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전날 등기부등본조회만 세 번 해봤더니 보이던 것들

얼마 전 수원 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옆자리 초보 투자자가 등기부등본조회 화면을 휴대폰으로 한 번 훑고 바로 입찰표를 쓰더군요. 물건은 겉으로 봐선 깔끔했습니다. 역세권 오피스텔, 감정가 대비 2회 유찰, 보증금도 부담 없는 편. 그런데 등기부를 다시 보니 을구에 근저당만 있는 게 아니라 갑구에 가처분 이력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한 줄이 입찰장에서는 돈입니다.
등기부등본은 지금은 정식으로 등기사항증명서라고 부르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다들 등기부등본이라고 말합니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읽는 순서입니다. 그냥 소유자 이름 맞는지 보는 서류가 아닙니다. 이 물건에 누가 먼저 줄을 섰고, 낙찰 뒤에도 남을 가능성이 있는 권리가 있는지 보는 문서입니다.
등기부등본조회, 싸게 보는 것보다 자주 보는 게 먼저입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기준으로 인터넷 열람은 700원, 인터넷 발급은 1,000원입니다. 등기소 창구 발급은 더 비쌉니다. 저는 경매 물건을 볼 때 처음 관심 생긴 날 한 번, 입찰 전날 한 번, 입찰 당일 아침에 한 번 더 봅니다. 700원이 아까워서 하루 전 등기만 믿고 들어갔다가, 전날 밤이나 당일 새벽 접수된 권리 때문에 머리 아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공매나 경매 초보일수록 등기부등본조회를 한 번만 하고 끝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권리는 움직입니다. 압류가 추가될 수도 있고, 임의경매와 강제경매가 겹칠 수도 있고, 소유권 이전 이력이 새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입찰은 내가 하는데, 책임도 내가 집니다.
- 관심 물건 등록 시점: 큰 위험이 있는지 거르는 용도
- 입찰 전날: 권리 변동과 추가 등기 확인
- 입찰 당일 오전: 최종 변동 여부 확인
- 낙찰 뒤 잔금 전: 대출과 소유권 이전 준비용 확인
표제부에서 실수하면 현장조사부터 꼬입니다
표제부는 건물의 주소, 면적, 구조, 대지권 같은 기본 정보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대충 넘어갑니다. 사실 저는 표제부를 먼저 오래 봅니다. 경매지에 적힌 면적과 등기 면적이 맞는지, 집합건물이라면 대지권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토지와 건물이 따로 놀지는 않는지 확인합니다.
예전에 다세대 물건을 보러 갔는데 감정평가서 사진은 멀쩡한 빌라였습니다. 그런데 등기부 표제부를 보니 대지권 표시가 애매했습니다. 이런 물건은 대출 심사에서 걸릴 수 있고, 나중에 매도할 때도 매수인이 꺼립니다. 낙찰가를 조금 싸게 받는다고 다 수익이 되는 게 아닙니다. 싸게 산 이유가 되팔 때 그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가 표제부에서 보는 부분
- 주소와 법원 물건 주소가 같은지
- 건물 종류가 주택인지, 근린생활시설인지
- 전유면적과 공용면적을 착각하지 않았는지
- 집합건물의 대지권이 누락되거나 특이하지 않은지
- 위반건축물 여부는 별도 서류와 현장으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갑구는 소유권 줄서기입니다
갑구에는 소유권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소유권 이전,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개시결정 같은 것들이 여기 붙습니다. 초보 때는 근저당만 보다가 갑구를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갑구를 더 긴장해서 봅니다.
예를 들어 소유자가 최근에 여러 번 바뀐 물건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 간 매매인지, 채무를 피하려는 흐름이 있었는지, 이미 분쟁이 붙어 있는지 감을 잡아야 합니다. 가처분이 있는 물건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낙찰 뒤 말소되는지, 인수되는지, 매각물건명세서에 어떻게 적혔는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경매에서는 말소기준권리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보통 근저당, 저당권, 압류,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등기 등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판단은 등기 순위, 권리 성격,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여부까지 엮어서 봐야 합니다. 단어 하나 외웠다고 권리분석이 끝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을구는 대출 흔적이고, 돈의 압박이 보이는 곳입니다
을구에는 근저당권, 전세권, 지상권 같은 소유권 외 권리가 나옵니다. 경매 물건 대부분은 을구에 근저당이 있습니다. 저는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보고 대략적인 채무 압박을 봅니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원금보다 크게 잡히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금융기관이 겹쳐 있으면 상황이 단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 3억 원짜리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억 7천만 원, 후순위 가압류가 여러 건 붙어 있다면 채무자는 이미 버틸 만큼 버틴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물건은 명도 협상이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권리분석만 통과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전세권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됩니다. 전세권이 등기되어 있으면 임차인이 등기부 위에 올라와 있다는 뜻입니다. 말소 여부, 배당요구, 점유 상태를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서 같이 맞춰봐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조회 하나로 모든 게 끝나지는 않지만, 등기부를 못 읽으면 다른 서류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입찰 전에 실제로 쓰는 확인 순서
저는 등기부를 볼 때 형광펜 치듯이 순서를 정해둡니다. 먼저 표제부로 물건이 맞는지 확인하고, 갑구에서 소유권 흐름과 처분 제한을 봅니다. 그 다음 을구에서 담보권과 전세권을 확인합니다. 법원 서류와 서로 맞춰봅니다. 순서가 없으면 눈에 띄는 단어만 보게 됩니다.
- 1단계: 사건번호와 등기상 주소가 같은지 확인
- 2단계: 표제부에서 면적, 용도, 대지권 확인
- 3단계: 갑구에서 소유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개시결정 확인
- 4단계: 을구에서 근저당, 전세권, 지상권 확인
- 5단계: 가장 빠른 권리와 임차인 전입일 비교
- 6단계: 매각물건명세서의 인수 문구 확인
- 7단계: 입찰 당일 등기부등본조회 재확인
초보라면 특수물건으로 돈 벌 생각부터 하기보다, 깨끗한 물건을 여러 건 읽는 게 낫습니다. 선순위 가처분,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대지권 문제, 공유지분 물건은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욕심을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물건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조회는 클릭 몇 번이면 됩니다. 그런데 읽는 건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아직도 괜찮아 보이는 물건일수록 더 천천히 봅니다. 싼 물건을 찾는 눈보다, 들어가면 안 되는 물건을 피하는 눈이 오래 갑니다. 경매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대단한 한 방을 맞히는 사람보다, 잃지 말아야 할 돈을 지키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