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매매 물건 직접 보러 갔다가 권리금보다 먼저 본 것들

얼마 전 지인이 당구장매매 물건 하나를 같이 봐달라고 해서 저녁 9시에 현장을 갔습니다. 낮에 가면 테이블도 반짝이고 사장님 말도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당구장은 밤에 봐야 합니다. 손님이 들어오는 시간, 담배 냄새가 빠지는지, 옆 점포와 소음 문제가 있는지, 주차장이 실제로 도는지 그때 보입니다.
매도자는 시설비 1억 2천만 원 들었다고 했고, 권리금은 6천만 원을 불렀습니다. 월세는 330만 원, 관리비는 별도 70만 원. 숫자만 들으면 괜찮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40분만 있어도 장부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습니다. 테이블 천 상태, 큐대 관리, 단골 연령대, 직원 없이 돌아가는 구조인지, 리그 손님이 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당구장매매는 권리금보다 월 고정비가 먼저입니다
초보분들이 당구장매매를 볼 때 가장 먼저 묻는 게 보통 “권리금 얼마예요?”입니다. 저는 반대로 봅니다. 월세, 관리비, 전기요금, 인건비, 카드수수료, 소모품비를 먼저 깔고 들어갑니다. 매출이 2천만 원이라고 해도 고정비가 1천5백만 원이면 몸만 바쁩니다.
제가 본 한 당구장은 월 매출이 평균 1천8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겉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월세 350만 원, 관리비 80만 원, 전기요금 성수기 120만 원, 직원 1명 급여 260만 원, 음료 원가와 카드수수료까지 더하니 사장이 풀타임으로 서도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았습니다. 이런 곳은 권리금 5천만 원이 싸 보이다가도 실제 회수 기간이 길어집니다.
반대로 시설은 낡았는데 월세가 낮고, 사장이 직접 운영하면서 단골이 단단한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겉보기 인테리어보다 임대차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상권이 조금 빠져도 고정비가 낮으면 버틸 시간이 생기거든요. 경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싸게 낙찰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보유비를 못 버티면 싼 가격이 비싼 수업료가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숫자 몇 가지
당구장은 업종 특성상 매출 장부만 믿기 어렵습니다. 현금 매출, 단골 회비, 동호회 대관, 음료 매출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부를 보되, 현장에서 맞춰봅니다. 손님 회전이 숫자와 맞는지, 테이블당 매출이 말이 되는지, 피크타임 좌석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식입니다.
- 테이블 수: 국제식, 중대, 포켓 테이블 구성이 상권과 맞는지 봅니다.
- 평당 임대료: 같은 건물 1층이 아니라 지하·상층 기준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 피크타임 점유율: 평일 저녁 8시부터 11시 사이가 특히 중요합니다.
- 객단가: 게임비만 보는 게 아니라 음료와 기타 매출까지 같이 봅니다.
- 시설 교체비: 천갈이, 공, 큐대, 조명, 냉난방기 상태를 비용으로 환산합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 10대짜리 매장인데 평일 저녁에도 3대만 돌고 있다면, 매도자가 말하는 월 매출 2천만 원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주말 리그나 동호회 대관이 강한 매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최소 평일 저녁, 주말 오후, 비 오는 날 한 번씩은 봐야 감이 옵니다.
임대차계약서 한 장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당구장매매에서 정말 무서운 건 테이블보다 임대차입니다. 권리금 주고 들어갔는데 1년 뒤 건물주가 재계약을 꺼리거나 월세를 크게 올리면 답이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보증금 규모, 계약 기간, 증액 요구, 원상복구 조항 때문에 얼굴 붉히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임대차계약서를 볼 때 남은 기간, 갱신 가능성, 특약, 원상복구 범위부터 봅니다. 특히 지하 당구장은 냉난방, 환기, 누수, 방음 문제가 뒤늦게 터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시설 일체 양수도”라고 적혀 있어도 건물주가 인정하지 않는 구조물이 있으면 나중에 철거비가 생깁니다. 천장 배관, 간판, 칸막이, 전기 증설 같은 부분은 말로 넘기면 안 됩니다.
경매 물건과 엮일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고, 그 안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사업자등록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대항력, 우선변제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당구장 시설을 인수하는 문제와 상가 점유권 문제는 별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초보가 여기서 헷갈리면 돈을 주고도 영업을 바로 못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시설 좋은 당구장이 꼭 좋은 매물은 아닙니다
현장에 가면 조명 좋고 테이블 반듯하고 인테리어 새것 같은 매장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첫인상이 좋습니다. 그런데 왜 파는지를 꼭 물어야 합니다. 단순 건강 문제인지, 매출 하락인지, 월세 인상인지, 주변에 더 큰 경쟁 매장이 생겼는지에 따라 가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예전에 본 매장은 시설만 보면 A급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 주차장이 실제로는 밤에 거의 막혔고, 같은 라인에 스크린골프와 음식점이 있어 저녁 시간 엘리베이터 대기가 길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당구 한 게임 치러 가는 길이 불편했던 겁니다. 사장은 “시설비 많이 들었다”고 했지만, 손님은 시설비가 아니라 접근성을 봅니다.
또 하나는 흡연 문제입니다. 요즘 당구장도 예전처럼 담배 냄새 가득한 공간이면 젊은 손님이 잘 안 붙습니다. 흡연실 위치, 환기 성능, 냄새 배출 동선이 매출에 영향을 줍니다. 이건 서류에 안 나옵니다. 문 열고 들어가서 5분만 서 있어도 코가 먼저 알려줍니다.
초보라면 피하는 게 나은 당구장매매 유형
처음 당구장매매를 하는 분이라면 욕심나는 물건보다 피해야 할 물건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경매도 그렇습니다. 돈 버는 물건보다 돈 잃는 물건을 피하는 눈이 먼저입니다. 저는 아래 유형이면 가격이 싸도 한 번 더 물러서서 봅니다.
- 월세가 매출 대비 과하게 높은 매장
- 임대차계약 기간이 짧고 건물주 의사가 불분명한 매장
- 매도자가 카드 매출보다 현금 매출을 과하게 강조하는 매장
- 테이블 수는 많은데 피크타임 점유율이 낮은 매장
- 누수, 냉난방, 환기 문제가 반복된 흔적이 있는 지하 매장
- 주변 상권이 이미 빠지고 있는데 권리금만 예전 기준인 매장
가격 협상은 그다음입니다. 천갈이 비용이 대당 수십만 원씩 들어가고, 냉난방기 하나만 고장 나도 몇백만 원이 나갑니다. 간판 교체, 카드단말기, 포스, 인터넷, 보험, 소방 관련 보완까지 붙으면 인수 첫 달부터 현금이 줄줄 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권리금만 맞추지 말고, 인수 후 3개월 버틸 돈을 따로 빼놓으라고 말합니다.
당구장매매는 재미있는 업종입니다. 단골이 붙으면 안정적이고, 사장이 현장에 있으면 비용 통제가 됩니다. 하지만 숫자를 예쁘게 포장하기도 쉬운 업종입니다. 저는 매도자 말보다 밤 시간 매장 공기, 손님 표정, 임대차계약서, 고정비 표를 더 믿습니다. 초보라면 멋진 인테리어보다 빠져나갈 돈부터 보는 게 오래 살아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