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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대차 계약 기간을 믿고 입찰했다가 멈칫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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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대차 계약 기간을 믿고 입찰했다가 멈칫한 이유

상가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계약서의 ‘2027년 만료’라는 문구에서 손이 멈춘 적이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낙찰 뒤 몇 달만 기다리면 점포를 비울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임차인이 처음 영업을 시작한 날과 사업자등록일을 따로 확인하니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 기간은 계약서에 적힌 마지막 날짜 하나로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계약서의 2년과 갱신요구권의 10년은 다른 이야기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입니다. 여기서 ‘최초’가 중요합니다. 임대인이 바뀌거나 2년짜리 계약서를 여러 번 다시 썼다고 해서 매번 10년이 새로 시작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에 처음 계약한 임차인이 2년마다 갱신했다면, 2026년에 작성한 계약서만 보고 ‘이제 2년 남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체 기간은 최초 계약부터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상가는 무조건 10년을 보장한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에 갱신을 요구해야 하고,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습니다.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법에서 원칙적으로 1년으로 봅니다. 다만 임차인은 약정한 짧은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 2018년 10월 16일에 갱신요구권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기 때문에, 오래된 계약은 체결일과 그 뒤 실제 갱신 여부까지 봐야 합니다. 예전 계약에 현재의 10년 규정을 무조건 대입하는 것도 실수입니다.

만료일을 알았으면 통지 날짜부터 적는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는 임대차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입니다. 만료일이 12월 31일이라면 연말에 처음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은 분쟁을 부릅니다. 저는 계약서를 볼 때 만료일 옆에 갱신요구 가능 기간을 따로 적습니다.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언제, 누구에게 어떤 의사를 전했는지 남는 자료도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그 기간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종전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고, 존속기간은 1년입니다. 이때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아무 말 없었으니 바로 빈 점포가 된다’는 계산은 맞지 않습니다. 보증금 규모에 따라 묵시적 갱신 규정의 적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어 고액 임대차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월세를 밀린 기록도 중요합니다.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이른 사실이 있으면 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고, 현재 연체액이 3기분에 달하면 계약 해지 문제도 생깁니다. 월세 200만 원인 계약이라면 3기분은 600만 원입니다. ‘석 달 연속’이라는 표현보다 연체액과 입금 날짜를 장부로 맞춰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경매에서는 남은 기간보다 대항력이 먼저다

입찰장에서 흔히 보는 착각이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의 만료일이 지났으니 낙찰받으면 곧바로 명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상가는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으로 대항력이 생길 수 있고, 그 시점이 선순위 권리보다 앞서는지에 따라 낙찰자가 감당할 일이 달라집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경매에서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않으면 소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대차기간과 보증금 인수 위험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령 낙찰가를 5억 원으로 예상하고 보증금 5천만 원의 점포를 검토한다고 해봅시다. 선순위 대항력과 배당 결과에 따라 반환해야 할 보증금이 남는다면, 실제 투입액은 낙찰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명도 협의에 드는 시간, 공실 기간의 이자, 수선비도 붙습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이고, 실제 인수액은 권리 순서와 배당 내역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제가 확인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임대차계약서의 최초 계약일과 변경 계약서, 점포 인도일과 사업자등록 신청일을 맞춰 봅니다. 등기부의 선순위 권리 설정일과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의 임차인 진술도 대조합니다.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을 가능성을 따집니다. 서류끼리 날짜나 금액이 다르면 임차인에게도 확인합니다. 현황조사서 한 장에 적힌 계약기간만 믿고 입찰가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일정이 저절로 확정되지는 않는다

갱신요구권의 1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내일 바로 나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사자가 새로 계약할 수도 있고, 종료 통지의 적법성이나 보증금 반환 시점을 두고 다툴 수도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와 관련한 문제도 별개로 남을 수 있습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기간을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초보 때는 만료일이 가까운 상가를 ‘빨리 비워질 물건’으로 보기가 쉽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럴수록 최초 계약일, 갱신 통지, 대항력, 보증금 배당을 한 줄씩 다시 봅니다. 그 확인에 하루를 더 쓰는 편이 낙찰 뒤 몇 달을 허비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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