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물건 직접 뜯어봤더니 숫자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본 호텔매매 물건, 겉보기엔 꽤 괜찮았습니다
얼마 전 지방 중소도시에 나온 호텔매매 물건을 하나 봤습니다. 매각가가 38억 원대였고, 감정가 대비 가격도 살짝 내려와 있었습니다. 사진만 보면 로비도 깔끔하고 객실 수도 40실이 넘었습니다.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건물 크고, 방 많고, 숙박업이면 현금흐름 나오겠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근데 현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호텔은 그냥 건물 하나 사는 게 아닙니다. 객실 상태, 소방, 위생, 주차, 영업허가, 기존 임차인, 직원 고용, 온라인 예약 평점까지 같이 사는 물건입니다. 아파트나 상가처럼 등기부만 보고 끝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낙찰 직전까지 갔다가 포기한 숙박시설이 있었습니다. 표면 수익률은 연 9%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매출 장부를 받아보니 성수기 몇 달 매출을 연평균처럼 부풀려 놓았고, 실제 비수기 객실 가동률은 3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전기료, 세탁비, 인건비, 플랫폼 수수료를 빼니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았습니다. 숫자는 멀쩡했는데, 현금흐름은 허약했던 겁니다.
호텔매매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매출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호텔매매 상담을 받다 보면 대부분 매출부터 묻습니다. 월매출이 얼마냐, 객실 단가가 얼마냐, 가동률이 몇 퍼센트냐.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비용을 먼저 봅니다. 숙박업은 매출이 커 보여도 빠져나가는 돈이 많습니다.
- 전기, 수도, 가스 같은 고정 운영비
- 청소, 프런트, 야간 관리 인건비
- 린넨 세탁비와 객실 소모품 비용
- 야놀자, 여기어때, OTA 예약 수수료
- 소방, 승강기, 정화조, 냉난방 설비 유지비
- 객실 리모델링과 비품 교체 비용
-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가세 등 세금
특히 객실 리모델링 비용은 초보가 자주 놓칩니다. 객실 40실짜리 호텔에서 침구, 도배, 바닥, 욕실 실리콘, TV, 냉난방기 일부만 손봐도 억 단위가 쉽게 나옵니다. 방 하나에 300만 원만 잡아도 40실이면 1억 2천만 원입니다. 욕실까지 손대면 훨씬 커집니다.
매도인이 “최근까지 영업 잘 됐다”고 말해도 저는 카드 매출 자료, 통장 입금 내역, 예약 플랫폼 정산 내역을 같이 봅니다. 장부만 예쁘게 만든 물건도 있습니다. 현금 매출이 많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증빙이 약하면 저는 없는 매출로 봅니다. 경매장에서는 말보다 서류가 우선이고, 호텔매매도 똑같습니다.
권리분석은 숙박업에서 더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호텔이라고 해서 권리관계가 단순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 상가보다 복잡한 경우가 있습니다. 소유자와 운영자가 다르고, 임대차계약이 여러 번 바뀌었고, 객실 일부를 장기 투숙 형태로 사용하게 한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호텔인데 실제 점유관계는 복잡한 물건이 있습니다.
경매 물건이라면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기본으로 봐야 합니다. 여기에 등기부상 근저당, 가압류, 압류, 전세권, 지상권 여부도 확인합니다. 문제는 서류에 다 안 나오는 점유가 있다는 겁니다. 프런트 직원은 “사장님이 따로 계신다”고 하고, 실제 운영자는 연락이 안 되고, 객실 일부에는 장기 투숙객 짐이 남아 있는 식입니다.
명도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주거용 아파트 명도와 달리 숙박시설은 비품, 영업권 주장, 직원 문제, 예약 고객 문제까지 엮일 수 있습니다. 낙찰받고 잔금 냈는데 한 달 뒤 주말 예약이 이미 잡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가볍게 보면 첫 달부터 싸움이 시작됩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할 호텔매매 물건
- 매출 자료는 화려한데 비용 자료가 빈약한 물건
- 객실 사진이 과하게 보정되어 있고 현장 확인이 어려운 물건
- 주차 대수가 객실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물건
- 소방시설 보완 명령이나 위반건축물 이력이 있는 물건
- 운영자와 소유자가 달라 점유 관계가 흐린 물건
- 주변에 신축 숙박시설이 계속 들어오는 지역 물건
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싸게만 사면 된다”는 접근입니다. 호텔은 싸게 사도 운영을 못 하면 계속 돈을 먹습니다. 공실 아파트는 관리비 정도가 부담이지만, 호텔은 빈방이 많아도 사람을 써야 하고 설비를 돌려야 합니다. 매일매일 비용이 발생합니다.
입지 조사는 지도보다 밤에 가봐야 보입니다
호텔매매에서 입지는 단순히 역세권인지, 대로변인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숙박 수요가 왜 생기는지 봐야 합니다. 출장 수요인지, 관광 수요인지, 병원 보호자 수요인지, 공단 근로자 수요인지에 따라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전에 한 지방 호텔을 밤 10시에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낮에는 조용하고 깨끗해 보였는데, 밤에는 주변 상권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도보 손님은 거의 없고, 차량 진입 동선도 불편했습니다. 근처 모텔들은 네온사인이 켜져 있었지만 실제 주차장은 비어 있었습니다. 지도만 보고 갔다면 놓쳤을 장면입니다.
호텔은 현장을 여러 시간대에 봐야 합니다. 평일 낮, 평일 밤, 금요일 밤, 일요일 오전이 다릅니다. 주변 경쟁업소 객실료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예약앱에서 최저가만 보지 말고, 실제 남은 객실 수와 후기 흐름을 같이 봐야 합니다. 평점 4.7점짜리 경쟁 호텔이 5만 원대에 방을 뿌리고 있다면, 내가 산 호텔이 7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은 다시 봐야 합니다.
대출이 된다고 좋은 물건은 아닙니다
호텔매매에서 경락잔금대출이나 담보대출 가능 여부를 먼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출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출이 나온다는 말이 수익이 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융기관은 담보가치와 상환 가능성을 보지만, 실제 운영 리스크까지 대신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40억 원짜리 호텔을 60% 대출로 산다고 해보겠습니다. 대출 24억 원, 자기자본 16억 원입니다. 금리가 연 5%만 되어도 이자만 연 1억 2천만 원입니다. 월 1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인건비와 공과금, 시설 유지비를 더하면 월 고정비가 꽤 무겁습니다. 객실 가동률이 두세 달만 흔들려도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호텔매매 수익 계산을 할 때 좋은 시나리오보다 나쁜 시나리오를 먼저 넣습니다. 객실 가동률 60%가 아니라 40%로 떨어졌을 때, 객단가가 1만 원 내려갔을 때, 리모델링이 예상보다 5천만 원 더 들어갔을 때도 버틸 수 있는지 봅니다. 이 계산에서 버티지 못하면 그 물건은 제 물건이 아닙니다.
호텔은 잘 잡으면 현금흐름이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다만 초보가 “건물 크다, 매출 있다, 대출 된다” 정도로 접근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는 호텔매매를 볼 때마다 건물을 사는 게 아니라 운영 리스크를 통째로 인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싸 보이는 물건일수록 왜 싸졌는지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투자자일수록 화려한 매출표보다 낡은 욕실, 비어 있는 주차장, 말이 바뀌는 운영자를 더 무섭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