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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권 앞에서 입찰가를 고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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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권 앞에서 입찰가를 고친 날

입찰 전날, 상가 임차인이 보낸 문자 한 통 때문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린 적이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대차 종료일이 석 달 뒤로 적혀 있었는데, 임차인은 가게를 더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명도 비용만 조금 늘려 잡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와 사업자등록 신청일을 맞춰 보니, 낙찰 뒤에도 그 임대차를 이어받을 가능성부터 따져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권은 입찰가에도 영향을 줍니다.

계약서의 만료일만 보면 놓치는 것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법에서 정한 거절 사유가 없으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입니다. 여기서 ‘10년 보장’이라는 말만 기억하면 위험합니다.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에 요구했는지, 최초 계약이 언제 시작됐는지, 거절 사유가 있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에 처음 임차해 2년씩 계약을 이어 온 가게가 2028년 2월 말 계약 만료를 앞뒀다고 합시다. 임차인이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한다면, 새 소유주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내보낼 수 있다고 계산해서는 곤란합니다. 반대로 계약서를 새로 쓸 때마다 10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보는 것도 틀립니다. 기준은 최초 임대차부터 이어진 전체 기간입니다.

오래된 계약은 한 가지를 더 봅니다.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건 2018년 법 개정 때입니다. 개정 전 계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10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개정법 시행 전에 종전의 5년 행사기간이 이미 지난 사안에서, 이후 갱신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래 영업한 점포라면 계약 체결일과 각 갱신일을 연표로 적어 놓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낙찰받으면 기존 계약은 끝나는 것 아니냐”입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해 대항력을 갖췄는지, 그 시점이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는지, 경매 배당으로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는지에 따라 낙찰자의 부담이 달라집니다.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낙찰자가 승계한다면, 임차인의 적법한 갱신 요구도 검토 대상이 됩니다.

제가 입찰표에 먼저 적는 것은 예상 매도가가 아닙니다. 등기부의 권리 설정일, 실제 점유자, 사업자등록 신청일, 최초 계약일, 현재 계약 만료일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임대차계약서의 날짜가 서로 맞는지도 확인합니다. 2026년부터는 상가건물임대차현황서에 사업자등록 신청일과 정정신고일이 구분돼 표시됩니다. 정정신고일을 최초 신청일로 착각하면 대항력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이 부분도 유심히 봅니다.

가령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200만 원인 점포가 있다고 합시다. 낙찰자가 곧바로 명도한 뒤 월세 300만 원에 다시 임대할 생각으로 값을 썼는데, 기존 임차인이 대항력과 갱신요구권을 갖췄다면 그 수익표는 출발부터 어긋납니다. 월세 차이만 연 1,200만 원입니다. 보증금 반환 부담, 공실 기간, 명도 협의 비용까지 더하면 낙찰가를 몇 천만 원 낮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숫자는 예시지만, 계산이 뒤집히는 방식은 실전에서도 같습니다.

임차인도 무조건 갱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임차인에게 갱신요구권이 있어도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은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입니다. 월세 200만 원이라면 연체액이 600만 원에 이른 적이 있는지를 봅니다. 반드시 세 달을 연속으로 밀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뒤늦게 밀린 돈을 냈더라도 과거 연체 사실이 쟁점이 될 수 있으니, 입금 내역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동의 없는 전대나 임차인의 고의·중대한 과실에 따른 파손도 거절 사유에 들어갑니다. 철거·재건축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건물을 새로 지을 생각이라는 말만으로 곧장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당시 공사 시기와 소요 기간 등을 포함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등 법이 정한 요건에 맞는지 봐야 합니다. 경매장에서 ‘재건축하면 해결된다’는 말만 듣고 입찰가를 높이는 건 피합니다.

임대료도 별도로 계산합니다. 갱신된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조건이고, 차임과 보증금은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조정됩니다. 흔히 말하는 증액 5% 상한을 모든 상가에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됩니다. 지역별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갱신 시 증감에 관한 특례가 있어 주변 임대료와 경제 사정 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유무와 원하는 월세를 받을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계산입니다.

입찰 전에 날짜 세 개는 꼭 맞춰 본다

저는 상가 물건을 볼 때 최초 임대차 시작일, 대항력 판단에 필요한 점유·사업자등록 시점, 현재 계약 만료일을 먼저 한 줄에 놓습니다. 그다음 임차인의 갱신 요구가 있었는지 문자, 내용증명, 계약서 특약을 확인하고 차임 연체 내역을 봅니다. 서류만으로 불분명하면 임차인에게 직접 확인하되, 구두 답변 하나로 권리관계를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 임차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언제나 만료일에 점포가 비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통지 여부 등에 따라 묵시적 갱신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상가 임차인의 갱신 거절 통지에 관한 시점을 따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계약 만료일만 보고 잔금일 다음 날 비워질 거라고 잡은 명도 일정은 쉽게 무너집니다.

입찰장에서 몇 백만 원 차이로 낙찰을 놓치면 아쉽습니다. 그래도 상가 임대차를 잘못 읽고 몇 년 치 임대수익을 잘못 계산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임차인이 언제부터 어떤 권리로 영업하고 있는지 확인한 뒤에도 수익이 남는 물건이라야, 저는 입찰표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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