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입찰표 작성법 대리인으로 갔다가 멈칫한 이유

법원 입찰장에서 대리인으로 서류를 내던 날, 봉투를 봉하기 직전에 이름 두 개를 다시 읽었습니다. 매수인이 될 사람은 따로 있고, 저는 그 사람을 대신해 온 사람이었거든요. 입찰표 한 칸을 잘못 채우면 좋은 가격을 써도 개찰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대리입찰은 도장 하나 챙기는 일보다 ‘누가 사는지’와 ‘누가 제출하는지’를 끝까지 구분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입찰자 칸에는 실제로 살 사람을 적는다
기일입찰표의 입찰자는 낙찰받으면 매수인이 될 사람입니다. 친구 대신 법원에 왔다고 해서 제 이름을 입찰자 칸에 쓰면 안 됩니다. 실제 매수인의 이름과 주소를 입찰자 칸에, 제 이름과 주소를 대리인 칸에 적어야 합니다. 이름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위임장에 적힌 본인·대리인과 각각 맞는지도 봅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서도 기일입찰표에 입찰자의 이름·주소, 대리입찰 때는 대리인의 이름·주소를 기재하도록 안내합니다.
사건번호와 물건번호도 입찰 전에 따로 적어 둡니다. 한 사건에서 여러 물건을 파는 경우에는 사건번호가 같아도 물건번호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입찰표를 쓰기 직전에 법정 게시물과 매각물건명세서를 다시 대조합니다. 전날 출력한 자료만 믿었다가 매각기일이 바뀌거나 물건이 빠진 사실을 늦게 알면, 서류를 잘 쓴 의미가 없어집니다.
위임장은 이름보다 도장이 먼저 문제 된다
개인 매수인을 대신해 입찰한다면 위임장과 매수인 본인의 인감증명서, 대리인의 신분증을 기본으로 준비합니다. 위임장에는 해당 사건의 입찰을 맡긴다는 취지와 본인·대리인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적고, 본인의 인감을 날인합니다. 위임장에 찍힌 도장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일치하는지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이 대신 가더라도 대리입찰 서류를 빼놓고 ‘가족인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제가 자주 보는 실수는 위임장을 받아 놓고 인감증명서를 다른 서류철에 둔 경우입니다. 법정에 도착해서야 찾으면 입찰 마감 시간만 빠르게 갑니다. 반대로 인감증명서만 있고 위임장에 날인이 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대리권을 증명할 서류는 낱장별로 확인한 다음 한 묶음으로 챙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인 명의 입찰이나 공동입찰은 필요한 표시와 증명서류가 달라질 수 있으니, 이 글의 개인 단독입찰 준비물을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해당 법원의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입찰가격과 보증금은 서로 다른 숫자다
가령 어떤 물건의 이번 회차 최저매각가격이 2억 원이고, 내가 정한 입찰가격이 2억 3,500만 원이라고 해봅시다. 매수신청보증이 최저매각가격의 10%로 정해진 사건이라면 필요한 보증금은 2,000만 원입니다. 내가 써낸 2억 3,500만 원의 10%를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법원이 보증 비율을 달리 정한 사건도 있으므로 당일 공고와 특별매각조건의 금액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입찰가격은 숫자 하나가 가장 무섭습니다. 2억 3,500만 원을 쓰려다 0을 하나 더 붙이는 사고가 실제로 있었고, 법원행정처는 이를 줄이려고 2026년 11월 2일부터 기일입찰표 양식을 바꿨습니다. 가격·보증금 기재 공간을 넓히고 주의 문구와 작성 사례도 넣었습니다. 그래도 종이가 대신 검산해 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가격을 적기 전에 상한액을 따로 써 두고, 입찰표에 옮긴 뒤에는 자릿수를 오른쪽부터 다시 읽습니다. ‘이 금액에 낙찰돼도 잔금을 치를 수 있나’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숫자 검토가 끝납니다.
수익 계산도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낙찰가와 시세 차이만 보면 여유 있어 보여도 취득세, 잔금대출 비용, 수리비, 명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임차인 보증금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거나 권리관계가 불명확하면 입찰표를 정확히 쓴다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권리분석에 확신이 없을 때 대리인에게 ‘일단 넣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봉투를 넣기 전에는 세 가지만 다시 본다
기일입찰은 입찰표와 매수신청보증을 정해진 방식으로 제출합니다. 현금이나 자기앞수표를 쓰는 경우 보증금을 작은 보증봉투에 넣고, 입찰표와 함께 큰 입찰봉투에 넣는 절차를 따릅니다. 법정에서 받은 봉투의 안내와 집행관의 설명을 확인하면서 진행합니다. 대리권 서류를 어느 봉투에 넣어야 하는지도 현장 안내에 맞춰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입찰자 칸의 매수인과 대리인 칸의 제출자가 위임장 내용과 맞는가.
- 사건번호·물건번호·입찰가격의 자릿수가 당일 확인한 내용과 맞는가.
- 이번 회차에 정해진 보증금 전액과 대리권 서류가 빠짐없이 준비됐는가.
입찰함에 넣은 뒤에는 입찰표를 바꾸거나 취소할 수 없습니다. 개찰에서 이름이 불렸을 때보다 봉투를 넣기 직전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제가 자주 하는 이유입니다. 처음 대리입찰을 맡았다면 서둘러 제출하는 사람을 따라갈 필요 없습니다. 마감 시각 안에서 서류와 숫자를 한 번 더 읽는 몇 분이, 낙찰 뒤의 몇 달보다 값질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