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임차인 낙찰을 고민하다 입찰가를 지운 날

입찰장에서 유찰이 두 번 된 아파트를 보면 저도 먼저 가격에 눈이 갑니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는 문구가 보이면 계산기를 다시 꺼냅니다. 싸게 낙찰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임차인 보증금까지 떠안으면, 그 가격은 더 이상 싼 가격이 아니니까요.
전입일만 보고 선순위라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주택 임차인은 집을 인도받아 거주하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대항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전입신고 날짜를 등기부의 근저당권 설정일과 나란히 놓는 일이 첫 단계입니다. 가령 6월 1일에 입주와 전입신고를 모두 마쳤고 근저당권이 6월 10일에 설정됐다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근저당권보다 먼저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근저당권이 6월 1일에 설정됐다면 ‘전입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앞선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날짜 하나만 믿으면 다칩니다. 전입신고를 했어도 실제 입주가 늦었을 수 있고, 중간에 전출했다가 다시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경매 대상 주택이 제대로 일치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임차권등기가 있다면 그 시기와 경위까지 확인해야 하고요. 저는 등기사항증명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보고서의 날짜를 따로 적어 놓고 서로 맞지 않는 대목부터 확인합니다. 서류 사이에 빈칸이 남으면 입찰가를 높일 근거도 없습니다.
보증금 1억 2천만 원이 낙찰 뒤에도 남는다면
숫자를 단순화해 보겠습니다. 입찰가가 1억 8천만 원이고,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1억 2천만 원인 주택입니다. 임차인이 배당을 받지 못해 보증금 전액이 남는다면, 낙찰자가 생각해야 할 금액은 입찰가만이 아닙니다. 취득세와 등기비용 등을 빼고도 3억 원을 놓고 시세와 비교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다고 해서 보증금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실제 배당액이 3천5백만 원이라면 남은 보증금 8천5백만 원이 매수인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입찰가와 미반환 보증금만 합쳐도 2억 6천5백만 원입니다. 배당액은 선순위 채권, 집행비용 등 여러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찰 전 예상액을 확정액처럼 적어서는 안 됩니다. 반면 보증금이 전액 변제된다면 그 임차권의 인수 문제도 달라집니다. 결국 확인할 숫자는 ‘보증금 총액’과 ‘실제로 변제될 금액’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경매로 임차권이 소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예외로 둡니다. 대법원 판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함께 가진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으나 전액을 받지 못했다면, 남은 금액을 반환받을 때까지 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당요구 여부만 표시해 놓고 ‘명도 가능’이라고 적는 분석표를 제가 경계하는 이유입니다.
입찰표 쓰기 전에는 이 순서로 확인한다
저는 먼저 등기사항증명서에서 근저당권과 압류 등의 설정일을 적습니다. 다음으로 매각물건명세서의 임차인 현황, 보증금, 배당요구 여부와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는 권리 관련 문구를 읽습니다. 현황조사보고서에는 누가 점유하는지, 조사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세 서류가 서로 맞아도 임차인이 실제로 계속 거주하는지, 계약서상 보증금과 확정일자는 어떤지까지 확인할 여지는 남습니다.
- 입주일과 전입신고일을 각각 확인하고, 대항력이 생긴 날을 등기일과 비교한다.
- 보증금 액수와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한 뒤, 전액 배당 가능성을 따로 계산한다.
- 매각물건명세서의 특별매각조건과 인수 관련 문구를 끝까지 읽는다.
- 확인되지 않은 보증금은 0원으로 놓지 않고, 입찰가에 반영할 위험금액으로 잡는다.
매각물건명세서 한 장으로 현장의 모든 사정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임차인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점유 관계가 불명확하다면 그 불확실성도 비용입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다른 세대의 임대차까지 얽힐 수 있어 아파트 한 채를 볼 때보다 확인할 범위가 넓습니다. 초보라면 자료가 모호한 물건에서 추측으로 빈칸을 채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명도비보다 먼저 보증금 반환 자금을 계산한다
낙찰 뒤에는 잔금 납부 기한이 다가옵니다. 이때 ‘경락잔금대출을 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자금 계획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대출 가능액과 조건은 물건, 금융기관 심사, 인수하는 임대차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입찰 전에 낙찰대금, 취득 관련 비용, 예상 보증금 반환액을 현금 흐름표에 따로 올려놓아야 합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단순히 명도비를 제시하거나 인도명령을 신청하는 것만으로 집을 비울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점유를 주장할 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의 예상 수익을 계산할 때 보증금 반환 시점까지 필요한 자금과 보유 기간의 이자, 관리비도 함께 봅니다. 현장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낙찰가를 낮게 쓴 일이 아니라, 낙찰가 뒤에 붙을 돈을 지워 버린 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