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임대 수익을 믿고 입찰했다가 멈춘 이유

얼마 전 경매로 나온 작은 사무실을 보러 갔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감정가보다 최저가도 꽤 내려와 있었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사무실임대 놓으면 월 150만 원은 받는다”고 했죠. 그런데 같은 건물 복도에 붙은 임대 안내문이 세 장이었습니다. 입찰가를 계산하기 전에 그 건물에서 사무실을 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다시 봐야 했습니다.
월세 150만 원보다 빈 사무실 세 칸이 먼저 보였다
사무실은 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금방 나가지 않습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주차가 되는지, 냉난방을 개별로 조절할 수 있는지, 화장실이 층마다 있는지에 따라 문의가 달라집니다. 엘리베이터가 한 대뿐인데 출근 시간마다 기다려야 한다면 작은 회사도 망설입니다. 직원이 매일 써야 하는 공간이니까요.
저는 주변 중개업소에 임대 희망가만 묻지 않습니다. 비슷한 면적이 실제로 얼마에 계약됐는지, 지금 나온 물건은 몇 달째 비어 있는지, 관리비와 주차비를 합치면 임차인이 매달 얼마를 내는지도 묻습니다. 광고에 월세 150만 원이라고 적혀 있어도 관리비가 40만 원이면 임차인에게는 사실상 월 190만 원짜리 자리입니다.
현장에서는 건물 안을 한 바퀴 걷습니다. 불 꺼진 호실, 오래 붙어 있는 임대 안내문, 택배가 쌓인 복도를 봅니다. 평일 낮에 다시 가면 건물이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더 잘 보입니다. 이때 확인한 공실 기간이 수익 계산에서 빠지면, 숫자는 처음부터 예쁘게만 나옵니다.
입찰 전에는 임차인 날짜를 먼저 맞춘다
사무실이 비어 보인다고 점유자가 없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경매 물건이라면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보고서, 세무서의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를 함께 확인합니다. 서류에 적힌 임차인과 현장에서 실제로 쓰는 사람이 같은지도 봐야 합니다. 책상은 빠졌는데 사업자등록이 남아 있거나, 계약 당사자와 간판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사무실처럼 사업자등록 대상인 건물을 주로 영업용으로 쓴다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법 규정상 임차인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는 경매대금에서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와 관련됩니다. 사업자등록일, 인도 시점, 확정일자, 선순위 권리의 설정일을 각각 놓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령 임차인의 대항력이 선순위 근저당권보다 먼저 생겼다면, 낙찰자가 보증금 반환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 전액을 무조건 인수한다고 계산해서도 안 됩니다. 배당 여부와 남는 보증금, 다른 선순위 권리까지 사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날짜 하나가 불명확하면 저는 입찰가를 낮추는 정도로 넘기지 않고 그 불명확한 이유부터 찾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안내한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서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서류 한 장이 현장 점유와 모든 계약 내용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한 층의 일부만 사무실임대 중이라면 어느 구획을 누가 쓰는지, 계약서와 사업자등록에 그 부분이 어떻게 표시됐는지 더 꼼꼼히 봅니다.
싸게 낙찰받아도 월세가 수익으로 남지는 않는다
숫자를 단순하게 놓아보죠. 사무실을 2억 7천만 원에 낙찰받고 취득 관련 비용과 등기 비용 등에 1,800만 원, 수리와 임대 준비에 1,200만 원을 썼다면 투입액은 3억 원입니다.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으로 계약했다고 가정해도,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줄 돈입니다. 수익으로 잡으면 안 됩니다.
일 년 중 두 달을 비워 두면 받은 월세는 1,500만 원입니다. 공실 때 부담한 관리비, 수선비, 중개보수 등을 합쳐 300만 원이 나갔다면 남는 돈은 1,200만 원입니다. 보증금 수령 뒤 묶인 현금 2억 8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4.3%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대출이자와 임대소득에 따른 세금이 아직 빠져 있습니다. 실제 비용과 세금은 소유 형태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자기 숫자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을 쓸 생각이라면 낙찰 전에 금융기관에 가능 금액과 조건을 확인합니다. 감정가나 예상 월세만 믿고 잔금 계획을 세우면 곤란합니다. 대출이 적게 나오거나 임대가 늦어져도 잔금과 이자는 제때 나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상 월세보다 공실이 길어졌을 때 버틸 현금을 먼저 적어 둡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다툴 만한 비용을 남기지 않는다
낙찰 후 사무실임대를 놓을 때는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임차인의 업종이 맞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이라도 간판, 방문 고객,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면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는 원상복구 범위 때문에 다투는 일도 잦습니다. 천장과 바닥, 칸막이, 냉난방기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철거할지 사진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월세 외에 관리비 항목, 주차 대수와 요금, 냉난방 비용 부담, 부가가치세 처리도 계약 전에 맞춰야 합니다. “관리비 별도” 다섯 글자로는 매달 나올 비용을 알 수 없습니다. 임차인에게는 총지출이 중요하고, 임대인에게는 공실 기간에 자신이 부담할 금액이 중요합니다.
제가 그날 본 물건에는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내려왔지만 같은 건물의 공실 기간과 예상 수리비를 넣으니 제가 감당할 만한 수익이 남지 않았습니다. 좋은 사무실임대 물건은 월세를 크게 부를 수 있는 곳보다, 보수적인 월세와 긴 공실 기간을 넣어도 버틸 수 있는 곳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