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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 작성하다 잔금 날짜를 다시 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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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 작성하다 잔금 날짜를 다시 잡은 이유

몇 년 전 낙찰받은 집을 팔면서 매수인과 계약서를 쓰다가 펜을 내려놓은 적이 있습니다. 매매대금도 맞고 계약금도 준비됐는데, 잔금 날짜가 문제였습니다. 점유자와 이사 날짜를 확정하기 전이었거든요. 그날 잔금을 받기로 적으면, 약속한 날 집을 비워서 넘겨야 하는 쪽은 저였습니다. 결국 이사 일정을 확인한 뒤 계약서를 다시 썼습니다. 부동산 계약서 작성에서 무서운 건 빈칸보다도, 지킬 수 있을지 확인하지 않은 날짜와 문장입니다.

계약금 보내기 전, 사람과 물건부터 맞춘다

현장에선 집을 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서부터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순서를 조금 늦춥니다.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자와 계약하는 사람이 같은지, 주소와 동·호수는 정확한지, 근저당권이나 압류는 없는지 먼저 봅니다. 아파트라면 집합건축물대장과 등기사항증명서의 표시도 대조합니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호수를 적는 실수는 생각보다 허무하게 생깁니다.

계약하는 사람이 소유자 본인이 아니라면 대리 권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설명만으로 계약금을 보내지 않습니다.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권한을 확인할 자료와 대리인의 신분을 살피고, 소유자의 의사도 직접 확인하는 편입니다. 공동명의라면 공동소유자들의 계약 참여 또는 위임 관계까지 봐야 합니다. 계약금은 원칙적으로 계약 상대방인 소유자 명의 계좌로 보내고 이체 내역을 남깁니다.

경매로 산 집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낙찰자가 매도인이라고 해도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 전 매매를 진행한다면 매도인이 언제 소유권을 취득하고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초보 매수자라면 이 단계에서 서두를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잔금 날짜에는 대출과 집 비우는 일정이 붙는다

계약서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각각 얼마씩 언제 지급할지 적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 3억 원에 계약금 3천만 원, 잔금 2억 7천만 원이라면 잔금일의 자금 출처까지 맞아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이 남아 있는 매도인이라면 상환액과 근저당권 말소 절차를 확인해야 하고, 매수인이 대출을 쓴다면 실행 가능 시점도 살펴야 합니다.

제가 특히 신경 쓰는 건 잔금 지급과 소유권이전 서류 인도, 집의 인도를 같은 날 어떻게 진행할지입니다. 매도인의 기존 대출을 잔금으로 갚는다면 금융기관 상환과 말소 서류 발급이 가능한 시간도 계산합니다. 점유자가 있다면 퇴거일을 말로만 듣지 말고 확인해야 합니다. ‘잔금일까지 비워주기로 했다’는 말 한 줄은, 실제 이사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매도인은 잔금 지급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한다’처럼 기본 의무를 적고, 점유자 퇴거가 걸려 있다면 퇴거 기한과 인도하지 못했을 때의 처리 방법을 따로 협의해 씁니다. 날짜를 못 지킬 가능성이 큰데도 일단 계약부터 하는 건 위험합니다. 일정이 꼬이면 이사비, 대출 이자, 다음 계약의 지연 비용이 한꺼번에 붙을 수 있습니다.

특약은 안심시키는 말보다 처리 방법이어야 한다

계약서에 ‘현 상태대로 매매한다’고 적으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문장 하나에 기대기보다, 현장에서 확인한 상태와 누가 무엇을 처리할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게 낫습니다. 누수 흔적이 있으면 발생 위치와 수리 여부를 확인하고, 수리하기로 했다면 완료 기한과 확인 방법을 씁니다. 남겨둘 에어컨이나 붙박이장이 있다면 품목을 적고 사진도 함께 보관합니다.

권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저당권이 남아 있다면 잔금일에 상환하고 말소등기 절차를 진행할 주체와 방법을 적습니다. 임차인이 있는 집이면 보증금, 인도 시점, 보증금 반환 주체를 계약 내용과 맞춰 봐야 합니다. 임차인의 실제 점유·전입과 계약 관계가 불분명한데 ‘매도인이 알아서 해결’이라고만 쓰면 잔금일에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됩니다.

계약금도 가볍게 볼 돈이 아닙니다. 민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이행에 착수하기 전 계약금 포기 또는 배액 상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실제로 이행에 착수했는지, 계약서에 다른 약정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계약금만 포기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명하면 곤란합니다.

서명 직전에는 숫자와 설명서를 다시 본다

중개 거래라면 계약서만 받고 일어서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권리관계, 건축물 상태, 거래금액, 중개보수 내용을 계약서와 대조합니다. 국토교통부 전자계약 절차에서도 확인·설명서와 매매계약서는 각각 확인하는 문서입니다. 설명받은 내용과 적힌 내용이 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주소, 당사자 이름, 매매대금의 숫자와 한글 표기, 지급일, 계좌번호, 특약을 처음부터 다시 읽습니다. 수정한 부분이 있다면 당사자 모두 수정 내용을 확인하고 각자 계약서 사본을 보관합니다. 계약 뒤에는 부동산 거래신고가 처리되는지도 챙깁니다. 계약서를 잘 썼다는 감각보다, 잔금일에 그대로 실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제게는 더 중요합니다. 법원 입찰장에서 배운 것도 비슷했습니다. 큰돈을 지키는 건 멋진 문장이 아니라, 확인한 사실을 빠짐없이 적는 습관이었습니다.

부동산 계약서 작성하다 잔금 날짜를 다시 잡은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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