최근 거래가 5억 6천, 5억 7천에 찍혀 있을 수 있습니다. 호가와 거래가는 완전히 다른 숫자입니다.
저는 입찰가를 잡을 때 매물사이트 숫자를 세 덩어리로 나눠 봅니다. 제일 비싼 매물, 중간 가격대 매물, 가장 급해 보이는 매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제일 비싼 매물이 아닙니다. 실제 매수자가 전화했을 때 가격 협상이 가능한 물건, 집주인이 왜 파는지 말이 나오는 물건, 사진은 좋은데 오래 안 팔린 물건을 봐야 합니다.
예전에 수도권 외곽 아파트를 보러 갔을 때입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에는 같은 평형이 4억 1천부터 4억 4천까지 깔려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3억 5천 낙찰이면 충분히 안전해 보였죠. 그런데 근처 중개업소 세 군데를 돌았더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실제로는 3억 8천에도 안 나간 매물이 있었고, 집 내부 수리비가 최소 2천만 원은 들어갈 상태였습니다. 그날 저는 입찰표를 쓰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낙찰가를 보니 3억 7천 후반. 숫자만 보면 싸게 받은 듯했지만, 취득세와 이자, 수리비, 명도비까지 넣으면 손익이 거의 없었을 겁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에서 먼저 봐야 할 건 가격보다 시간입니다
가격만 보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매물이 얼마나 오래 떠 있는지를 더 유심히 봅니다. 같은 집이 몇 달째 계속 보이면 이유가 있습니다. 층이 애매하거나, 향이 불리하거나, 내부가 낡았거나, 매도자가 가격을 안 낮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매 물건과 비교할 때 이런 매물은 기준가로 삼으면 위험합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에서 이런 흔적을 같이 봅니다.
- 사진이 과하게 깔끔한데 설명이 짧은 매물
- 동일 평형 대비 가격은 낮지만 오래 남아 있는 매물
- 층, 향, 동 위치가 빠져 있거나 애매하게 적힌 매물
- 급매라고 쓰여 있는데 주변 시세와 차이가 거의 없는 매물
- 같은 매물이 여러 중개업소 이름으로 반복 노출되는 경우
이런 매물이 전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입찰가 산정에 그대로 쓰기엔 조심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경매는 한 번 써낸 가격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일반 매매처럼 마음에 안 들면 계약 안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보증금 10%를 넣고 들어가는 게임이라 숫자 하나가 바로 돈이 됩니다.
권리분석은 매물사이트가 대신 해주지 않습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를 열심히 보는 분일수록 권리분석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값이 싸 보이면 마음이 급해지거든요. 그런데 경매에서 진짜 무서운 건 싼 가격이 아니라, 싸 보이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선순위 임차인, 인수되는 권리,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대항력 있는 점유자. 이런 건 매물사이트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초보에게 늘 말합니다. 매물사이트는 시세 확인용이고, 돈을 지키는 건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라고요. 특히 임차인 보증금이 걸린 물건은 입찰 전날까지도 다시 봐야 합니다. 법원 문건이 갱신되는 경우가 있고, 배당요구 여부 하나로 인수금액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제 주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분이 빌라를 감정가 대비 30% 낮게 낙찰받았습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 기준으로는 최소 4천만 원 남는다고 봤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전입이 빠른 임차인이 있었고, 보증금 일부를 낙찰자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낙찰가는 싸게 썼지만 인수금액까지 더하니 주변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그분은 그 이후로 입찰 전에 화면 캡처보다 문건 출력물을 먼저 챙깁니다.
현장에 가면 사이트에 없는 숫자가 보입니다
부동산매물사이트 사진은 대체로 좋은 날, 좋은 각도, 좋은 조명에서 찍힙니다. 경매 물건은 그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내부를 못 보는 경우도 많고, 점유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복도와 외관, 주변 분위기만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 가면 가격보다 생활감을 봅니다.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는지, 엘리베이터 냄새가 어떤지, 우편함이 쌓여 있는지, 주변 상가 공실이 많은지, 밤에도 사람이 다니는지. 이런 건 숫자로 바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매도 기간과 명도 난이도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빌라나 오피스텔은 같은 동네라도 골목 하나 차이로 체감 가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한 번은 부동산매물사이트에서 역세권이라고 표시된 오피스텔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역까지 8분.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어보니 언덕길이 길고, 밤에는 조명이 어두운 구간이 있었습니다. 여성 임차인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월세도 사이트에 나온 기대치보다 낮게 잡았습니다. 결국 입찰가를 1천만 원 낮췄고, 그 물건은 다른 사람이 더 높게 가져갔습니다. 아깝지 않았습니다. 경매에서 안 먹는 것도 실력입니다.
제가 쓰는 부동산매물사이트 활용 순서
저는 처음부터 복잡하게 보지 않습니다. 먼저 부동산매물사이트에서 같은 단지, 같은 면적, 비슷한 층의 매물을 넓게 훑습니다. 그다음 실거래가로 최근 6개월에서 1년 거래를 확인합니다. 거래가 적은 지역이면 기간을 더 늘립니다. 그 후 경매 문건을 보고 인수할 권리와 비용을 계산합니다. 현장에 가서 숫자를 깎습니다.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초보라면 입찰가를 계산할 때 최소한 이 비용은 넣어야 합니다.
- 취득세와 등기 비용
- 명도 합의금 또는 소송 비용 가능성
- 경락잔금대출 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
- 수리비, 청소비, 폐기물 처리비
- 매도까지 걸리는 기간의 보유 비용
- 양도세와 중개수수료
수익 계산표에서 이 항목들이 빠지면 거의 항상 예쁘게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통장에서는 예쁘게 안 움직입니다. 500만 원, 700만 원씩 새는 비용이 모이면 낙찰받은 기쁨보다 피곤함이 먼저 옵니다. 저는 그래서 예상 수익이 2천만 원으로 나오는 물건은 마음속으로 1천만 원짜리로 봅니다. 현장에서 변수가 생기면 금방 줄어드니까요.
부동산매물사이트는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도구가 판단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화면 속 호가, 법원 문건, 현장 분위기, 대출 조건, 세금까지 한 줄로 이어서 봐야 비로소 입찰가가 나옵니다. 초보 때는 남들이 다 들어가는 물건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10년쯤 지나 보니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크게 이긴 사람이 아니라 크게 안 다친 사람이었습니다. 입찰표 쓰기 전, 매물사이트 숫자가 아니라 내 돈이 빠져나갈 구멍부터 보는 습관이 결국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