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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 붙은 집에 입찰하려다 다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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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 붙은 집에 입찰하려다 다시 계산했다

입찰장에 가기 전날, 마음에 둔 집의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임차권등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집은 비어 있었고 감정가보다 꽤 낮아 보였죠. 처음엔 명도할 사람도 없으니 수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의 전입일과 근저당권 설정일을 나란히 적어 보니 입찰가를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 빈집이라는 사실과 보증금을 인수하는지는 별개입니다.

임차권등기 날짜만 보면 순서를 놓친다

임차권등기는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에 명령을 신청해 등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집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해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등기를 마친 뒤 이사하거나 전출해도 기존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까지 갖춰 얻은 우선변제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이 정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등기사항증명서에 적힌 임차권등기일이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늦다고 곧바로 후순위 임차인이라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2020년에 입주하고 전입신고를 마쳤고, 근저당권은 2022년에 설정됐으며, 임차권등기는 2024년에 마쳐졌다고 합시다. 중간에 대항력을 잃은 일이 없다면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 출발점은 2024년이 아니라 임차인이 처음 대항력을 취득한 시점입니다. 우선변제 순위는 확정일자를 갖춘 시점도 함께 따져야 하고요.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인이 먼저 집을 비워 점유를 잃고, 그 뒤에야 임차권등기를 마쳤다면 예전 대항력이 소급해서 살아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경우 새 대항력은 등기를 마친 때부터 생긴다고 봤습니다. 서류에 찍힌 날짜 몇 개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언제 입주하고 전입했는지, 언제 이사했는지까지 이어서 봐야 합니다.

보증금 2억 원 중 얼마가 남는지 계산해 봤다

가상의 물건 하나를 놓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은 2억 원, 임차인은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매에서 1억 6천만 원에 팔리고, 경매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임차인이 실제 배당받는 돈을 1억 5천만 원으로 가정해 보죠. 이 경우 남는 보증금 5천만 원은 매수인이 부담할 수 있습니다. 숫자를 단순화한 예시라 실제 배당액은 다른 선순위 채권과 비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입찰가 1억 6천만 원만 보고 시세 2억 3천만 원짜리 집을 싸게 샀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보증금 잔액 5천만 원을 인수한다면 매입에 들어가는 돈은 이미 2억 1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취득세, 등기 비용, 대출 이자, 수리비가 붙습니다. 임차인이 아직 점유 중이라면 퇴거 시기까지 협의해야 하죠.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수 있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도, 배당표가 확정되기 전까지 점유 문제가 남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반대로 선순위 근저당권이 먼저 설정되고 임차인이 그 뒤에 대항력을 취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매로 선순위 근저당권이 소멸하면서 그보다 뒤인 임차권도 소멸하는 경우, 매수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차권등기만 보고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세금, 다른 선순위 권리까지 배당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빈집이어도 서류 세 가지는 맞춰 본다

저는 이런 물건을 볼 때 등기사항증명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를 먼저 펼쳐 놓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에서는 근저당권·압류·임차권등기의 날짜를 시간순으로 적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과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기재를 봅니다. 현황조사서에서는 실제 점유자와 조사 당시의 진술을 확인합니다. 한 서류에 빠진 내용이 다른 서류에 나오는 일이 있습니다.

거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임차인의 전입일, 확정일자, 임대차 기간, 보증금 액수, 배당요구 여부와 그 내용을 사건 기록과 대조합니다. 임차권등기가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마쳐진 경우에는 별도의 배당요구가 없어도 배당받을 채권자로 보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배당요구 안 했으니 배당도 없다’는 식의 계산도 위험합니다. 임차권등기 뒤 보증금반환채권이 보증기관 등에 넘어갔다면 누가 배당을 받고 잔액을 청구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문구가 애매하거나 전입일과 점유 시점이 자료마다 다르면 입찰 전 법원 경매계에서 열람 가능한 기록을 확인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보증금 잔액은 비용에 넣어 보수적으로 계산합니다. 시세 차익이 그 금액보다 작다면 저는 입찰을 접습니다. 응찰을 많이 해도, 모르는 권리 하나를 떠안으면 그동안 아낀 돈이 한 번에 나갑니다.

임차인에게도 등기를 마친 시점이 중요하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만 믿고 바로 이사하는 게 특히 위험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는지 등기사항증명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 전에 점유를 잃으면 기존 대항력이 끊길 수 있고, 나중에 등기가 돼도 앞선 순위가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섣불리 말소하는 일도 피해야 합니다.

입찰자에게 임차권등기는 ‘빈집이라 편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날짜와 돈을 다시 확인하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저는 예상 배당액과 인수할 수 있는 보증금 잔액을 종이에 적고서야 입찰가를 정합니다. 그 숫자를 끝내 확인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싸 보이는 가격에도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임차권등기 붙은 집에 입찰하려다 다시 계산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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