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매매 검토하다 월세 장부에서 멈춘 이유

몇 해 전 빌딩매매 물건을 보러 갔을 때, 중개인이 건물보다 먼저 월세 장부를 펼쳤다. 매매가 30억 원에 월세 1,700만 원. 숫자만 들으면 꽤 괜찮았다. 그런데 층별로 임대차계약서를 맞춰 보니 실제 들어오는 월세는 1,300만 원이었다. 빈 층에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받을 수 있다는 400만 원이 장부에 섞여 있었다. 계약 전 확인했기에 다행이었지, 그 숫자를 믿고 대출부터 맞췄다면 부담이 컸을 것이다.
월세 1,700만 원과 통장에 찍히는 돈은 달랐다
빌딩을 볼 때 나는 광고에 적힌 월세를 그대로 수익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먼저 각 호실의 계약서에서 보증금, 월세, 관리비, 계약 만료일, 연체 여부를 적는다. 그다음 입금 내역과 대조한다. 관리비까지 월세처럼 설명하는 물건도 있고, 이미 나간 임차인의 차임이 남아 있는 장부도 있다.
앞서 본 30억 원짜리 물건을 숫자로 다시 놓아 보자. 실제 월세 1,300만 원에서 공용 전기료, 청소·관리비, 수선비와 공실에 대비한 비용으로 월 350만 원을 잡으면 월 950만 원이 남는다. 연 1억 1,400만 원, 매매가 30억 원 대비 약 3.8%다. 광고 월세 1,700만 원에 12개월을 곱해 계산한 6.8%와는 거리가 멀다. 취득할 때 드는 비용까지 넣으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물론 월 350만 원도 이 건물의 확정 비용은 아니다. 검토를 위해 둔 가정이다. 최근 관리비 고지서와 수선 이력을 받아 실제 지출로 바꿔 넣어야 한다. 한 층의 월세 250만 원이 빠지면 같은 비용 가정에서 연간 남는 돈은 8,400만 원까지 줄어든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서 주변 임대료와 공실 흐름을 확인하되, 그 건물의 계좌 내역을 대신할 수는 없다.
보증금 2억 원은 손에 쥐는 수익이 아니다
중개 현장에서는 보증금이 크면 실제 투입금이 줄어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맞는 면은 있다. 다만 임차인이 나갈 때 돌려줘야 할 돈이라는 사실도 동시에 적어야 한다. 보증금 2억 원을 승계하는 거래라면 잔금에서 어떻게 공제하는지, 임차인별 실제 보증금 합계가 얼마인지, 반환 책임을 누가 지는지 계약서에 숫자로 맞춰 둬야 한다.
특히 월세를 높여 보이려고 보증금을 낮춘 계약인지, 곧 만료되는 계약이 몰려 있는지 본다. 임차인 세 곳이 같은 달에 나가면 새 임차인을 찾기 전까지 월세는 줄고 보증금 반환 자금은 한꺼번에 필요해진다. 나는 임대차계약서, 임차인별 입금 내역, 관리비 미납 내역을 서로 대조한다. 매도인이 건네준 표 한 장만으로는 이런 시차가 잘 안 보인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는 계약 만료일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하다.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등 대항력 요건, 보증금 반환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항력 있는 상가 임대차가 끝났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와 보증금 반환채무를 승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빈 점포처럼 보여도 권리관계까지 비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경매로 나온 빌딩이라면 종이가 한 장 더 늘어난다
일반 매매에서는 매도인과 계약 조건을 조율할 여지가 있다. 경매는 다르다. 낙찰가를 써낸 뒤에 임차인 문제나 건물 상태를 발견해도 가격을 다시 깎는 방식으로 풀기 어렵다. 그래서 법원경매정보의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나란히 놓고 읽는다.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 순서도 대조한다.
여기서 자주 실수하는 게 현황조사서에 적힌 점유자만 보고 임차인을 확정하는 일이다. 조사 시점 뒤에 점유 상황이 바뀔 수 있고, 서류에 나온 주장과 실제 권리가 다를 수도 있다. 상가 임차인의 사업자등록 신청일과 정정신고일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상가건물임대차현황서에서 두 날짜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날짜 한 줄이 권리 판단에 영향을 주니, 낯선 임차인이 있으면 입찰가를 쓰기 전에 확인할 자료와 전문가 검토 범위를 먼저 정한다.
경매 물건의 낮은 가격에는 이유가 붙어 있을 수 있다. 선순위 임차권 인수 가능성, 점유자와의 인도 협의, 미납 관리비의 성격, 불법 증축 여부가 그 예다.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 싸다는 말보다, 낙찰 후 실제로 얼마를 더 써야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인지가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건물 뒤편과 잔금 날짜를 본다
빌딩매매를 검토할 때 임대료를 본 다음에는 건물 밖으로 한 바퀴 돈다. 뒷면 외벽의 누수 자국, 옥상 방수 상태, 승강기 교체 이력, 주차장 진입 동선은 사진 몇 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건축물대장에 적힌 용도·면적과 실제 사용 모습도 맞춘다. 위반건축물 표시나 증축 흔적이 보이면 관할 지자체에 확인하고, 필요한 공사비를 가격에 반영한다.
잔금표를 만든다. 매매대금에서 보증금 승계액만 뺀 숫자로 끝내지 않는다. 취득 관련 세금과 등기 비용, 중개보수, 초기 수선비, 공실 기간의 이자와 운영비를 별도로 적는다. 건물분 부가가치세와 임대업의 포괄 양수도 해당 여부는 거래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계약 전에 세무사와 확인한다. 대출도 중개인이 예상한 금액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심사 조건과 실행 일정을 기준으로 잡는다.
그 30억 원짜리 건물은 결국 사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다는 한 줄짜리 판단 때문은 아니었다. 현재 월세로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빈 층이 채워지지 않을 때의 자금 부담을 적어 보니,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빌딩은 큰 건물이지만 손익은 계약서의 작은 숫자에서 갈린다. 입찰장이든 매매 현장이든, 그 숫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나는 발길을 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