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컨설팅 믿고 따라갔다가 입찰장에서 멈춘 이야기

컨설팅 상담실보다 입찰장 공기가 먼저입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을 만났습니다. 손에는 컨설팅 업체에서 뽑아준 물건 분석표가 있었고, 예상 낙찰가와 대출 가능액, 예상 수익까지 깔끔하게 적혀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매각물건명세서를 다시 보니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8,000만 원이 인수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 줄을 처음 보는 눈치였습니다.
부동산컨설팅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좋은 컨설턴트도 분명 있습니다. 현장 조사 같이 가주고, 등기부와 전입세대 열람을 같이 맞춰보고, 보수적으로 숫자를 잡아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초보 입장에서 좋은 컨설팅과 위험한 컨설팅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권리 하나 놓치면 수익률 10%가 아니라 원금 30%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동산컨설팅을 받을 때도 상담 말보다 자료와 계산식을 먼저 봅니다.
수익률 20%라는 말이 제일 먼저 의심됩니다
현장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 물건은 안전하고, 낙찰만 받으면 2,000만 원 남습니다.” 솔직히 이런 말이 제일 불편합니다. 경매 물건은 낙찰받는 순간부터 변수가 생깁니다. 잔금대출 한도, 명도 기간, 체납관리비, 수리비, 취득세, 중개수수료, 양도세까지 다 들어가야 실제 숫자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3억 원짜리 아파트를 2억4,000만 원에 낙찰받았다고 해보죠. 겉으로는 6,000만 원 싸게 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주변 실거래가가 2억6,000만 원까지 내려왔고, 내부 수리비가 1,200만 원, 명도 합의금이 300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용이 500만 원 정도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대출 이자 6개월치까지 붙으면 남는 돈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제가 컨설팅 자료를 볼 때 확인하는 항목은 단순합니다.
- 예상 낙찰가의 근거가 최근 실거래인지, 호가인지
- 명도 비용과 기간을 숫자로 반영했는지
- 선순위 권리와 임차인 보증금을 따로 표시했는지
- 대출 한도를 낙찰가 기준으로 과하게 잡지 않았는지
- 세금과 매도 기간을 수익 계산에 넣었는지
이 다섯 가지가 빠진 부동산컨설팅은 예쁜 보고서일 뿐입니다. 입찰장에서는 예쁜 보고서가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권리분석을 대신 맡기는 순간 더 꼼꼼해야 합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전문가가 봤다니까 괜찮겠지”입니다. 사실 저도 초반에는 그랬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말소기준권리라는 단어만 보이면 뒤에 있는 권리는 다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경매에는 등기부에 안 보이는 위험도 많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미납관리비, 위반건축물 같은 것들입니다.
컨설팅 업체가 권리분석을 해줬다면 최소한 원자료를 같이 봐야 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등기부등본, 전입세대 열람 내용이 서로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장짜리 요약표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요약표에는 보통 불편한 이야기가 작게 들어가거나 아예 빠져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빌라 물건은 감정가 대비 65%까지 떨어져서 겉으로는 좋아 보였습니다. 컨설팅 쪽에서는 “임차인 없음”으로 표시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우편함에 다른 이름의 고지서가 계속 꽂혀 있었습니다. 옆집에 물어보니 실제 거주자가 따로 있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입은 없었지만 점유 문제로 명도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건 책상에서만 보면 잘 안 보입니다.
좋은 부동산컨설팅은 겁주는 말을 합니다
제가 괜찮게 보는 컨설턴트는 물건을 무조건 좋게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먼저 위험한 부분을 꺼냅니다. “이건 초보가 하기엔 명도가 거칠 수 있습니다.” “대출이 예상보다 덜 나올 수 있습니다.” “주변 거래량이 적어서 매도 기간을 길게 봐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실전형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조심해야 할 부동산컨설팅은 늘 비슷한 말을 합니다. 지금 안 하면 놓친다, 회원만 아는 물건이다, 법원 경매는 아직 저평가다, 우리는 낙찰률이 높다. 이런 말은 듣기 좋지만 투자 판단에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경매에서 낙찰률이 높다는 건 때로는 비싸게 썼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컨설팅 비용도 따져봐야 합니다. 착수금 100만 원, 낙찰 성공보수 1%, 명도 별도, 대출 알선 별도 같은 구조라면 실제 비용이 꽤 커집니다. 2억5,000만 원 낙찰 물건에서 성공보수 1%면 250만 원입니다. 여기에 명도비와 수리비가 붙으면 초보가 기대한 수익은 금방 줄어듭니다.
상담받기 전에 이것만은 직접 확인했습니다
저는 누가 물건을 추천해줘도 입찰 전에는 늘 같은 순서로 봅니다. 먼저 최근 6개월 실거래가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같은 단지나 같은 골목의 매물 호가를 봅니다. 그리고 해당 물건의 층, 방향, 면적, 주차, 엘리베이터, 누수 가능성, 주변 공실을 체크합니다. 숫자만 보면 쉬워 보이는데 현장에 가면 느낌이 달라지는 물건이 많습니다.
특히 빌라와 상가는 부동산컨설팅만 믿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빌라는 시세가 애매하고, 상가는 공실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상가 수익률 8%라고 적혀 있어도 임차인이 나가면 바로 0%입니다. 관리비와 대출이자는 계속 나가는데 월세가 안 들어오는 상황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특수물건이나 지방 외곽 물건을 노릴 필요 없습니다. 가격이 덜 싸 보여도 권리가 단순하고, 시세 확인이 쉽고, 매도나 임대 수요가 있는 물건이 낫습니다. 경매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크게 한 번 먹은 사람이 아니라 크게 한 번 안 잃은 사람입니다.
컨설팅은 운전대가 아니라 내비게이션 정도로 봐야 합니다
부동산컨설팅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모든 걸 혼자 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운전대까지 넘기면 안 됩니다. 입찰표에 가격을 쓰는 사람은 본인이고, 잔금을 내는 사람도 본인입니다. 명도 현장에서 얼굴 맞대는 사람도 결국 본인입니다.
상담을 받더라도 질문은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 물건 괜찮나요?”보다 “인수되는 권리가 있나요?”, “명도 비용은 얼마로 잡았나요?”, “최근 실거래 중 같은 조건의 거래가 있나요?”, “대출이 안 나오면 플랜B가 있나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답이 흐리면 입찰도 흐려집니다.
제가 10년 넘게 현장을 다니며 느낀 건, 경매는 남의 확신을 빌려서 돈 버는 시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좋은 조언은 받을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내 숫자와 내 책임 위에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컨설팅을 쓰더라도 최소한 권리분석 원자료와 수익 계산표만큼은 직접 손으로 다시 훑어봐야 마음이 덜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