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전세 알아보다가 경매 물건까지 뒤져본 10년 투자자의 진짜 이야기

얼마 전 투룸전세 상담을 받다가 식은땀이 났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투룸전세 계약 직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보증금 1억 8천만 원, 월세는 없고 관리비만 10만 원. 역세권까지는 걸어서 8분, 방 두 개에 거실도 제법 나왔습니다. 중개사 말로는 “이 가격이면 바로 나간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마음이 확 식었습니다.
집주인이 2년 전에 매매가 2억 1천만 원으로 산 집이었고, 근저당이 1억 3천만 원 잡혀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1억 8천만 원이 들어가면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매매가보다 빚과 보증금 합계가 훨씬 커지는 구조죠. 이런 걸 현장에서는 깡통에 가까운 물건이라고 봅니다. 예쁘게 도배된 집, 새 싱크대, 남향 창문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게 바로 이 숫자입니다.
투룸전세는 신혼부부, 직장인, 사회초년생이 많이 찾습니다. 그래서 매물 회전도 빠르고, 급하게 계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전세라는 게 월세보다 한 번에 넣는 돈이 큽니다. 500만 원, 1천만 원 손해가 아니라 보증금 대부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경매장에서 이런 주택이 넘어오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세입자는 살고 있는데 낙찰자는 들어오고, 집주인은 연락이 안 되고, 법원 배당표 앞에서 얼굴이 굳는 장면도 자주 봤습니다.
투룸전세 가격이 싸면 이유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시세보다 싼 투룸전세는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싼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주변 투룸 전세가 2억 2천만 원인데 어떤 집만 1억 7천만 원이라면, 저는 먼저 세 가지를 봅니다. 대출이 많은지, 집주인이 여러 채를 들고 있는지, 건물 전체에 임차인이 얼마나 있는지입니다.
특히 다가구주택 투룸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호실별로 등기가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다가구는 건물 하나가 통째로 한 등기인 경우가 흔합니다. 내가 301호에 살아도 법적으로는 건물 전체에 대해 권리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앞선 세입자들의 보증금까지 같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예전에 본 물건은 감정가가 9억 원 정도 되는 다가구였습니다. 겉으로는 깨끗했고 대학가 근처라 공실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합계가 5억 원이 넘고, 은행 근저당이 3억 원대였습니다. 후순위로 들어간 세입자는 확정일자도 받았고 전입도 했지만, 경매로 넘어가면 배당받을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류상 절차를 했는데도 순서가 밀리면 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전세의 무서운 부분입니다.
중개사 말보다 숫자가 먼저입니다
중개사가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중개사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고, 내 보증금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아닙니다. “집주인 괜찮아요”, “여기 문제 생긴 적 없어요”, “다들 이렇게 계약해요” 같은 말은 참고만 해야 합니다. 돈을 지키는 건 등기부, 전입세대 확인, 확정일자 순위, 실제 시세 확인입니다.
- 등기부상 근저당 금액이 매매가 대비 과한지 확인
- 다가구라면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규모 확인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계약 당일 바로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
- 주변 실거래와 전세 시세가 크게 어긋나는지 비교
-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
보증보험 된다는 말도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투룸전세 계약할 때 “보증보험 가능”이라는 문구가 많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 말도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는 반만 믿어야 합니다. 실제 심사에서 주택 가격, 선순위 채권, 임대인 조건, 건축물 용도 때문에 거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불법 증축,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처럼 쓰는 방,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 집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제가 상담받은 사례 중에는 중개 광고에는 보증보험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확인하니 선순위 채권이 많아 가입이 어려운 집이 있었습니다. 임차인은 이미 계약금 1천만 원을 넣은 상태였습니다. 집주인은 “다른 세입자도 그냥 살았다”고 했고, 중개사는 “특약으로 넣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특약은 위험을 줄이는 장치이지, 이미 위험한 구조를 안전한 집으로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특약을 넣을 때는 말이 선명해야 합니다. “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계약은 무효로 하고 계약금 전액을 즉시 반환한다”처럼 조건과 반환을 분명히 써야 다툼이 줄어듭니다. 애매하게 “협조한다” 정도로 쓰면 나중에 서로 해석이 달라집니다. 현장에서는 애매한 문장 하나가 몇 달짜리 분쟁으로 커집니다.
투룸전세 계약 전, 저는 이렇게 봅니다
투룸전세를 볼 때 집 내부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됩니다. 방 크기, 채광, 옵션도 중요하지만 순서는 뒤입니다. 저는 먼저 돈이 빠져나갈 길을 봅니다. 만약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내 보증금이 어디쯤 서 있는지 상상해보는 겁니다. 낙찰가가 낮아졌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 시세가 2억 5천만 원인 빌라에 근저당 8천만 원이 있고, 전세보증금이 1억 7천만 원이면 합계가 2억 5천만 원입니다. 얼핏 딱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경매에서는 감정가 그대로 낙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찰되면 가격은 내려가고, 체납 세금이나 집행 비용 같은 변수도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라면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과 선순위 채권 합계가 너무 꽉 차 있는 집은 피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현장 조사도 필요합니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가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주차장에 방치 차량이 많은지, 우편함에 고지서가 쌓였는지, 계단과 복도 관리가 되는지 보면 건물의 상태가 보입니다. 집주인이 건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전세 안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관리가 엉망인 집은 서류도 엉성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계약금 넣기 전 체크할 것들
- 등기부등본은 계약 당일 다시 확인
- 건축물대장에서 위반건축물 여부 확인
- 다가구는 선순위 보증금 내역을 임대인에게 요구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능 여부를 기관 기준으로 확인
- 계약서 특약에 보증보험, 대출 불가, 권리 변동 내용을 명확히 기재
싸고 좋은 투룸전세보다, 빠져나올 수 있는 집이 낫습니다
투룸전세를 찾는 분들 마음을 압니다. 같은 돈이면 역에서 가깝고, 방은 넓고, 옵션도 좋은 집을 고르고 싶죠. 저도 처음 투자할 때는 겉모습에 흔들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매를 오래 다니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좋은 집은 사는 동안 편한 집이고, 안전한 집은 나갈 때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집입니다. 전세에서는 후자가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가진 전세보증금은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출까지 끼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투룸전세는 급하게 잡으면 안 됩니다. 하루 늦게 계약해서 집을 놓치는 것보다, 서류 한 장 덜 보고 들어갔다가 보증금이 묶이는 일이 훨씬 아픕니다.
제 기준에서 초보가 피해야 할 투룸전세는 분명합니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는 집, 근저당이 큰 집, 다가구인데 선순위 보증금을 안 알려주는 집, 보증보험 가능 여부가 불명확한 집, 집주인이 잦은 명의 변경을 한 집입니다. 이런 집은 아무리 인테리어가 좋아도 저는 한 걸음 물러납니다.
집은 마음에 들어도 계약은 숫자로 해야 합니다. 부동산은 분위기로 들어가면 나올 때 숫자로 맞습니다. 투룸전세를 구한다면 예쁜 방을 찾는 눈도 필요하지만, 위험한 방을 걸러내는 눈이 먼저입니다. 10년 동안 경매장에서 배운 건 그거였습니다. 돈을 버는 기술보다, 잃지 않는 습관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