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공매 사이트에서 싼 아파트를 보고 멈춘 이유

얼마 전 캠코 공매 사이트에서 감정가보다 꽤 낮게 나온 아파트를 보고 손이 먼저 움직일 뻔했다. 그런데 공고문을 내려 읽다가 멈췄다. 사람이 살고 있었고, 임대차관계는 화면에 적힌 몇 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입찰은 몇 분이면 끝나지만, 낙찰 뒤 그 집을 넘겨받는 일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캠코 공매 사이트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다. 법원 경매처럼 현장에 가서 입찰표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물건을 찾고 입찰한다. 편하긴 하다. 근데 화면이 편하다고 물건까지 간단한 건 아니다.
검색창에서 먼저 보는 건 가격이 아니다
온비드에서 부동산을 고를 때 나는 지역과 가격보다 매각기관, 재산의 종류, 공고번호를 먼저 본다. 같은 화면에 떠 있어도 캠코가 진행하는 압류재산, 국유·공유재산, 신탁사가 내놓은 물건은 계약과 대금 납부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공매’라는 이름 하나로 묶어서 배운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면 여기서부터 틀어진다.
관심 물건이 생기면 상세 화면의 요약을 읽고 공고문과 첨부 서류를 연다. 입찰 기간, 개찰일, 보증금, 매각 대상, 현 상태 인도 조건을 확인한다. 특히 주소가 같아 보여도 토지만 파는지, 건물까지 함께 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다. 지분만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 속 집 한 채를 통째로 산다고 생각했다가 공고문에는 공유지분만 적힌 사례를 현장에서 여러 번 봤다.
담당자에게 전화할 때도 “좋은 물건인가요?”라고 묻지 않는다. 공고문에 적힌 매각 범위와 대금 납부 일정이 맞는지, 추가로 확인할 서류가 있는지처럼 답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었다면 다시 공고문과 공부를 대조한다. 결국 입찰 판단을 책임지는 사람은 매수인이다.
권리분석은 화면 밖에서 시작된다
온비드 물건 설명만 읽고 입찰가를 쓰는 건 위험하다.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소유자와 압류, 근저당, 가처분 등 권리의 순서를 확인하고, 건축물대장·토지대장으로 면적과 용도를 맞춰 본다. 주택이라면 임차인의 점유와 전입, 확정일자, 보증금도 따져야 한다. 어느 권리가 매각 뒤에도 남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가격이 아무리 낮아도 내 물건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3억 원인 집이 2억 원에 나왔다고 치자.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8천만 원을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조건이라면 계산은 이미 달라진다. 여기에 취득세와 등기 비용, 체납 관리비 중 부담할 수 있는 항목, 수리비, 점유자와 협의할 비용까지 더해야 한다. 1억 원 싸게 산 것처럼 보이던 숫자가 금세 사라진다. 이 금액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고, 실제 인수 여부는 물건별 권리와 공고 조건으로 판단해야 한다.
현장도 가본다. 지도와 사진에는 누수 자국, 막힌 진입로, 사람이 실제로 쓰는 출입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집 안을 볼 수 없더라도 건물 외관과 주변 거래 사례, 같은 단지의 층·향·수리 상태별 가격 차이는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의 계약 시점도 같이 본다. 몇 달 전 최고가 한 건을 현재 시세로 잡으면 입찰가가 쉽게 높아진다.
낙찰가보다 무서운 건 잔금과 명도다
입찰서를 제출하고 보증금을 납부할 때는 공고에 적힌 금액과 마감 시각을 그대로 따른다. 물건마다 조건이 다르니 ‘보증금은 늘 몇 퍼센트’라고 외우지 않는다. 제출한 금액의 자릿수와 환불계좌도 다시 확인한다. 낙찰 뒤 계약이나 잔금을 기한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잃을 수 있다. 온비드 이용약관에도 계약 기한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낙찰이 무효가 되고 보증금이 귀속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대출은 낙찰되고 나서 알아보면 늦다. 공매 물건이라고 경락잔금대출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담보가치, 권리 상태, 개인의 소득과 기존 대출에 따라 가능 금액이 달라진다. 나는 입찰 전에 금융기관에 물건 종류와 예상 입찰가를 설명하고, 가능한 한도와 실행 시점을 확인한다. 그래도 승인 전 숫자는 확정 자금으로 넣지 않는다. 잔금을 못 맞출 가능성이 있다면 입찰가를 낮추거나 물건을 놓는 쪽이 낫다.
점유자가 있다면 명도 비용과 시간도 잡아야 한다. 캠코 역시 압류재산 공매에서 임차인에 대한 명도 책임은 매수인에게 있다고 안내한다. 경매에서 익숙한 절차가 공매에도 그대로 통할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점유자의 권원을 확인하고 대화할 여지를 살피되, 협의가 안 될 때 필요한 법적 절차와 기간까지 계산해야 한다. 문 앞에 가서 강하게 말하면 끝날 일처럼 보는 순간 비용이 커진다.
내가 입찰가를 적기 전에 하는 계산
나는 예상 매도가격에서 먼저 비용을 뺀다. 취득세와 등기 비용, 중개보수, 수리비, 보유 기간의 이자와 관리비, 명도 비용, 팔 때 생길 세금까지 항목별로 적는다. 세금은 보유 주택 수와 매각 방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입찰 전에는 본인 조건으로 다시 확인한다. 남는 금액에서 원하는 수익과 예상 밖 지출을 버틸 여유분을 빼면 비로소 입찰 상한이 나온다.
가령 보수적으로 잡은 매도가격이 3억 원이고 모든 부대비용을 4천만 원, 원하는 수익과 여유분을 3천만 원으로 잡았다면 입찰 상한은 2억 3천만 원이다. 누군가 2억 3천만 원을 넘겨 쓰면 그 사람 물건이다. 감정가에서 몇 퍼센트 할인됐는지는 내 통장에 남을 돈을 대신 계산해 주지 않는다.
입찰 직전에는 공고가 바뀌거나 공매가 취소되지 않았는지도 다시 본다. 체납자가 세금을 내는 등의 이유로 압류재산 공매가 입찰 전에 취소될 수 있다고 캠코도 안내한다. 공고번호와 회차, 제출 마감, 보증금 입금 상태를 맞춰 본 뒤에야 금액을 누른다.
온비드를 오래 볼수록 싼 물건을 빨리 찾는 사람보다 불확실한 물건을 그냥 보내는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화면 속 할인율은 눈에 잘 띄지만, 인수할 권리와 잔금 날짜, 집 안에 사는 사람의 사정은 직접 들여다봐야 보인다. 나는 그 세 가지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물건에는 아직도 입찰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