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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으로 시세 찍고 입찰가 써봤더니,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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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으로 시세 찍고 입찰가 써봤더니,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들

법원 앞 커피숍에서 KB부동산부터 켜는 이유

얼마 전 인천지방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제 앞자리 젊은 분이 감정가만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군요. 물건은 구축 아파트였고 감정가는 3억 2천만 원, 최저가는 한 번 유찰돼 2억 2천만 원대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싸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물건을 볼 때 제일 먼저 KB부동산을 켭니다. 감정가보다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얼마에 거래되는지가 훨씬 중요하니까요.

경매 초보가 자주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감정가 3억짜리가 2억 2천에 나오면 8천만 원 싸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감정평가 기준일이 8개월 전이고, 그 사이 같은 단지 실거래가가 2억 6천에서 2억 3천까지 밀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이자, 명도비, 수리비까지 붙으면 남는 게 아니라 물리는 가격이 될 수 있습니다.

KB부동산은 경매 입찰가를 대신 정해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서 ‘내가 지금 헛된 숫자를 보고 있는지’ 걸러내는 데 꽤 쓸 만합니다. 특히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중에서도 거래 이력이 어느 정도 있는 물건은 KB 시세, 실거래, 매물 호가를 같이 보면 대략적인 시장 온도를 잡을 수 있습니다.

KB 시세만 믿고 들어가면 위험한 구간

제가 예전에 수도권 외곽 아파트를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KB부동산 일반 평균가는 4억 1천만 원 정도였고, 하위 평균가는 3억 9천만 원대였습니다. 최저가는 3억 2천만 원이라 숫자만 보면 넉넉해 보였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같은 동, 같은 평형 매물이 3억 7천에도 안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단지 바로 옆에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었고,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못 맞춰 급매를 내놓는 상황이었습니다.

KB 시세는 유용하지만 항상 조금 늦게 움직입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고, 하락할 때는 아직 버티는 숫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KB부동산을 볼 때 숫자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 KB 일반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의 차이가 큰지 본다
  • 최근 3개월 실거래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본다
  • 현재 매물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얼마나 위에 떠 있는지 본다
  • 전세가율이 급격히 흔들렸는지 확인한다
  •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 층, 향, 수리 상태 차이를 따로 본다

특히 경매 물건은 일반 매매보다 상태 확인이 어렵습니다. 내부를 못 보는 경우가 많고, 점유자가 비협조적이면 수리비도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KB 시세가 4억이라고 해서 내 물건이 4억짜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1층, 탑층, 소음, 누수, 체납관리비, 불법 구조변경 하나만 있어도 숫자는 바로 달라집니다.

입찰가 계산할 때 제가 실제로 보는 순서

저는 경매 물건을 보면 감정가보다 먼저 현재 매매 가능 가격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KB부동산에서 비슷한 평형의 하위 평균가가 3억 8천만 원이고, 최근 실거래가가 3억 6천만 원, 현재 급매 호가가 3억 7천만 원이라면 저는 보수적으로 3억 5천만 원에서 3억 6천만 원 정도를 매각 가능 가격으로 놓고 계산합니다. 욕심내서 최고가를 기준으로 잡지 않습니다.

그다음 비용을 뺍니다. 취득세와 법무비, 명도비, 미납관리비 가능성, 수리비, 대출 이자, 중개수수료를 넣습니다. 구축 아파트라면 수리비를 500만 원으로 잡았다가 막상 들어가서 1천500만 원이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싱크대, 욕실, 도배장판만 생각했는데 누수 흔적이 나오면 계산이 완전히 깨집니다.

예를 들어 매각 가능 가격을 3억 6천만 원으로 보고, 총비용을 2천만 원으로 잡고, 최소 기대수익을 2천만 원으로 잡는다면 제 입찰 상한선은 3억 2천만 원입니다. 남들이 3억 3천, 3억 4천을 쓴다고 해도 저는 안 씁니다. 낙찰받는 게 목적이면 숫자를 올리면 됩니다. 돈을 남기는 게 목적이면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KB부동산에서 놓치면 안 되는 건 ‘가격’보다 ‘흐름’

초보 때는 시세표 숫자만 크게 보입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 보면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같은 5억짜리 아파트라도 최근 거래가 4억 7천에서 4억 9천, 5억 1천으로 올라오는 단지와 5억 4천에서 5억 1천, 4억 8천으로 내려오는 단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매는 낙찰받고 잔금 치르고 명도하고 다시 팔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짧아도 3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걸립니다. 그 사이 시장이 빠지면 처음 계산한 수익은 쉽게 사라집니다.

KB부동산에서 시세 추이를 볼 때 저는 전세 흐름도 같이 봅니다. 매매가가 버티는데 전세가가 먼저 빠지는 단지는 조심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을 받아 들어갈 때도 전세 세팅이 안 되면 보유기간이 길어지고,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반대로 전세 수요가 단단하고 매매 매물이 얇은 단지는 같은 낙찰가라도 버틸 힘이 있습니다.

빌라나 다세대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KB 시세가 아파트만큼 촘촘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같은 건물 안에서도 불법 증축, 주차, 채광, 도로 접면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큽니다. 빌라는 KB부동산보다 등기부, 건축물대장, 주변 실거래, 현장 중개업소 확인 비중을 더 크게 둡니다. 화면에서 예뻐 보이는 가격이 현장에서는 안 팔리는 가격일 때가 많습니다.

초보라면 KB부동산을 이렇게 써야 덜 다칩니다

제가 초보에게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KB부동산에서 숫자를 하나 고르는 게 아니라, 세 개의 가격을 만들어두는 겁니다. 보수 가격, 현실 가격, 욕심 가격입니다. 보수 가격은 최근 낮은 실거래와 급매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현실 가격은 평균적인 매도 가능 가격입니다. 욕심 가격은 시장이 받쳐주고 상태가 좋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입찰가는 보수 가격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수익 계산은 욕심 가격으로 하면 안 됩니다. 초보가 경매에서 다치는 순간은 대부분 ‘이 정도면 팔리겠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매수자가 집을 보러 와서 층이 낮다, 냄새가 난다, 주차가 불편하다, 대출이 덜 나온다며 가격을 깎습니다. 법원에서 숫자로 보던 물건이 시장에 나가면 아주 현실적인 상품이 됩니다.

KB부동산은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권리분석을 대신해주지 않고, 명도 난이도를 말해주지 않고, 내부 상태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저는 KB부동산을 출발점으로 씁니다. 그다음 대법원 경매정보, 등기부등본,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전입세대 열람, 관리사무소 통화, 현장 중개업소 확인까지 이어갑니다. 이 과정을 귀찮아하면 입찰장에서 운에 기대게 됩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틀린 가격을 피하는 일이 더 큽니다. KB부동산은 그 틀린 가격을 걸러내는 첫 번째 체입니다. 체 하나로 끝내면 위험하고, 여러 번 걸러야 돈이 남습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 밤에 KB 시세와 실거래를 다시 봅니다. 10년을 해도 마지막 숫자를 쓰는 순간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오래 버티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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