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이전등기비용을 빼먹고 입찰가를 적었던 날

입찰장에서 낙찰가만 계산해 온 사람을 종종 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잔금을 치를 돈은 맞춰 놓고, 등기할 때 낼 세금과 채권 비용은 뒤늦게 계산했죠. 경매에서는 몇십만 원 차이로 낙찰자가 바뀌는데, 소유권이전등기비용을 빼고 적은 입찰가는 처음부터 수익 계산이 틀어진 셈입니다.
2억 원에 낙찰받으면 세금이 얼마일까
숫자로 보면 감이 빠릅니다. 무주택자가 전용면적 84㎡인 아파트를 2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가정해 보죠. 주택 취득세 기본세율 1%가 적용된다면 취득세는 200만 원, 지방교육세는 20만 원입니다. 벌써 220만 원입니다. 여기에 국민주택채권 부담금, 등기신청 수수료, 필요한 말소등기 비용, 법무사에게 맡겼다면 그 보수까지 더해야 합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세액은 물건과 매수인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조심할 부분은 ‘아파트니까 취득세 1%’라고 단정하는 겁니다.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에 따라 중과 여부가 달라지고, 법인 취득은 또 다릅니다. 실제로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이라도 공부상 용도가 업무시설이면 아파트와 같은 주택 세율을 그대로 넣어 계산하면 곤란합니다. 면적 등에 따라 농어촌특별세 부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입찰 전에 건축물대장에 적힌 용도와 매수인 명의의 주택 수부터 확인합니다. 세율이 헷갈리면 물건 소재지 시·군·구 세무부서에 그 조건을 그대로 말하고 확인합니다.
낙찰가와 채권 계산 기준은 다르다
국민주택채권에서 처음 당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2억 원에 샀으니 2억 원을 기준으로 채권 비용을 계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채권 매입액을 계산할 때는 물건의 시가표준액과 지역, 등기 종류 등을 봅니다. 낙찰가만으로 부담금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주택도시기금의 채권 계산 안내도 시가표준액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채권은 매입액 전부가 곧 비용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매입한 뒤 즉시 매도한다면 실제 부담은 매입액과 매도대금의 차이 등에 따라 정해집니다. 매도 가격이 변하면 부담금도 달라지니, 몇 달 전 계산한 숫자를 잔금일 비용으로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입찰 전에는 여유 있게 잡고, 잔금일이 가까워지면 그날 기준 부담금을 다시 확인합니다.
예전에 입찰가를 맞추던 동료가 채권 ‘매입액’을 통째로 비용 칸에 넣어 수익이 안 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채권을 아예 빼놓는 경우도 봤습니다. 둘 다 숫자를 흔듭니다. 내 돈에서 실제로 빠져나갈 금액이 얼마인지 구분해서 적어야 합니다.
법원이 등기를 촉탁해도 비용은 매수인 몫이다
일반 매매와 경매의 절차는 조금 다릅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내면 그때 권리를 취득하고, 법원은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기 등을 촉탁합니다. 그렇다고 비용까지 법원이 내주는 건 아닙니다. 등기에 드는 비용은 매수인이 부담합니다. 잔금을 치렀다는 사실과 등기부에 내 이름이 기재됐다는 사실도 구분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해당하면 농어촌특별세를 먼저 계산하고, 국민주택채권의 실제 부담금과 등기신청 수수료를 더합니다. 말소할 등기가 있다면 그에 따른 등록면허세와 수수료도 확인합니다. 법무사 보수는 세금이 아니라 대행료입니다. 견적을 받을 때 ‘세금·채권·수수료 같은 실비’와 ‘보수’를 나눠 달라고 하면 비교하기 편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을 쓴다면 근저당권 설정 관련 비용도 별도 줄에 적습니다. 그 돈까지 소유권이전등기비용 한 항목에 뭉쳐 놓으면 어디서 지출이 늘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 경매로 산 부동산의 등기부에 적힌 권리가 모두 지워진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법원이 촉탁하는 말소 대상은 매수인이 인수하지 않는 부담 등입니다. 인수할 권리가 있는지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사항증명서, 현황조사서 등을 대조해 입찰 전에 판단해야 합니다. 등기 비용 몇십만 원을 정확히 계산해도 인수할 권리 하나를 놓치면 손실 규모가 달라집니다.
입찰표를 쓰기 전에 비용표 한 장
저는 이제 입찰가 옆에 비용을 한 줄씩 따로 적습니다. 낙찰예상가, 취득 관련 세금, 채권 부담금, 등기와 말소 비용, 대출 관련 비용, 명도와 수리 예산 순서입니다. 매도할 계획이라면 보유 중 이자와 매각 때의 세금도 따로 봅니다. 등기비용만 넣고 예상 수익을 계산하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앞의 2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기본세율이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220만 원은 먼저 비용표에 적을 수 있습니다. 채권 부담금과 나머지 항목은 물건 자료와 잔금 시점의 금액을 확인해 채웁니다. 이 정도만 해도 ‘낙찰가 2억 원이면 현금 2억 원만 있으면 된다’는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취득세는 원칙적으로 취득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고·납부해야 하고, 그 전에 등기를 진행한다면 등기 전에 납부해야 합니다. 경매는 잔금 납부일을 기준으로 일정을 잡는 게 안전합니다. 낙찰받고 나서 세금을 마련하려고 급히 돈을 구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산 의미가 줄어듭니다. 제 입찰가에는 늘 등기비용을 낼 현금까지 들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