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동산 물건 직접 보러 다녀봤더니, 아파트 경매랑 완전히 달랐습니다

공장 하나 보러 갔다가 숫자보다 냄새를 먼저 봤습니다
얼마 전 수도권 외곽에 나온 산업부동산 경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감정가는 18억대, 최저가는 한 번 유찰돼서 12억 후반까지 내려온 공장 물건이었죠. 등기부만 보면 근저당 몇 개, 임차인 하나, 압류 조금 붙은 평범한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파트는 문 앞에서 관리사무소, 우편함, 점유자 분위기를 보면 대충 감이 오는데 산업부동산은 땅 냄새, 진입도로, 전기 용량, 주변 업종부터 봐야 합니다.
그 공장은 겉으로는 멀쩡했습니다. 철골 구조에 층고도 괜찮고, 마당도 넓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뒤쪽으로 돌아가니 폐유통이 몇 개 쌓여 있었고, 바닥 일부는 기름 자국이 검게 배어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고도 단순히 평당 얼마 싸다,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다 이렇게 접근하면 위험합니다. 산업부동산은 낙찰가보다 낙찰 후 돈 들어갈 구멍이 더 무섭습니다.
산업부동산은 시세조사가 제일 까다롭습니다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비슷한 층 거래를 보면 어느 정도 가격이 잡힙니다. 상가는 그래도 임대료와 유동인구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죠. 그런데 산업부동산은 같은 동네에 있어도 가격 차이가 큽니다. 도로 폭 6m냐 8m냐, 대형 차량 진입이 되느냐, 동력 전기가 얼마나 들어와 있느냐, 층고가 몇 미터냐에 따라 매수자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물건 중에는 토지 500평, 건물 250평 규모의 공장이 있었습니다. 감정평가서에는 토지 단가가 주변 거래 수준으로 잡혀 있었는데, 실제 중개업소 세 군데를 돌며 물어보니 반응이 애매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5톤 차량은 들어가는데 11톤 차량은 회전이 불편하다는 겁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큽니다. 물류가 막히면 임차인이 안 들어오고, 임차인이 안 들어오면 수익률 계산이 무너집니다.
산업부동산 시세를 볼 때 저는 최소한 아래 항목은 따로 적습니다.
- 진입도로 폭과 대형 차량 회전 가능 여부
- 전기 용량, 수전 설비, 증설 가능성
- 건물 층고, 바닥 하중, 호이스트 설치 여부
- 주변 업종과 민원 가능성
- 공장등록 가능 업종과 용도지역 제한
- 폐수, 소음, 분진 관련 흔적
이걸 확인하지 않고 매각물건명세서와 감정평가서만 보고 들어가면, 낙찰 후 매각도 어렵고 임대도 애매한 물건을 안게 됩니다. 싸게 산 줄 알았는데 시장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물건이면 그건 싸게 산 게 아닙니다.
권리분석보다 무서운 게 인허가와 점유 문제입니다
초보분들은 경매라고 하면 등기부, 말소기준권리, 대항력 있는 임차인부터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그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산업부동산에서는 기본 권리분석을 통과해도 끝이 아닙니다. 기존 점유자가 공장주인지, 임차인인지, 하청업체인지, 기계 소유자가 따로 있는지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 꽤 자주 나오는 문제가 기계와 시설물입니다. 건물 안에 프레스, CNC, 콤프레서, 배관, 집진시설이 남아 있는데 이게 건물 부합물인지, 임차인 소유 동산인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낙찰자는 건물 샀다고 생각하지만 점유자는 기계는 내 거라고 주장합니다. 명도 협상이 길어지고, 보관료나 철거비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험해집니다.
한 번은 공장 명도를 하면서 내부에 남은 원자재와 폐기물 처리비 견적만 1,200만 원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낙찰 전에는 사진상으로 그냥 잡동사니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산업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물건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 비용은 수익률 계산에서 빠지기 쉽습니다. 입찰가 산정할 때 명도비 300만 원 정도로 적어 놓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경락잔금대출도 아파트처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산업부동산은 대출도 다르게 봐야 합니다. 아파트는 낙찰가와 KB시세, 개인 소득 기준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됩니다. 하지만 공장, 창고, 지식산업센터, 물류시설 같은 산업부동산은 금융기관마다 평가가 크게 갈립니다. 어떤 은행은 감정가의 70%까지 이야기를 꺼내다가도, 업종 리스크나 임대 공실 가능성을 보고 한도를 낮춥니다.
특히 법인 명의로 받을지 개인 명의로 받을지, 임대 목적이냐 직접 운영 목적이냐에 따라 조건이 달라집니다. 낙찰받고 나서 은행을 찾으면 늦습니다. 저는 산업부동산 입찰 전에는 최소 두 군데 이상 금융기관에 물건 자료를 보내 봅니다. 사건번호, 감정평가서, 위치도, 사진, 예상 낙찰가, 자기자본 규모를 같이 전달해야 담당자도 현실적인 답을 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출 가능’이라는 말만 믿지 않는 겁니다. 가능하다는 말과 실제 실행되는 금액은 다릅니다. 금리 1% 차이도 공장 물건에서는 연간 현금흐름을 크게 흔듭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빌렸는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 이자만 1,000만 원 차이입니다. 월세 500만 원짜리 임차인을 맞춘다고 계산해도, 공실 두세 달이면 숫자가 금방 깨집니다.
초보가 피해야 할 산업부동산 물건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산업부동산으로 크게 들어가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익이 커 보이는 만큼 변수도 큽니다. 특히 감정가 대비 50~60%까지 떨어진 공장 물건은 이유 없이 싸지 않습니다. 유찰이 여러 번 됐다면 현장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런 물건은 일단 멀리 둡니다. 첫째, 기존 업종이 도금, 폐기물, 화학, 도장처럼 환경 리스크가 큰 물건입니다. 둘째, 진입도로가 좁거나 사도 지분 관계가 복잡한 물건입니다. 셋째, 공장등록이나 용도변경 가능성이 불명확한 물건입니다. 넷째, 점유자가 영업 중인데 대화 자체가 어려운 물건입니다. 다섯째, 내부 확인이 거의 안 되는 물건입니다.
산업부동산은 잘 사면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7억대에 낙찰받은 소형 공장을 2년 뒤 10억 넘게 매도한 투자자도 봤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주변 공장 거래를 몇 달 동안 추적했고, 직접 임차인을 구할 네트워크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유튜브에서 공장 경매가 돈 된다는 말만 듣고 들어간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입찰가를 깎는 방식
산업부동산 입찰가를 잡을 때 저는 감정가에서 몇 퍼센트 할인이라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먼저 보수적인 매도가를 잡고, 거기서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철거비, 수리비, 대출이자, 공실 기간 비용을 뺍니다. 그리고 최소한 남아야 하는 안전마진을 다시 뺍니다. 그렇게 계산하면 생각보다 쓸 수 있는 입찰가가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주변 매도 가능가를 15억으로 봤다고 해도 바로 13억, 14억을 쓰면 안 됩니다. 취득세와 부대비용으로 6~7천만 원, 수리와 정비에 5천만 원, 공실과 이자 비용으로 3천만 원, 예상 못 한 비용으로 3천만 원만 잡아도 1억 7천만 원이 빠집니다. 여기에 최소 수익을 남기려면 입찰가는 더 내려와야 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이 계산을 냉정하게 합니다.
산업부동산은 화려한 수익 사례보다 안 보이는 비용을 먼저 보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공장 문 하나 열어보면 장부에 없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물건을 볼 때마다 욕심보다 찜찜함을 더 믿습니다. 찜찜한데 설명이 안 되면 입찰장에 가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경매에서 돈을 버는 날보다 돈을 지키는 날이 훨씬 많아야, 다음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