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서 수정 한 줄 때문에 잔금이 밀릴 뻔했다

몇 해 전 낙찰받은 집을 다시 팔면서 잔금일을 바꿔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매수인의 대출 실행일이 이틀 늦어졌고, 중개사무소에서는 계약서 날짜만 고치면 된다고 했죠. 그런데 그 집에는 아직 세입자의 짐이 남아 있었습니다. 잔금을 늦추면 열쇠를 넘기는 날도 달라지고, 그 사이 생기는 관리비도 따져야 했습니다. 날짜 한 줄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부동산 계약서 수정은 종이에 글자를 고치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합의한 조건을 다시 맞추는 일입니다. 특히 경매로 취득한 집은 명도와 수리 일정이 매매 잔금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쪽 날짜만 움직이면 다른 약속이 어긋나기 쉽습니다.
잔금일을 이틀 미뤘더니 세 가지가 따라왔다
예를 들어 매매가 3억 원, 계약금 3천만 원, 잔금 2억 7천만 원인 집을 생각해 보죠. 원래 잔금일이 6월 20일인데 매수인이 6월 22일로 바꾸자고 합니다. 매도인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날짜만 고쳐도 될까요? 저는 이때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대출 실행 가능일, 집을 비워서 인도할 수 있는 날, 그 사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입니다.
잔금과 인도를 같은 날 하기로 했다면 두 날짜를 함께 바꿀지 적어야 합니다. 잔금 전까지 발생하는 관리비와 공과금의 부담 기준도 확인해야 하고요. 경매 물건이라면 세입자와 약속한 이사 날짜, 수리 업체의 작업 일정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이틀을 요청했다고 해서 매도인이 모든 추가 비용을 당연히 떠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집을 비우지 못한다면 매수인에게 날짜 변경을 무조건 받아 달라고 할 수도 없죠.
제가 겪은 거래에서는 잔금일과 인도일을 함께 이틀 미루고, 기존 잔금일까지의 관리비는 매도인이 부담한다는 문장을 넣었습니다. 추가 이틀의 비용은 액수가 작아 보여도 누가 낼지 명시했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잔금 날 서로 다른 계약서를 들고 와서 실랑이하는 일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서명한 계약서는 한 사람 마음대로 고치지 않는다
계약 전 초안을 고치는 것과 양쪽이 서명한 계약서를 바꾸는 것은 다릅니다. 서명 후에는 당사자들이 변경 내용에 합의했는지 분명해야 합니다. 중개사가 컴퓨터 파일을 고쳤다거나, 매수인이 자기 계약서에만 볼펜으로 날짜를 바꾼 것으로 끝내면 곤란합니다.
작은 오탈자라면 계약서 각 장의 같은 부분을 고치고,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 양쪽이 확인한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 실무에서 쓰입니다. 금액, 지급일, 인도 조건처럼 중요한 내용은 변경합의서를 따로 쓰는 편이 읽기 쉽습니다. 원래 계약의 작성일과 부동산 표시를 적고, 바뀌는 조항의 기존 문구와 새 문구, 변경 효력이 생기는 날을 나란히 적습니다. 바뀌지 않은 조건은 기존 계약에 따른다는 문장도 넣습니다. 당사자 모두 서명하거나 날인한 뒤 각자 한 부씩 보관합니다.
문자나 메신저 대화도 합의를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큰돈이 오가는 조건을 바꿀 때는 대화 속 짧은 답장에 기대지 않습니다. 특히 “잔금은 며칠 늦게”처럼 날짜와 나머지 조건이 빠진 말은 나중에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쉽습니다. 대리인이 서명한다면 위임 범위와 신분도 다시 확인합니다.
가격과 잔금일을 바꿨다면 신고 내용도 확인한다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실제 거래가격 등을 신고하도록 합니다. 이미 신고한 계약의 거래가격, 계약 조건이나 기한, 중도금·잔금과 지급일 등을 바꿨다면 계약서만 고치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등기 신청 전 신고 내용의 변경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중개 거래라면 중개사에게 변경합의서와 신고필증의 내용이 맞는지 함께 확인해 달라고 합니다.
계약을 없애고 새 계약을 쓰는 경우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기존 거래를 실제로 해제한 것인지, 기존 계약의 일부 조건만 바꾼 것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신고를 마친 거래가 해제·무효·취소로 확정됐다면 별도의 신고 의무도 생깁니다. 서류 제목만 새 계약서로 바꾼다고 지난 계약과 신고가 저절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경매 낙찰 후 잔금과 일반 매매 잔금을 섞으면 위험하다
가끔 낙찰받은 분이 “경매 계약서의 잔금일을 수정하면 되나요?”라고 묻습니다. 법원 경매의 매각대금은 일반 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이 날짜를 다시 합의하는 방식과 다릅니다. 매각허가를 받은 뒤 대금지급기한을 통지받았다면 그 기한을 기준으로 자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다 낸 때 매각 목적의 권리를 취득하고, 기한 안에 내지 못하면 재매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출이 늦어진다는 사정만으로 법원 절차의 기한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반면 낙찰 뒤 세입자와 쓰는 이사 합의서나, 소유권을 취득한 뒤 새 매수인과 쓰는 매매계약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문제입니다. 같은 ‘잔금일 수정’이라는 말이라도 어떤 거래의 어떤 서류인지 먼저 가려야 합니다. 저는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원본 계약서, 대출 일정, 점유 상태를 다시 펼쳐 놓습니다. 현장에서는 고친 글자보다 그 글자 때문에 함께 움직이는 돈과 날짜를 놓칠 때 손실이 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