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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원상복구 범위 따져봤더니 철거비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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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원상복구 범위 따져봤더니 철거비가 달랐다

상가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천장 덕트와 주방 배수관부터 본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바로 임대할 수 있을 만큼 멀쩡한 점포였죠. 그런데 기존 임차인이 나가면서 설비를 뜯어 가겠다고 하면, 다음 임차인을 맞기 전에 바닥과 천장을 다시 손봐야 합니다. 반대로 낙찰자가 전부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입찰가를 낮췄는데, 실제로는 그대로 쓸 수 있는 시설일 수도 있습니다. 상가 원상복구 범위는 그 차이만큼 돈이 됩니다.

기준은 빈 점포가 아니라 임대 당시 상태다

민법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하도록 정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상가를 콘크리트만 남은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점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누가 무엇을 설치했는지, 계약서에 어떤 특약을 썼는지가 출발점입니다.

가령 임차인이 들어오며 세운 칸막이, 추가한 전기 배선, 주방 후드와 덕트가 있다면 철거와 그에 따른 마감 보수가 원상회복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입점 전부터 있던 화장실이나 기본 천장까지 무조건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벽면 얼룩 하나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흔적인지, 임차인의 시공이나 부주의로 생긴 손상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대법원도 원상회복 범위는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상태, 임차인이 변경한 부분을 함께 보고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가장 먼저 찾는 자료가 입점 당시 사진과 시설 인수 목록인 이유입니다. 퇴거 직전 사진만으로는 ‘원래 있던 것’을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전 임차인이 만든 시설이라고 끝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자주 부딪힙니다. 카페를 인수한 임차인이 “이 인테리어는 제가 설치한 게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죠. 대법원 2019년 판결에는 이전 임차인에게서 커피전문점 영업을 넘겨받은 뒤 같은 점포를 임차한 사례가 나옵니다.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가 있었고, 시설은 특정 커피전문점 운영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전 임차인이 설치했다는 사정만으로 새 임차인의 철거 의무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인이 지출한 철거비를 반환할 보증금에서 공제한 판단도 받아들였고요.

그렇다고 권리금을 주고 시설을 인수한 사람은 언제나 전부 철거해야 한다고 읽으면 위험합니다. 대법원은 2023년 토지 임대차 사건에서, 임대 당시 이미 있던 전 임차인의 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 임차인이 철거할 의무가 없다고 봤습니다. 토지 사건을 상가 점포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누가 설치했나’ 하나만으로 답을 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영업 양수 경위와 원상회복 특약의 문구까지 읽어야 합니다.

낙찰자라면 철거 책임부터 단정하지 않는다

경매에서는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점유 중인 사람이 누구인지와 낙찰 후에도 그 임대차가 낙찰자에게 이어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를 논하려면 그 의무를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임대차가 낙찰로 소멸하는 물건이라면, 전 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계약 문구만 보고 낙찰자가 보증금에서 철거비를 뺄 수 있다고 계산하면 안 됩니다.

입찰 전에는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임대차계약서 확보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현장에서는 간판, 외부 덕트, 냉난방기 배관, 바닥 매립 설비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천장 안쪽과 배수 연결부는 출입 협조를 받을 수 있을 때 확인하고, 확인이 안 되면 견적의 불확실성으로 남겨 둡니다. 점유자와 시설 인수나 철거를 협의한다면 ‘어느 시설을 누가 언제까지 처리할지’를 글로 남기는 편이 뒤탈이 적었습니다.

견적서 한 장보다 철거 후 상태가 중요했다

예를 들어 20평 점포에 주방 시설이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죠. 철거 180만 원, 폐기물 반출 90만 원, 배수관 마감 70만 원, 천장 보수 100만 원이면 440만 원입니다. 여기서 한 달 공실 비용을 150만 원으로 잡으면 부담은 590만 원이 됩니다. 이 수치는 시세가 아니라 입찰 전 계산 방식을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건물 구조와 지역, 폐기물 양에 따라 견적은 크게 달라집니다.

업체에는 ‘전체 철거’ 한 줄짜리 금액 대신 시설별 철거, 폐기물 처리, 철거 후 바닥·벽·천장 보수 금액을 나눠 달라고 합니다. 특히 덕트를 빼고 남은 외벽 구멍, 바닥을 뜯은 뒤 드러나는 방수층은 추가비가 붙기 쉽습니다. 재임대할 계획이라면 새 임차인이 활용할 설비까지 없앨 필요가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다만 남기기로 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 범위를 분명히 해야 다음 퇴거 때 같은 다툼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상가를 볼 때 화려한 인테리어는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저는 그보다 이전 상태를 보여 주는 사진 한 장, 특약 한 줄, 철거 뒤 드러날 바닥을 더 오래 봅니다. 원상복구 비용은 낙찰 뒤에 갑자기 생기는 돈처럼 보이지만, 대개 입찰 전에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서 나옵니다.

상가 원상복구 범위 따져봤더니 철거비가 달랐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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