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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예방 방법을 경매 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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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예방 방법을 경매 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경매 입찰장에서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세입자의 서류를 볼 때가 있다. 계약서도 있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등기부에 먼저 잡힌 근저당과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을 합치면, 집이 팔려도 남는 돈이 없다. 그때마다 느낀다. 전세사기 예방 방법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내 보증금이 어떤 순서로 돌아올지 따져보는 데서 시작한다.

집값부터 보지 않으면 등기부를 읽어도 소용없다

전셋집을 보러 가면 내부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보다 이 집이 실제로 얼마에 팔릴지를 먼저 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같은 건물과 가까운 지역의 거래를 찾고, 면적·층·준공 연도가 비슷한 물건끼리 비교한다. 매물에 적힌 호가는 집주인이 받고 싶은 가격이지, 팔린 가격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비슷한 집의 거래가가 2억 5천만 원 안팎인데 전세보증금이 2억 3천만 원이라면 여유가 2천만 원뿐이다.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도 보증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보증금이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집은 피하는 편이 좋다고 안내한다. 다만 80% 아래라고 곧바로 안전한 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선순위 채무와 실제 매각 가능 가격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거래가 드문 신축 빌라는 분양가나 광고 가격만으로 시세를 판단하기 어렵다. 비교할 거래가 부족하면 보수적으로 값을 잡는다. 전세금이 집값에 바짝 붙어 있다면, 내부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나는 계약을 미룬다.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내지 않는다

등기사항증명서에서는 먼저 갑구의 소유자와 압류·가압류·신탁 등기를 본다. 을구에서는 근저당권의 설정일과 채권최고액을 확인한다. 등기부에 적힌 채권최고액은 현재 대출 잔액과 같은 숫자가 아니다. 집주인이 ‘대출은 거의 갚았다’고 말해도 말만 듣고 계산하지 않는다. 말소 조건과 확인할 서류가 갖춰지기 전에는 등기상 부담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다가구주택은 더 까다롭다.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등기부에 모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집이 5억 원에 팔릴 것으로 보이고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억 원, 앞선 세입자의 보증금이 2억 원이라면 내 보증금이 들어갈 자리가 좁다. 경매에서는 매각대금에서 비용 등이 먼저 빠질 수 있어 계산은 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과 전입·확정일자 현황을 확인할 수 없으면, 모르는 채무가 없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건축물대장도 같이 본다. 내가 본 호실과 서류상 용도가 맞는지, 위반건축물 표시는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증보험 가입을 생각한다면 이런 항목이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자료와 계약 권한도 확인한다. 특히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 인감 관련 서류, 보증금 수령 권한을 맞춰 보고 입금 계좌도 확인한다.

계약하는 날과 잔금 치르는 날이 더 중요하다

등기부는 계약 전에 한 번 보고 끝낼 서류가 아니다. 계약서를 쓰기 직전에 다시 확인하고, 잔금을 보내기 직전에도 새로 발급받는다. 며칠 사이에 소유자가 바뀌거나 새 근저당이 접수될 수 있다. 잔금일에 등기 신청사건이 처리 중으로 표시되면, 무슨 등기인지 확인되기 전까지 송금을 멈추는 편이 낫다.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 소유권 이전이나 추가 담보권 설정을 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기존 근저당을 잔금으로 갚기로 했다면 말소 방법과 시점, 이행하지 못했을 때의 처리도 적는다. 특약 한 줄이 이미 설정된 권리보다 내 보증금을 앞세워 주지는 않는다. 계약 위반에 대응할 근거를 만드는 장치로 봐야 한다.

잔금은 계약 상대방과 수령 권한을 확인한 뒤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보낸다. 입주해서 열쇠를 받았다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지체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임차인의 대항력은 다음 날부터 생긴다.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을 갖추는 데 필요하지만, 앞선 권리를 없애 주지는 않는다. 이 하루의 시간 차이를 이용한 담보 설정 사례가 있어, 이사 뒤 며칠간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보증보험 가능하다는 말은 가입 승인이 아니다

중개 현장에서 ‘이 집은 보증보험 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나는 그 말을 심사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주택가격, 선순위채권, 건축물 상태 등 조건을 따져 가입 여부와 한도를 판단한다. 계약 전에 해당 집의 예상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신청 기한과 필요한 서류도 챙겨야 한다. 전세대출 보증과 보증금 반환보증도 이름이 비슷할 뿐 역할이 다르다.

보증금 2억 원을 맡기는 계약에서 확인할 서류가 몇 장 더 늘어나는 건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이나 체납 자료 확인에 협조하지 않거나, 잔금 전 등기부 재확인을 꺼린다면 그 반응도 판단 자료다. 내가 경매 현장에서 본 손실은 대개 낯선 법률 용어보다 ‘설마 문제 있겠어’ 하고 넘긴 빈칸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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