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분양 받아봤더니 계약서보다 공실이 더 무섭더라

분양 홍보관에서 들은 말과 현장은 달랐다
얼마 전 지인이 상가분양 상담을 받고 와서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1층 코너, 대로변, 고정수익, 선임대 확정. 말만 들으면 은행 이자보다 훨씬 좋아 보이죠. 그런데 제가 제일 먼저 본 건 예상 수익률이 아니라 주변 공실이었습니다.
상가분양은 아파트 분양이랑 감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파트는 입지와 상품성이 어느 정도 받쳐주면 실거주 수요가 버텨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는 임차인이 들어와야 돈이 됩니다. 임차인이 없으면 등기권리증이 있어도 매달 관리비, 대출이자, 재산세가 나갑니다. 통장에서는 계속 빠져나가는데 들어오는 돈은 0원인 상황이 생깁니다.
홍보관에서는 보통 유동인구, 배후세대, 개발호재를 크게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가 내 점포 앞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입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1층 전면과 2층 안쪽, 에스컬레이터 동선 옆과 복도 끝 점포는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놓치는 건 분양가가 아니라 임대료
상가분양 상담을 받으면 수익률 계산표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분양가 5억 원,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50만 원이면 연 임대료 3천만 원이고 단순 수익률은 6%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취득세, 중개수수료, 부가세, 대출이자, 공실 기간, 관리비 부담을 빼면 숫자가 확 달라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먼저 그 상권에서 실제로 계약된 월세를 봅니다. 호가 말고 실거래에 가까운 임대 사례를 봅니다.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3곳 이상을 돌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여기 10평짜리 1층이면 실제로 얼마에 나가나요?” 이때 300만 원 나온다는 말보다 “요즘 220도 쉽지 않다”는 말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상가분양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건 곧 임대료 부담이 높다는 뜻입니다. 임차인은 내 대출이자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장사가 될 만한 월세만 냅니다. 분양가 6억짜리 상가라도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가 180만 원이면, 투자자의 계산표는 처음부터 틀어진 겁니다.
선임대 확정이라는 말도 끝까지 봐야 한다
상가분양 광고에서 선임대 확정이라는 문구를 보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 말에 혹한 적이 있습니다. 임차인까지 맞춰져 있다니 편해 보이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선임대 조건을 반드시 뜯어봐야 합니다.
- 임대차계약 기간이 몇 년인지
- 보증금과 월세가 실제 입금되는 조건인지
- 렌트프리 기간이 있는지
- 임차인이 법인인지 개인사업자인지
- 중도 해지 조항이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지
- 관리비와 부가세를 누가 부담하는지
예전에 본 물건 중에는 월세 300만 원 선임대라고 홍보했는데, 계약서를 보니 초기 6개월 렌트프리가 붙어 있었습니다. 실제 첫해 현금흐름은 광고보다 한참 낮았습니다. 또 어떤 곳은 프랜차이즈 입점 예정이라고 했지만 본사 직영이 아니라 개인 가맹 예정자였습니다. 계약금만 걸고 잔금 전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죠.
선임대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상가분양에서는 ‘누가 들어온다’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1년 만에 나가면 그다음부터는 내 실력으로 공실을 메워야 합니다.
상권은 지도보다 밤과 주말에 봐야 보인다
상가분양 자료에는 반경 500m 배후세대, 지하철역 거리, 예정 개발지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상권은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관심 있는 상가는 최소 세 번 봅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오후. 이 세 시간대 분위기가 다릅니다.
오피스 상권은 점심에는 북적이지만 저녁과 주말이 약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 상가는 평일 낮보다 저녁 장사가 중요합니다. 학원가라면 하교 시간 동선이 핵심이고, 병원 건물이라면 엘리베이터 대기와 층별 업종 조합을 봐야 합니다.
특히 신도시 상가분양은 조심해야 합니다. 배후세대가 입주 전이면 미래가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상가 공급이 너무 많으면 입주가 끝나도 임차인이 부족합니다. 상가 한 동이 아니라 주변 블록 전체를 봐야 합니다. 1층 상가가 줄줄이 비어 있는데 내 점포만 꽉 찰 거라고 믿는 건 투자라기보다 기대에 가깝습니다.
계약 전에 숫자로 버틸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상가분양을 검토할 때 저는 최악의 경우를 먼저 계산합니다. 6개월 공실, 월세 20% 하락,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이 정도를 넣어도 버틸 수 있으면 그때부터 장점을 봅니다. 반대로 정상 임대가 바로 맞춰져야만 수익이 나는 물건이면 초보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 2억 원, 대출 3억 원으로 5억 원 상가를 받는다고 해보죠. 금리 5%면 연 이자만 1,5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125만 원입니다. 여기에 관리비, 재산세, 부가세 환급과 신고 문제, 공실 중 부담까지 더해야 합니다. 월세 230만 원을 받아도 실제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그리고 상가는 팔고 싶을 때 바로 팔리지 않습니다. 아파트보다 매수층이 좁고, 임대 상태가 나쁘면 가격 협상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경매장에서도 상가가 몇 차례 유찰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익률이 안 맞거나, 권리관계보다 공실 리스크가 더 크거나, 임차인 맞추기가 애매한 물건은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지나갑니다.
제가 상가분양을 볼 때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것
상가분양은 잘 잡으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가 홍보자료만 보고 들어가기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저는 최소한 아래 항목은 직접 확인합니다.
- 주변 300m 안 실제 공실 개수
- 같은 층, 비슷한 면적의 실제 임대료
- 권장 업종과 제한 업종
- 전용률과 관리비 수준
- 주차 동선과 보행 동선
- 대출 실행 가능 금액과 금리
- 부가세 환급 후 자금 일정
- 분양권 전매 가능 여부와 잔금 일정
특히 전용률은 꼭 봐야 합니다. 분양면적은 커 보이는데 실제 전용면적이 작으면 임차인이 체감하는 공간이 좁습니다. 관리비가 높은 건물도 조심해야 합니다. 임차인은 월세만 보는 게 아니라 월 고정비 전체를 봅니다. 월세 200만 원에 관리비 80만 원이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280만 원짜리 점포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상가분양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보다 ‘비싼 물건을 더 비싸게 사지 않는다’가 먼저입니다. 홍보관 분위기, 상담사의 확신, 주변 사람의 추천보다 내 손으로 확인한 임대료와 공실이 훨씬 믿을 만합니다. 경매든 분양이든 부동산 투자는 결국 숫자가 거짓말을 덜 합니다. 현장에서 발로 확인한 숫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