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변호사 찾던 세입자와 경매 기록을 펼쳐봤다

경매 현장에서 세입자가 제게 가장 자주 묻는 말 중 하나가 “변호사를 선임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나요?”입니다. 마음은 급한데 경매 안내문에는 낯선 용어만 가득하죠. 그럴 때 저는 먼저 계약서보다 등기부와 전입 날짜를 나란히 놓습니다. 소송을 이길 가능성과 실제로 돈을 회수할 가능성은 따로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이름부터 검색하기 전에 날짜를 맞춰봤다
한 상담 장면을 예로 들어볼게요. 설명을 위해 금액과 날짜를 바꾼 사례입니다. 보증금은 2억 원, 근저당권 설정일은 3월 4일, 세입자의 전입신고일은 3월 5일이었습니다. 세입자는 입주와 확정일자까지 마쳤으니 먼저 배당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임차인의 대항력은 원칙적으로 그다음 날 발생합니다. 날짜 하루가 선순위 근저당권과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전입 날짜 하나만으로 피해액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확정일자, 다른 임차인, 세금 관련 권리, 실제 매각대금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경매 사건에서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등기사항증명서를 따로 펼쳐 놓습니다. 서류마다 담긴 정보가 다르고, 현황조사서에 적힌 보증금만 믿었다가 실제 계약 내용과 다른 경우도 봤습니다.
전세사기변호사에게 처음 가져갈 자료도 여기서 나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갱신 계약서, 확정일자 확인 자료, 주민등록 관련 자료, 보증금 이체 내역, 등기사항증명서, 임대인과 주고받은 문자, 경매 사건번호가 기본입니다. 계약 당시 설명과 실제 권리관계가 달랐다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광고 화면도 챙깁니다. 상담 시간이 증거를 찾는 데만 다 쓰이면 아깝습니다.
고소와 보증금 반환 소송은 길이 달랐다
“사기로 고소하면 보증금이 나오겠죠?”라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형사 절차는 속임수와 고의가 있었는지를 다투는 길입니다. 보증금 반환청구는 임대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민사 절차이고요. 고소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경매 배당이 늘거나 보증금이 자동으로 입금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돈을 못 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사기인가요?”만 묻기보다 무엇을 언제 설명받았고, 계약 당시 등기와 실제 채무 상태가 어땠는지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편이 낫습니다. 임대인 외에 중개인 등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있는지도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변호사가 맡을 일이 보증금 반환 소송인지, 손해배상청구인지, 형사 고소인지부터 구분해야 수임료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판결을 받아도 상대방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회수는 막힙니다. 상담 자리에서는 승소 가능성과 별도로, 경매에서 예상되는 배당액과 다른 재산에 대한 집행 가능성을 물어야 합니다. 듣기 불편해도 이 숫자가 소송비용을 쓸지 결정하는 데 필요합니다.
경매가 시작됐다면 배당요구 날짜가 먼저다
제가 특히 긴장하는 순간은 세입자가 경매 통지를 받은 뒤에도 “변호사 상담 예약일부터 잡았다”고 말할 때입니다. 우선변제권을 배당에서 행사하려면 해당 사건의 배당요구종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선순위 임차인인지, 배당요구를 할지, 보증금 일부가 남으면 매수인에게 주장할 권리가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서류를 늦게 내고 나서 소송으로 모두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이사도 서두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서를 냈다는 것과 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다는 것은 다릅니다. 대항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기 완료 전에 점유를 잃으면 권리 순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도 이사 후 임차권등기가 마쳐져 기존 대항력이 유지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새집 계약금 때문에 급하더라도 등기 완료 여부와 현재 점유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신청도 별도 절차입니다. 결정 여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이 달라질 수 있지만, 신청만으로 모든 채권의 순위가 바뀌거나 보증금 전액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매 일정과 피해자 결정 절차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선임 계약서에는 무엇을 맡기는지 적혀 있어야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는 보증금 미반환이나 경·공매 피해에 관해 법률상담을 안내합니다. 상담 분야도 나뉩니다. 경매·집행과 임차권등기명령 같은 절차는 법무사 상담, 보증금 반환·손해배상 소송이나 형사 고소는 변호사 상담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먼저 상담을 받아 현재 단계에 필요한 절차를 좁히면 유료 선임 여부를 판단하기가 수월합니다.
유료로 맡길 때는 선임 범위를 글로 확인합니다. 상담만 하는지, 내용증명과 소장 작성까지인지, 경매 배당요구나 배당이의 대응이 포함되는지, 형사 고소는 별도 계약인지가 중요합니다. 착수금 외에 인지대·송달료·집행비용, 항소나 강제집행 때 추가 비용이 생기는지도 물어봅니다. “전액 회수”를 쉽게 약속하는 말보다, 예상 배당액과 회수되지 않을 금액을 근거와 함께 설명하는 답이 믿을 만합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좋은 조언은 대개 듣기 편하지 않습니다. 어떤 돈은 경매에서 받을 수 있고, 어떤 돈은 판결을 받아도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서류의 날짜와 남은 절차를 차분히 짚어주는 전세사기변호사를 만나는 일이, 승소를 장담하는 말을 듣는 것보다 피해를 줄이는 데 더 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