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경매 대출 한도 물어보고 입찰가를 바꿨다

입찰장에 오래 서 있다 보니 ‘상가는 대출이 70% 나온다’는 말을 듣고 입찰가부터 적는 분을 자주 봤다. 나도 처음엔 낙찰가에 비율만 곱하면 잔금 계획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은행이 보는 담보가치와 내가 낸 낙찰가는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대출 상담을 먼저 받는다.
70%라는 숫자를 낙찰가에 곱하면 위험하다
금융위원회가 안내하는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즉 LTV는 일반적으로 70%를 기준으로 거론된다. 다만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가계대출에 더 낮은 비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고, 금융회사도 담보와 차주를 따로 심사한다. 70%는 입찰자에게 약속된 대출금이 아니다.
은행은 낙찰가만 보지 않는다. 자체 담보평가액, 주변 거래, 상권, 공실, 임대차 현황을 살핀다. 여기에 임차보증금 등 선순위로 고려할 금액과 차주의 상환능력까지 반영하면 실제 가능액은 더 내려갈 수 있다. 같은 건물 상가라도 도로에서 바로 보이는 1층과 오래 비어 있던 지하 점포의 평가는 달라진다.
가상의 숫자로 계산해 보자. 5억 원에 낙찰받았는데 은행 담보평가액이 4억 원이고, 적용 가능한 LTV가 70%라면 출발점은 3억 5천만 원이 아니라 2억 8천만 원이다. 이후 은행 심사에서 임차보증금 등을 이유로 3천만 원을 차감한다면 대출 가능액은 2억 5천만 원이 된다. 차감 방식과 금액은 물건과 금융회사에 따라 다르다. 이 경우 낙찰대금에서만 자기 돈 2억 5천만 원이 필요하고, 취득비와 수리비는 아직 더하지도 않았다.
같은 상가도 누구 이름으로 빌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 명의의 가계대출인지, 실제 사업에 쓸 사업자대출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가계대출은 기존 대출과 소득을 포함한 상환능력 심사가 중요하다. 사업자대출은 사업 내용과 매출, 자금 용도, 상환 계획을 본다.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었다고 사업자대출이 자동으로 나오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융회사마다 경락잔금대출을 취급하는 방식도 다르다. 한 곳에서 ‘가능할 것 같다’고 들은 말은 승인 통지가 아니다. 입찰 전에는 사건번호와 물건 주소,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임대차 자료, 본인의 소득·기존 대출 자료를 갖고 두세 곳에 묻는다. 담보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예상 금리와 만기·상환 방식은 어떤지까지 숫자로 받아 적는다.
특히 상담할 때는 ‘대략 몇 퍼센트입니까’보다 ‘이 물건을 이 가격에 낙찰받으면 잔금일에 실제로 실행 가능한 금액이 어느 정도입니까’라고 묻는 편이 낫다. 답변에도 조건이 붙는다면 그 조건을 적어 둔다. 낙찰 뒤 본심사에서 금액이 줄어들 여지는 언제나 남아 있다.
대출 한도보다 먼저 봐야 할 임차인과 공실
상가에 임차인이 있으면 월세부터 계산하기 쉽다. 하지만 경매에서는 임차인이 언제 점유하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했는지, 확정일자는 언제 받았는지, 배당으로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갖춘 임차인은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길 수 있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이 남는지에 따라 낙찰자의 부담과 은행의 담보 판단이 함께 달라진다.
나는 매각물건명세서 한 장만 보고 임차관계를 확정하지 않는다. 등기사항증명서, 현황조사보고서, 임대차 자료를 서로 대조하고 현장에서도 영업 여부를 확인한다. 서류에 적힌 임차인과 실제 점유자가 다르거나 보증금 액수가 엇갈리면 입찰을 멈추고 이유를 확인한다. 명도에 시간이 걸리는 물건이라면 그동안의 이자와 관리비도 현금으로 버텨야 한다.
공실도 무조건 편한 물건은 아니다. 임차인이 없어 보증금 문제가 단순해질 수는 있지만, 비어 있는 기간이 길면 예상 월세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층 빈 점포의 임대료, 관리비, 유동인구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낙찰받고 바로 세 놓으면 된다’는 가정 하나로 잔금대출 이자를 감당할 계획을 세우면 위험하다.
입찰가를 적기 전에는 자기 돈부터 계산한다
내 계산 순서는 간단하다. 예상 낙찰가에서 보수적으로 잡은 대출 가능액을 빼고, 취득세와 등기 비용, 체납 관리비 중 부담할 금액, 명도·수리비, 공실 기간의 이자와 운영비를 더한다. 세금은 취득 주체와 물건의 실제 용도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찰 전에 관할 지자체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한다. 입찰보증금은 잔금의 일부로 들어가지만, 입찰 당일 바로 꺼낼 현금이라는 점도 놓치면 안 된다.
앞의 가상 사례에서 대출이 2억 5천만 원이고 낙찰가가 5억 원이라면 잔금에 넣을 자기 돈은 2억 5천만 원이다. 여기에 취득·등기 비용 2천만 원, 수리비 1천만 원, 공실과 이자에 대비할 돈 2천만 원을 잡으면 준비할 현금은 3억 원이 된다. 이 비용들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지 모든 상가에 적용되는 견적이 아니다. 대출이 예상보다 3천만 원 덜 나와도 잔금을 치를 수 있는지도 함께 계산한다.
은행 대출은 매각대금 지급기한에 맞춰 실행돼야 한다. 낙찰받은 뒤 서류를 처음 모으거나 자금 출처를 맞추기 시작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잔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보증금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상담 단계의 예상 한도를 확정된 돈처럼 입찰가에 넣지 않는다. 내가 입찰가를 낮추거나 아예 돌아서는 이유도 대개 수익률 계산보다 이 현금 여력에 있다. 상가는 싸게 낙찰받는 순간보다 잔금을 치르고 빈 기간을 버티는 동안 실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