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매매 직접 따라가봤더니 권리금보다 먼저 보인 것들

얼마 전 후배가 카페 하나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같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진으로는 꽤 괜찮았습니다. 우드톤 인테리어, 로스팅 장비, 창가 자리, 배달 매출까지 붙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현장에 서보니 제 눈에는 예쁜 머신보다 계약서에 안 적힌 돈이 먼저 보였습니다.
카페매매는 겉으로 보면 창업보다 쉬워 보입니다. 이미 손님이 있고, 시설도 있고, 메뉴판도 있고, 인스타 사진도 쌓여 있으니까요. 근데 부동산 경매 오래 하다 보면 압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물건을 넘겨받는 일은 항상 숨은 권리가 붙습니다. 상가도 그렇고, 카페도 똑같습니다.
권리금 6천만 원보다 임대차 조건이 먼저입니다
그 카페 매도자는 권리금 6천만 원을 불렀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230만 원, 관리비 35만 원. 처음 듣기엔 동네 상권치고 나쁘지 않아 보였죠. 그런데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남은 기간이 11개월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임대인이 재계약 조건을 아직 확정해주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초보들은 권리금을 매도자와만 흥정합니다. 사실 제일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임대인입니다. 카페를 인수했는데 임대인이 월세를 280만 원으로 올리거나, 업종 제한을 걸거나, 원상복구 조항을 세게 잡으면 권리금 계산이 완전히 틀어집니다.
- 남은 임대차 기간
- 재계약 가능 여부
- 월세 인상 가능 폭
- 관리비에 포함된 항목
- 원상복구 범위
- 양도양수에 대한 임대인 동의
저는 카페매매를 볼 때 권리금보다 월세를 먼저 계산합니다. 월세와 관리비가 합쳐 265만 원이면 하루에 임대료만 8만8천 원 정도 나갑니다. 여기에 인건비, 재료비, 배달 수수료, 카드 수수료, 전기요금까지 붙습니다. 커피 한 잔 팔아서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매출 장부는 믿되,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매도자가 보여준 월매출은 평균 2천200만 원이었습니다. 카드 매출표도 있었고 배달 앱 화면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물어본 건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이었습니다. 매출 2천만 원 카페와 순이익 400만 원 카페는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많이 보는 함정이 있습니다. 사장이 직접 하루 12시간씩 서서 만든 매출을, 인수자는 직원 두 명 쓰면서 똑같이 가져갈 거라 생각하는 겁니다. 이러면 계산이 무너집니다. 사장 노동이 빠지면 인건비가 들어가고, 맛이 달라지면 단골이 빠지고, 단골이 빠지면 배달 광고비를 더 태우게 됩니다.
제가 확인하는 매출 자료
- 최근 12개월 카드 매출
- 배달 앱 정산 내역
- 포스 일별 매출
- 원두와 식자재 매입 내역
- 직원 급여 이체 기록
-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특히 여름 매출만 보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음료 장사는 계절을 탑니다. 빙수나 에이드가 잘 팔리는 매장은 7월, 8월 숫자가 예쁘게 나옵니다. 반대로 겨울에 버티는 힘이 약하면 1년 평균으로 보면 기대보다 낮습니다. 최소 1년치 자료를 놓고 월별로 봐야 합니다.
시설이 좋아 보여도 철거비가 숨어 있습니다
카페매매 글을 보면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냉장고, 쇼케이스 가격을 쭉 적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도자는 보통 새것 가격 기준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인수하는 사람은 중고 잔존가치로 봐야 합니다. 5년 된 머신을 새 장비처럼 계산하면 그 차액이 그대로 손실입니다.
더 무서운 건 시설보다 철거비입니다. 천장 노출 공사, 바닥 데크, 주방 배수, 간판, 외부 테라스까지 손댄 매장은 나갈 때 돈이 크게 들어갑니다. 원상복구를 임차인이 전부 부담하는 계약이면 퇴점 비용이 1천만 원을 넘는 일도 흔합니다. 저는 상가 경매 물건을 보면서도 이 부분을 많이 봅니다. 낙찰가가 싸 보여도 내부 철거와 명도 비용이 붙으면 수익률이 바로 내려갑니다.
카페 인수도 비슷합니다. 지금 예쁜 인테리어가 나중에는 비용이 됩니다. 벽돌 마감, 붙박이 선반, 대형 간판, 외부 덱은 사진에서는 멋있지만 계약서에서는 부담 항목입니다. 권리금 협상할 때 이걸 빼고 이야기하면 매수자가 불리합니다.
상권은 유동인구보다 반복 방문을 봐야 합니다
후배가 마음에 들어 한 이유는 유동인구였습니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꽤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후 3시, 저녁 8시, 비 오는 평일에도 다시 가보라고 했습니다. 카페는 한 시간 반짝 사람이 지나간다고 되는 장사가 아닙니다. 앉아서 마시는 손님, 테이크아웃 손님, 배달 손님, 공부하는 손님이 어느 시간대에 오는지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제가 자주 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매장 앞에서 30분씩 세 번 서 있습니다. 들어가는 사람 수, 그냥 지나가는 사람 수, 경쟁 카페의 회전율을 같이 봅니다. 그리고 주변 공실도 봅니다. 같은 건물 2층, 옆 건물 1층에 공실이 많으면 임대료가 버티기 어려운 상권일 수 있습니다.
- 평일 점심과 저녁 유입 차이
- 주말 매출 의존도
- 주변 사무실과 주거 배후
- 경쟁 카페 숫자와 가격대
- 주차 가능 여부
- 상가 공실률
카페매매는 입지보다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입지가 나쁘면 운영으로 메워야 할 구멍이 너무 큽니다. 특히 초보라면 실력으로 상권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장사는 버티는 게임이고, 고정비가 낮아야 버틸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돈 나가는 순서를 적어봐야 합니다
제가 후배에게 시킨 일은 종이에 돈 나가는 순서를 쓰는 거였습니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만 적으면 부족합니다. 보증금 승계, 권리금, 재고 인수비, 간판 변경, 사업자 전환, 위생 관련 비용, 배달 앱 승계 여부, 카드 단말기, 인터넷, 음악 사용료, 직원 퇴직금 문제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특히 직원 승계는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기존 직원이 계속 일한다면 급여 조건과 근무 기간을 확인해야 하고, 그만둔다면 오픈 직후 인력 공백이 생깁니다. 단골은 사장 얼굴을 보고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장 이름만 넘겨받는다고 매출이 그대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저라면 카페매매 계약서에 최소한 세 가지는 특약으로 넣습니다. 임대인의 양도양수 동의가 안 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 매도자가 제시한 매출 자료가 허위일 경우 책임을 묻는 내용, 시설물 하자와 원상복구 범위를 확인한 뒤 잔금을 치른다는 내용입니다. 말로만 약속한 건 현장에서 거의 힘이 없습니다.
후배는 결국 그 카페를 인수하지 않았습니다. 권리금을 조금 깎아준다고 했지만, 재계약 조건이 불확실했고 실제 순이익이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겉으로는 아까운 물건처럼 보였지만, 저는 안 들어간 게 벌었다고 봅니다. 카페매매는 예쁜 공간을 사는 게 아니라 매달 살아남을 구조를 사는 일입니다. 숫자와 계약서가 불편하게 느껴질수록, 그 불편함을 끝까지 확인한 사람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