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보증금 증액 직접 계산해보니

얼마 전 행복주택에 사는 지인이 보증금을 더 넣으면 월세가 꽤 줄어든다며 계산을 부탁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금액부터 물었죠. 그런데 계약서를 보니 먼저 확인할 게 있었습니다. 본인이 선택해서 보증금을 늘리는 건지, 재계약 때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인상을 통보한 건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숫자보다 권리관계의 성격을 먼저 구분하는데, 임대차계약도 비슷합니다.
같은 보증금 증액이어도 두 가지가 다릅니다
행복주택 보증금 증액을 검색하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섞여 나옵니다. 하나는 입주자가 보증금을 추가로 내고 월 임대료를 낮추는 ‘보증금·임대료 상호전환’입니다. 다른 하나는 재계약 과정에서 기본 임대조건이 바뀌며 보증금이 오르는 경우입니다. 전자는 선택할 수 있는 전환 한도와 이율을 봐야 하고, 후자는 재계약 안내문에 적힌 변경 사유와 금액을 봐야 합니다.
특히 ‘보증금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는 말을 전환보증금에도 그대로 대입하면 계산이 꼬입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의 5% 증액 제한은 임대사업자가 임대료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입니다. 입주자가 동의해 월 임대료 일부를 보증금으로 바꾸는 상호전환은 별도의 기준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계약 고지액인지, 내가 신청하는 전환액인지 계약서와 안내문에서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보증금 1,000만 원을 더 넣으면 월세는 얼마나 줄까
LH청약플러스의 행복주택 임대조건 안내에는 보증금 증액 방향의 전환이율이 연 6.0%로 표시돼 있습니다. 100만 원 단위로 전환하며, 이율은 추후 바뀔 수 있다고도 안내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보증금을 1,000만 원 더 넣으면 월 임대료는 1,000만 원 × 6% ÷ 12, 즉 월 5만 원 줄어듭니다. 2,000만 원이면 월 10만 원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임대료 20만 원인 집에서 1,000만 원을 전환한다면, 계산상 보증금 4,000만 원에 월 임대료 15만 원이 됩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입니다. 실제 전환 가능액은 단지와 주택형마다 다르고, 공고문에 적힌 최대 전환 조건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월 임대료가 계산한 만큼 무한정 내려가는 구조도 아닙니다.
제가 지인에게 다시 물은 건 추가로 넣을 1,000만 원의 출처였습니다. 자기 돈이라면 그 돈을 묶어 두는 대신 매달 5만 원을 아끼는 셈입니다. 연 6%에 해당하는 절감액이지만, 예금 이자와 비교할 때는 세후 수익과 돈을 다시 써야 할 시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사나 생활비 때문에 곧 필요한 돈이라면 월세 절감액만 보고 전부 넣기 어렵습니다.
대출로 채우면 이자부터 빼고 봅니다
보증금 증액분을 대출로 마련한다면 계산은 한 줄 더 길어집니다. 1,000만 원을 연 4%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는 약 3만 3,333원입니다. 월 임대료가 5만 원 줄어도 실제 월 부담 감소는 약 1만 6,667원입니다. 대출금리가 연 6%라면 이자만으로 월 5만 원이 나가니 임대료 절감 효과가 사실상 사라집니다. 둘 다 금리와 전환이율이 그대로라는 가정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여기에 대출 실행 비용, 보증료, 금리 변동 가능성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보증금 대출이 있다면 증액분까지 같은 조건으로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은행 심사와 상품별 한도는 따로 봅니다. 계약 변경 서류가 필요한지, 대출금이 어디로 지급되는지, 퇴거할 때 보증금 반환금으로 대출을 어떻게 갚는지도 대출 담당자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낙찰 잔금 계획을 세울 때 ‘대출은 나오겠지’라고 적어 두는 게 가장 위험했던 경험과 닮아 있습니다.
신청 전에는 공고문과 변경 계약서를 나란히 놓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순서는 간단합니다. 먼저 입주자 모집공고문에서 기본 보증금, 월 임대료, 전환 가능 보증금 한도액, 최대 전환 시 임대조건을 찾습니다. 그다음 현재 계약 조건과 대조합니다. 최초 공고 때 숫자와 지금 적용되는 이율·임대조건이 같다는 보장은 없으니, 실제 신청 시점의 조건은 임대사업자 안내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LH 관리 주택이라면 LH청약플러스에 전환보증금 신청 메뉴가 있습니다. 다른 사업자가 공급한 주택은 그 사업자의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청할 때는 추가 납부액만 보지 말고 변경 계약의 적용일, 입금 기한, 새 월 임대료가 청구되기 시작하는 달을 같이 확인합니다. 자동이체 중이라면 첫 달 청구액도 살펴야 합니다. 전환한 보증금을 나중에 다시 낮출 계획이 있다면 반환 신청 가능 시점과 절차를 미리 물어두는 게 좋습니다. 목돈이 급해진 뒤에야 바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묻는 건 순서가 뒤집힌 겁니다.
재계약 때 통보받은 보증금 인상이라면 전환 신청과 섞어 계산하지 않습니다. 변경된 기본 임대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그 조건에서 추가 전환이 가능한지 따로 따집니다. 지인의 경우도 월 5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1,000만 원을 언제 다시 쓸지 이야기하고 나서야 답이 나왔습니다. 행복주택 보증금 증액은 월세를 낮추는 방법이지만, 제게는 그 돈을 묶어 둬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지가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