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인 줄 모르고 입찰할 뻔했다

얼마 전 재건축 아파트 경매 물건을 보는데, 감정가와 최근 거래가의 차이만 계산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조합에 전화해 예상 추가분담금을 물었느냐고 하니 그제야 표정이 달라지더군요. 재건축 물건은 낙찰가만 싸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재건축부담금이 붙을 사업인지, 붙는다면 내 몫을 얼마로 봐야 하는지까지 확인해야 입찰가가 나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은 단지 이름으로 못 가른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인지 볼 때 첫 단추는 사업 종류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소규모재건축사업을 대상으로 둡니다. 낡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다는 말만 듣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재개발인지 재건축인지, 소규모 정비사업이라면 법상 어떤 사업인지 인가 서류의 명칭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면제되는 사업인지입니다. 법에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을 신청한 재건축사업에 대한 임시 면제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날짜는 인가를 받은 날이 아니라 신청한 날입니다. 다만 사업구역이 합쳐지거나 계획이 달라진 경우에는 예전 단지의 면제 여부를 그대로 가져다 판단할 수 없습니다. 법제처도 면제받은 사업이 다른 정비구역과 통합해 시행된 사안에서는 새 사업의 부과대상 여부를 별도로 봤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순서를 자주 거꾸로 밟습니다. 먼저 시세 차익을 크게 적어놓고, 나중에 조합 자료를 찾습니다. 저는 사업시행인가서와 관리처분 관련 서류에서 사업 종류와 신청일을 확인한 뒤에야 수익 계산표를 엽니다. 같은 동네, 비슷한 연식의 단지라도 사업 이력이 다르면 부담금 판단도 달라집니다.
8천만원 이하는 면제지만 내 시세 차익 8천만원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 법상 조합원 1인당 평균 재건축초과이익이 8천만원 이하라면 재건축부담금은 면제됩니다. 초과하면 구간별로 10%에서 50%까지 누진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이 8천만원을 내가 산 가격과 새 아파트 예상 시세의 차이로 받아들이면 계산이 완전히 틀어집니다.
법에서 보는 초과이익은 사업 전체의 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 주택가액, 그 기간의 정상주택가격상승분, 인정되는 개발비용 등을 빼서 구합니다. 산정 개시시점은 원칙적으로 조합설립인가일을 기준으로 보되, 개별 사업의 경과 규정과 자료는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분양분을 포함한 주택가액 계산도 따로 있습니다. 개인이 경매에서 싸게 샀다는 사실만으로 법정 초과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는 아닙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초과이익이 1억 6천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현행 부과율표상 평균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부담금은 1인당 1천100만원 수준입니다. 1억 3천만원까지의 구간에서 500만원, 이를 넘는 3천만원에 20%인 600만원을 더한 값입니다. 실제 조합원별 분담액은 법과 조합 자료에 따른 배분, 감경 여부 등을 반영하므로 이 숫자를 곧바로 특정 호실의 확정 고지액으로 쓰면 안 됩니다.
경매로 사면 누구 몫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경매 서류에서 재건축부담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입찰 전에 아직 부담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매각물건명세서에 내 예상 부담액이 적혀 있을 리 없습니다. 재건축부담금의 법상 납부의무와 조합 내부의 조합원별 분담, 매수 뒤 승계되는 권리·의무를 나눠 봐야 합니다. 경매 취득 시점, 조합원 지위 승계 가능 여부, 부담금 고지 단계에 따라 검토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제가 입찰 전 조합에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부담금 예정액 통지를 받았는지와 가장 최근 통지액이 얼마인지. 둘째, 해당 물건에 배분될 것으로 보는 금액과 그 계산 자료가 있는지. 셋째, 조합원별 추가분담금, 미납 조합비, 이주비 관련 채무가 따로 있는지입니다. 전화로 들은 숫자는 날짜와 답변자를 기록하고, 가능하면 총회 자료나 안내문으로 다시 대조합니다. 예정액은 이후 주택가액과 비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권리분석도 붙습니다.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로 점유와 인수 위험을 보고, 정비사업 단계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확인합니다. 재건축부담금이 낮게 예상돼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하거나 명도와 잔금 조달이 막히면 그 물건은 제 계산에서 바로 빠집니다.
장기 보유 감경은 새 낙찰자의 할인권이 아니다
1세대 1주택자가 일정 요건을 채우고 재건축 대상 주택을 6년 이상 보유했다면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10%에서 최대 70%까지 감경받을 수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에게는 요건을 갖춘 경우 납부유예 제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도인이 20년 보유했다는 말을 듣고 낙찰자인 내 계산표에 70% 감경을 넣으면 위험합니다. 감경은 조합원 본인의 보유기간과 세대의 주택 보유 상황 등을 따지는 제도입니다. 납부유예 역시 면제가 아니라 납부 시점을 늦추는 제도입니다.
입찰가를 잡을 때 저는 확인된 부담액과 아직 변할 수 있는 부담액을 따로 적습니다. 낙찰가에 취득세, 명도비, 금융비용, 조합 추가분담금, 재건축부담금 예상액을 더하고, 보수적으로 잡은 매도가에서 양도세 등 매각 비용을 뺍니다. 예컨대 시세 차익을 7천만원으로 봤어도 추가분담금 3천만원과 부담금 1천만원, 이자와 명도비가 더해지면 남는 돈은 금방 얇아집니다. 숫자를 확인할 수 없는 물건에는 그 불확실성만큼 입찰가를 낮춥니다.
재건축 아파트 경매는 새집이 된다는 기대가 강해서 숫자를 낙관적으로 쓰기 쉽습니다. 저는 조합이 실제로 보내온 자료와 법상 부과 기준을 맞춰본 뒤에도 여유가 남을 때만 입찰합니다. 모르는 부담금을 수익으로 먼저 계산하지 않는 것, 그게 이 시장에서 오래 버틴 제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