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공부를 하며 입찰표보다 먼저 적은 것

처음 법원 입찰장에 갔을 때 제 수첩에는 예상 낙찰가만 빽빽했습니다. 옆자리에서 입찰표를 고쳐 쓰는 사람을 보니 저도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더군요. 그날은 낙찰받지 못했습니다. 돌아와서 빠뜨린 비용을 다시 적어보니,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부동산 경매 공부는 싸게 사는 법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을 걸러내는 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처음 한 달은 낙찰가 대신 기록을 남겼다
경매 공부를 시작하면 낙찰가율부터 보게 됩니다. 감정가 4억 원인 아파트가 3억 원에 낙찰됐다면 1억 원을 번 듯한 느낌이 들죠. 그런데 감정가는 매각 시점의 거래가격이 아닙니다. 평가일과 입찰일 사이에 시장이 움직였을 수 있고, 같은 단지라도 층·향·수리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저는 초보에게 한 지역, 한 유형만 골라 20건 정도 기록하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거주지 근처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만 보는 겁니다. 사건번호, 감정평가 시점, 최저매각가격, 실제 낙찰가, 같은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와 현재 매물 호가를 한 줄씩 적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거래가격과 현장 중개업소가 말하는 매도가격이 얼마나 다른지도 확인합니다. 호가는 팔겠다는 가격이지, 팔린 가격이 아니니까요.
한 번은 유찰 횟수만 보고 관심을 가졌던 집이 있었습니다. 같은 평형의 거래가격보다 최저가가 낮았거든요. 현장에 가보니 단지 안에서도 그 동은 큰 도로와 가까웠고, 집 상태를 확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엑셀에 적힌 할인율은 분명했지만, 나중에 누구에게 얼마에 팔 수 있을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권리분석은 서류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서 물건을 보면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등기사항증명서를 더해 네 자료를 나란히 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인수 권리와 임차인 기재, 현황조사서의 실제 점유 상황, 감정평가서의 건물 상태와 평가 시점,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 설정 순서를 서로 맞춰 보는 겁니다.
특히 임차인이 있으면 보증금 숫자만 보고 넘어가면 위험합니다. 전입 시점, 점유 여부,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와 기한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앞선 권리가 매각으로 소멸하는지, 매수인이 부담할 부분이 있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민사집행법도 권리의 종류와 선후관계에 따라 매각 후 처리 방식을 달리 정합니다. ‘경매니까 권리는 전부 지워진다’는 말을 믿고 입찰할 수는 없습니다.
서류끼리 맞지 않는 경우가 더 중요합니다. 현황조사서에는 점유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쓰여 있는데, 현관에는 누군가 생활하는 흔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된 전입 기록만으로 현재 점유 상태를 단정할 수도 없죠. 저는 이런 물건에 표시를 해둡니다. 확인할 방법과 비용이 보이지 않으면, 싼 가격을 이유로 억지로 입찰하지 않습니다.
입찰가는 수익률보다 지출표에서 나온다
가령 현장을 확인한 집의 예상 매도가격을 3억 2천만 원으로 잡았다고 해보죠. 취득 관련 비용, 수리비, 명도 협의비, 보유 중 이자와 관리비를 합쳐 1천8백만 원으로 예상합니다. 매도 비용과 세금 변동에 대비한 여유분 1천2백만 원, 원하는 이익 3천만 원까지 빼면 입찰 상한은 2억 6천만 원입니다. 3억 2천만 원에서 1천8백만 원, 1천2백만 원, 3천만 원을 차례로 뺀 숫자입니다.
이건 계산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 취득세와 양도 관련 세금은 보유 주택 수, 취득·처분 시점, 지역,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리 범위를 열어보기 전에는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가를 정한 뒤에도 세금과 자금 계획을 다시 확인합니다. 숫자 하나가 바뀌면 상한도 다시 써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낙찰 후에 알아보면 늦습니다. 예상 대출액을 낙찰가의 일정 비율로 단정하지 말고, 입찰 전에 금융기관에 물건과 본인 조건을 제시해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잔금을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합니다. 그 돈이 없으면 싸게 낙찰받았다는 이야기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명도까지 그려지지 않으면 입찰하지 않는다
낙찰받은 뒤 바로 집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점유자와 연락하고, 이사 일정을 협의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절차를 밟는 시간이 듭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낸 뒤 신청하는 인도명령은 민사집행법상 6개월이라는 신청 기간이 있지만, 모든 점유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점유자의 권리와 인도 의무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저는 입찰 전 수첩에 세 가지를 씁니다. 누가 점유하는지, 언제 인도받을 수 있을지, 예상보다 두 달 늦어지면 이자와 관리비가 얼마 늘어나는지입니다. 모르는 항목은 빈칸으로 두지 않고 ‘미확인’이라고 적습니다. 그 표시가 남아 있으면 현장과 자료를 더 확인하거나 입찰을 접습니다.
공매도 같은 마음으로 봅니다. 온비드에 올라온 물건이라도 매각 조건과 인도 책임은 공고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에서 익힌 절차를 그대로 대입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십 년 넘게 입찰장을 다녔어도 저는 확신이 서지 않는 물건을 그냥 보내는 날이 많습니다. 그날 아낀 입찰보증금보다, 모르는 위험에 돈을 묶지 않은 선택이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