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매매 직접 따라가 보니, 초보가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얼마 전 지인 집매매를 같이 보러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주말에 같이 임장을 다녀왔습니다. 부동산 앱으로는 6억 2천만 원, 중개사무소에서는 “급매라 괜찮다”고 했고, 지인은 이미 마음이 반쯤 기울어 있더군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제가 먼저 본 건 집 내부 인테리어가 아니었습니다. 동 출입구 냄새, 지하주차장 누수 자국, 엘리베이터 교체 연도, 주변 전세 매물 개수였습니다.
집매매는 이상하게도 집을 보러 가면 벽지와 싱크대부터 보게 됩니다. 이해합니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제가 경매 입찰장에서 배운 건 조금 다릅니다. 싸게 낙찰받아도 권리 하나 잘못 보면 손해고, 일반 매매도 가격만 보고 들어가면 나중에 빠져나올 때 피를 봅니다. 집은 사는 순간보다 파는 순간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집값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나중에 팔릴 집인가’입니다
제가 지인에게 제일 먼저 물은 건 “여기 5년 뒤에 누가 사줄까?”였습니다. 실거주라 해도 이 질문은 꼭 해야 합니다. 직장이 바뀔 수도 있고,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할 수도 있고, 대출 금리가 올라 버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집매매를 할 때 평생 살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5년, 7년 안에 다시 매도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6억짜리 아파트라도 차이가 큽니다. 역까지 도보 8분, 800세대, 초등학교 도보권, 평지인 단지는 하락장에서도 문의가 붙습니다. 반대로 언덕 위 180세대, 버스 환승 필수, 주차 부족 단지는 가격을 3천만 원 낮춰도 조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앱에서는 둘 다 비슷한 평형, 비슷한 가격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물건입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가 대비 80%라고 무조건 싼 게 아닙니다. 주변 거래가 끊긴 단지는 낙찰가가 낮아 보여도 출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일반 집매매도 똑같습니다. 매수자가 나 혼자일 때는 기분이 좋지만, 나중에 매도자가 되었을 때 매수자가 없으면 그때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등기부등본은 매매에서도 대충 보면 안 됩니다
일반 매매라고 권리분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이 생각이 제일 위험합니다. 경매처럼 복잡한 선순위 임차권, 법정지상권까지는 아니더라도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건 꽤 많습니다. 근저당권 금액, 가압류, 압류, 가처분, 신탁 등기 같은 건 반드시 봐야 합니다.
특히 매도인의 대출이 매매가에 비해 과하게 잡혀 있으면 잔금일 말소가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5억 5천만 원인데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5억 2천만 원으로 잡혀 있다면, 실제 대출 잔액이 얼마인지 중개사 말만 듣고 넘기면 안 됩니다. 잔금일에 은행 말소 서류와 상환 절차가 맞물려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본 사례 중에는 매수인이 계약금 5천만 원을 넣은 뒤에야 매도인 세금 체납 압류를 확인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중개사가 “잔금 때 다 풀립니다”라고 했지만, 체납 금액이 생각보다 커서 일정이 밀렸습니다. 계약서 특약을 제대로 넣어 둔 덕분에 큰 사고는 피했지만,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하더군요. 집매매에서 등기부 확인은 예의가 아니라 방어입니다.
계약 전 최소한 확인할 것
- 등기부등본 갑구와 을구의 권리 변동
-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실제 상환 예정 금액
- 압류, 가압류, 가처분, 신탁 등기 여부
- 매도인 신분과 등기상 소유자 일치 여부
- 잔금일 말소 조건을 계약서 특약에 명확히 기재
시세는 호가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가격으로 봐야 합니다
집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게 호가입니다. 네이버에 6억 8천 매물이 많다고 그 집의 가치가 6억 8천은 아닙니다. 매도자가 받고 싶은 가격일 뿐입니다. 저는 시세를 볼 때 최근 실거래가, 현재 매물 수, 전세가, 같은 동·같은 라인 거래를 같이 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실거래가가 6억 1천, 현재 호가가 6억 7천, 전세가가 3억 6천이라면 저는 보수적으로 봅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지역이면 마지막 실거래 한 건이 시세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3개월 전 신고가 하나만 보고 들어갔다가 실제로는 그 가격에 다시 팔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매에서도 입찰가를 쓸 때 비슷합니다. 감정가 7억짜리가 2회 유찰돼 4억 4,800만 원까지 내려오면 싸 보입니다. 그런데 주변 일반 매매 실거래가가 5억 초반이고, 명도 비용 700만 원, 체납 관리비 300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용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남는 게 없습니다. 일반 매매도 취득세, 중개보수, 이사비, 수리비를 넣어야 실제 매입 단가가 나옵니다.
집 상태는 예쁜 곳보다 돈 들어갈 곳을 봐야 합니다
도배가 새로 되어 있고 조명이 예쁘면 집이 좋아 보입니다. 근데 저는 싱크대 문짝보다 보일러 연식, 샷시 상태, 욕실 방수, 베란다 곰팡이를 먼저 봅니다. 인테리어는 돈 들이면 바꿀 수 있지만, 누수와 결로는 원인을 못 잡으면 계속 사람을 괴롭힙니다.
현장에서 많이 보는 패턴이 있습니다. 매도인이 집을 팔기 전 도배와 장판만 새로 해놓는 경우입니다. 겉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장판 모서리를 살짝 보면 곰팡이 흔적이 남아 있거나, 베란다 페인트가 들떠 있는 집이 있습니다. 이런 집은 겨울에 다시 문제가 올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외벽 쪽 방, 탑층, 1층, 필로티 위 세대는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수리비도 감으로 잡으면 안 됩니다. 욕실 1개 제대로 손보면 300만~500만 원은 쉽게 나갑니다. 샷시 교체는 평형과 브랜드에 따라 1천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보일러, 도어락, 붙박이장, 싱크대까지 손대면 처음 생각한 예산보다 2천만 원이 늘어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조금 고치면 되겠네”라는 말이 제일 비싼 말이 될 때가 있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보다 버틸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집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은행에서 얼마까지 나온대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는 그다음에 월 상환액을 물어봅니다. 대출이 나오는 것과 내가 버티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거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라면 더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4억을 빌리고 금리 4.5%, 30년 원리금균등으로 잡으면 월 상환액이 대략 200만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관리비 25만 원, 재산세, 자동차 유지비, 아이 교육비까지 붙습니다. 맞벌이일 때는 가능해 보여도 한 명이 쉬게 되면 바로 부담이 됩니다. 집은 좋은데 매달 숨이 막히면 그 집이 생활을 잡아먹습니다.
경락잔금대출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봤습니다. 낙찰은 받았는데 잔금 대출 조건이 예상보다 안 나와서 급하게 사채성 자금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반 매매도 계약금 넣기 전에 대출 가능성만 볼 게 아니라, 금리 1%포인트 상승했을 때 월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봐야 합니다.
제가 집매매에서 끝까지 확인하는 것들
지인과 그날 본 집은 결국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괜찮아 보였지만 같은 단지에 비슷한 평형 매물이 11개나 쌓여 있었고, 최근 실거래가보다 호가가 4천만 원 높았습니다. 지하주차장 누수 흔적도 있었고요. 며칠 뒤 매도자가 2천만 원을 낮췄지만 그래도 서두를 이유는 없었습니다.
집매매는 남들보다 빨리 찍는 게임이 아닙니다. 좋은 물건은 빨리 움직여야 할 때도 있지만, 초보일수록 서두르는 순간 매도자와 시장에 끌려갑니다. 저는 최소 두 번은 현장을 봅니다. 평일 낮, 밤, 주말 중 가능한 시간을 나눠서 봅니다. 낮에는 채광이 보이고, 밤에는 소음과 주차가 보이고, 비 오는 날에는 누수와 배수가 보입니다.
- 실거래가와 현재 호가의 차이
- 전세가율과 주변 전세 매물 수
-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최근 공사 이력
- 주차 가능 대수와 야간 주차 상황
- 누수, 결로, 샷시, 보일러, 배관 상태
- 등기부등본 권리와 잔금일 말소 조건
저는 집을 살 때 “이 집이 마음에 드나”보다 “내가 이 가격에 들어가도 버틸 수 있나”를 먼저 봅니다. 마음에 드는 집은 많습니다. 그런데 비용과 리스크까지 넣어도 괜찮은 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집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예쁜 사진보다 숫자와 현장을 더 믿는 쪽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