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학원 3곳 다녀보고 입찰장에서 다시 배운 진짜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아 물건명세서를 계속 확대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경매학원 교재가 있었고,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도 꽤 많았죠. 그런데 입찰표 쓰기 직전에 저한테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선순위 임차인 있는데 배당요구 했으면 괜찮은 거 맞죠?” 그 질문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문장은 맞는데, 현장에서 돈을 넣기에는 아직 위험한 상태였거든요.
저도 처음엔 경매학원을 다녔습니다. 10년 넘게 경매·공매를 하면서 지금은 직접 권리분석하고 명도까지 하지만, 초반에는 강의실 칠판 앞에서 등기부등본 보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그래서 경매학원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학원에서 배운 것만 믿고 첫 입찰을 넣는 건, 운전면허 필기 합격하고 바로 빗길 고속도로에 올라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경매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못 배우는 것
경매학원은 초보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건번호 보는 법,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등기부등본의 순서 정도는 혼자 책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특히 용어가 낯선 분들은 첫 2~3주만 들어도 “아, 이 판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는 감이 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학원 강의에서는 대개 깔끔한 사례가 나옵니다. 말소기준권리 있고, 후순위 권리 지워지고, 임차인은 배당받고 나가고, 낙찰자는 잔금 치르고 수익을 계산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실제 입찰장에 나오는 물건은 그렇게 얌전하지 않습니다. 전입일은 빠른데 확정일자는 늦고, 점유자는 가족인지 임차인인지 애매하고, 관리비 체납은 700만 원인데 감정가에는 티도 안 납니다.
제가 예전에 본 수도권 빌라 물건이 있었습니다. 감정가 2억 1천만 원, 2회 유찰 후 최저가가 1억 3천만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강의실 계산으로는 싸 보였죠. 근데 현장에 가보니 같은 동 같은 면적 실거래가가 이미 1억 5천만 원 아래로 밀려 있었습니다. 거기에 누수 흔적, 장기 공실 가능성, 미납관리비까지 얹으면 낙찰가 1억 3천만 원도 싼 게 아니었습니다. 학원 교재에는 이런 냄새가 잘 안 납니다.
수강료보다 비싼 건 첫 실수입니다
경매학원 수강료는 보통 적게는 30만 원대, 실전반이나 동행반으로 가면 100만 원에서 300만 원 넘는 곳도 있습니다. 이 돈이 아깝냐고 물으면, 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답합니다. 완전 초보가 기본기를 잡는 데 50만 원을 쓰는 건 괜찮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강료를 냈다는 이유로 자신감까지 같이 사면 문제가 됩니다.
입찰 한 번 잘못 넣으면 학원비와 비교가 안 됩니다. 보증금은 보통 최저매각가격의 10%입니다. 최저가 2억 원짜리 물건이면 입찰보증금이 2천만 원입니다. 낙찰받고 잔금을 못 치르면 이 돈은 날아갑니다. 권리분석을 틀려서 인수해야 할 보증금 5천만 원이 튀어나오면, 그때는 강의료가 비싸냐 싸냐를 따질 시간이 없습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해야 할 물건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데 배당 가능성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 물건
- 유치권 신고가 있고 현장 점유 관계가 불분명한 물건
-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처럼 토지와 건물이 따로 노는 물건
-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매각가보다 큰 물건
- 시세는 낮아졌는데 감정가만 예전 고점으로 잡힌 물건
학원에서는 이런 물건을 “고수 영역”이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초보 입장에서는 사진만 보고 싸다고 느껴지는 물건이 오히려 이런 쪽에 걸려 있을 때가 많습니다. 낙찰가율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법원 경매에 공짜 점심은 거의 없습니다.
좋은 경매학원은 수익률보다 위험을 먼저 말합니다
경매학원을 고를 때 저는 광고 문구보다 강사가 무엇을 강조하는지 봅니다. “한 달 만에 낙찰”, “월세 자동수익”, “무피 투자” 같은 말이 앞에 나오면 일단 거리를 둡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일수록 수익률보다 손실 가능성을 먼저 말합니다. 세금, 대출, 수리비, 명도비, 공실 기간까지 넣고 계산해야 진짜 숫자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 1억 8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잡았다고 해봅시다. 취득세와 법무비, 명도비, 이자, 중개수수료, 도배장판, 미납관리비를 합치면 1천만 원은 금방 붙습니다. 매도까지 6개월 걸리면 대출이자도 무시 못 합니다. 겉으로는 시세보다 2천만 원 싸게 산 것 같아도, 실제로는 300만 원 남거나 손해가 날 수 있습니다.
좋은 학원은 수강생에게 입찰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첫 3개월은 낙찰보다 분석표를 많이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같은 단지의 일반매매, 전세가, 최근 실거래, 네이버 호가, 국토부 실거래가, 관리사무소 통화, 현장 방문까지 묶어서 보게 만듭니다. 권리분석도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내지 않고, 점유와 배당표 가능성까지 이어서 보게 하죠.
현장 동행은 좋지만, 대신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요즘 경매학원 중에는 현장답사 동행, 입찰 동행, 명도 코칭을 붙여 파는 곳이 많습니다. 초보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저도 예전에 선배를 따라다니며 많이 배웠습니다. 건물 외벽 균열, 계단 냄새, 우편함 상태, 전기계량기 움직임 같은 건 책으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다만 동행반을 들었다고 해서 책임이 넘어가는 건 아닙니다. 입찰표에는 본인 이름이 들어갑니다. 보증금도 본인 통장에서 나갑니다. 강사가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도, 잔금일에 돈을 맞추고 점유자를 만나고 예상 밖 비용을 감당하는 사람은 낙찰자입니다.
저는 초보에게 최소한 세 번은 혼자 현장에 가보라고 말합니다.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비 오는 날이나 주말에 한 번. 낮에는 조용해 보이던 빌라가 밤에는 주차 전쟁일 수 있고, 주말에 가면 주변 소음이 다르게 들립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라면 미납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누수 민원 여부를 조심스럽게 물어봐야 합니다. 빌라는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두세 곳에서 매수 수요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렇게 시작합니다
만약 지금 제가 완전 초보로 돌아간다면, 비싼 실전반부터 끊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기본 강의로 용어와 절차를 익히고, 2개월 정도는 돈을 넣지 않고 모의입찰만 할 겁니다. 관심 지역을 하나 정해서 20건 정도 분석표를 만들고, 그중 5건은 실제 현장까지 가보겠습니다.
분석표에는 최소한 이 정도는 넣어야 합니다.
- 감정가, 최저가, 예상 입찰가
- 말소기준권리와 인수되는 권리 여부
- 임차인의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
- 최근 6개월 실거래가와 현재 호가
- 예상 대출금리, 잔금 일정, 보유 기간 이자
- 취득세, 수리비, 명도비, 중개수수료, 기타 비용
- 최악의 경우 손실액
여기서 중요한 건 예상 수익보다 최악의 경우를 먼저 적는 겁니다. 점유자가 협조하지 않아 명도가 4개월 밀리면 얼마가 더 드는지, 전세가가 2천만 원 빠지면 버틸 수 있는지,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잔금을 치를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이걸 해보면 입찰하고 싶은 물건이 확 줄어듭니다. 근데 그게 정상입니다.
경매학원은 지도 같은 겁니다. 지도는 필요하지만, 지도만 보고 산길을 다 안다고 착각하면 넘어집니다.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은 입찰장 문 앞에서 한 번 걸러야 하고, 현장에서 본 숫자는 다시 비용표에 넣어봐야 합니다. 저는 초보가 첫 낙찰을 빨리 받는 것보다 첫 손실을 크게 피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매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 기회를 봅니다. 조급하게 한 건 잡는 사람보다, 위험한 물건을 넘길 줄 아는 사람이 더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