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매매프로그램 돌려봤다는 지인 말 듣고, 부동산 경매 투자자가 먼저 따져본 것들

얼마 전 입찰장 앞 커피숍에서 들은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장 근처 커피숍에서 아는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그분이 주식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데, 한 달 수익률이 꽤 괜찮다고 하더군요. 부동산 경매만 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솔직히 귀가 솔깃했습니다. 우리는 물건 하나 보려고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붙잡고 며칠을 씁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알아서 사고팔아 준다니, 편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근데 제가 경매를 10년 넘게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돈 버는 구조가 너무 편하게 설명될수록, 그 안에 빠진 비용과 리스크가 있다는 겁니다. 경매에서도 ‘시세보다 30% 싸게 낙찰’이라는 말만 보고 들어갔다가, 선순위임차인 보증금 8천만 원을 떠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비슷하게 봐야 합니다. 수익률 그래프만 볼 게 아니라, 그 수익이 어떤 조건에서 나온 건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자동매매프로그램은 정해둔 조건에 맞춰 주식, 코인, 선물 같은 상품을 자동으로 사고파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이동평균선이 특정 구간을 돌파하면 매수하고, 손실이 2%를 넘으면 매도하는 식입니다. 사람이 화면을 계속 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경매로 치면, 관심 지역의 감정가 대비 최저가율, 유찰 횟수, 전입세대 여부를 자동으로 걸러주는 도구와 비슷합니다. 실제로 그런 필터링 도구는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걸러주는 것’과 ‘돈을 벌어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경매 사이트에서 권리분석 자동 표시가 안전하다고 떠도, 저는 반드시 원문 서류를 봅니다. 자동매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이 매수 신호를 줬다고 해서 그 거래가 안전한 건 아닙니다.
- 사람의 감정 개입을 줄일 수 있다
- 반복 매매 규칙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 장중 대응이 어려운 직장인에게 편리할 수 있다
-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략을 검증해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장점보다 예외 상황을 먼저 봅니다. 경매에서도 평소엔 멀쩡해 보이던 물건이 막상 점유자를 만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장도 그렇습니다. 평소 데이터로는 잘 돌아가던 전략이 급락장, 급등장, 유동성 부족 구간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냅니다.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손실 구간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을 소개받으면 대부분 월 수익률, 누적 수익률, 승률부터 보여줍니다. 승률 70%, 월 5% 같은 숫자는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최대 낙폭을 먼저 봅니다. 계좌가 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는지, 손실이 연속으로 몇 번 났는지, 그 구간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경매에서도 낙찰가율만 보면 착시가 생깁니다. 감정가 5억짜리를 3억8천에 받았다고 해도, 미납관리비 700만 원, 명도비 1천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 수리비 3천만 원이 붙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자동매매도 수수료, 슬리피지, 세금, 서버 오류, 거래소 장애까지 넣어야 실제 손익이 나옵니다.
백테스트 숫자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백테스트는 과거 데이터로 전략을 돌려보는 겁니다. 필요합니다. 저도 경매 물건을 볼 때 과거 실거래가, 낙찰 사례, 인근 매물 변화를 봅니다. 하지만 과거 낙찰가가 앞으로의 낙찰가를 보장하지 않듯, 백테스트 수익률도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동매매프로그램 판매자가 보여주는 자료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기간을 유리하게 잡았을 수 있고, 손실 난 구간은 제외했을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인데도 원하는 가격에 전부 체결됐다고 가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내가 사려는 순간 가격이 밀리고, 팔려는 순간 매수 호가가 비어 있는 일이 생깁니다. 이 차이가 쌓이면 화면 속 수익률과 실제 계좌 수익률이 꽤 벌어집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해야 할 자동매매프로그램 유형
제가 초보 경매 투자자에게 늘 말하는 게 있습니다. 처음부터 특수물건, 유치권, 법정지상권,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얽힌 물건으로 실력을 증명하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돈을 벌기 전에 오래 살아남는 게 먼저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비슷합니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위험 상품에 연결하면, 손실 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 원금 보장을 암시하는 프로그램
- 매월 고정 수익률처럼 홍보하는 상품
- 전략 원리를 설명하지 않고 결과 그래프만 보여주는 서비스
- 레버리지 선물이나 마진 거래를 기본값으로 쓰는 프로그램
- 출금 조건, 해지 조건, 수수료 구조가 불명확한 프로그램
특히 원금 보장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바로 거리를 둡니다. 투자에서 원금 보장은 말이 쉽지, 실제로는 누가 그 손실을 책임지는지 따져야 합니다. 경매에서도 ‘무조건 명도 가능’이라는 말은 현장 모르는 사람이 자주 합니다. 점유자가 어떤 사정인지, 보증금 관계가 어떻게 얽혔는지 보기 전에는 그런 말을 쉽게 못 합니다.
소액 테스트 없이 큰돈부터 넣는 건 금물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을 써보고 싶다면 처음부터 큰돈을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최소 2~3개월은 소액으로 실제 체결, 수수료, 손실 구간, 알림 오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 초보에게도 첫 입찰은 공부 비용을 제한하라고 말합니다. 낙찰받고 나서야 건물 누수, 체납관리비, 점유자 협의 난도를 배우면 수업료가 너무 비쌉니다.
자동매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00만 원으로 버티기 힘든 전략은 1억 원을 넣어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금액이 커지면 손실 숫자가 눈에 보여서 사람이 개입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은 자동인데, 사람 마음은 자동이 아닙니다. 손실이 300만 원, 500만 원으로 찍히면 원래 정한 규칙을 끄고 싶어집니다. 그 순간 자동매매의 장점은 사라집니다.
부동산 경매 투자자 눈으로 보는 현실적인 사용법
저는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무조건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신 돈 벌어주는 기계’로 보면 위험하고, ‘내가 정한 원칙을 실행하는 도구’로 보면 쓸모가 있다고 봅니다. 경매 정보 사이트도 그렇습니다. 물건을 찾아주는 데는 유용하지만, 최종 입찰가는 결국 사람이 책임집니다.
현실적으로는 전체 투자금 중 아주 작은 비중으로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 가능 자금이 1억 원이라면, 처음부터 5천만 원을 자동매매에 넣는 건 과합니다. 차라리 100만~300만 원 수준으로 운용하면서 월별 손익보다 손실 대응이 계획대로 되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수익이 났을 때보다 손실이 났을 때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 전략 설명을 본인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손절 기준과 중단 기준을 숫자로 정해둬야 한다
- 실계좌 운용 전 모의 운용 기록을 남겨야 한다
- 수익률보다 최대 손실폭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 생활비, 잔금, 세금 낼 돈은 절대 넣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경매에서도 잔금 치를 돈을 빼놓지 않고 입찰하면 낙찰이 아니라 사고가 됩니다. 자동매매도 여유자금이 아닌 돈으로 돌리면,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라 자금 관리 문제가 먼저 터집니다.
제가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본다면 이렇게 판단합니다
저라면 판매 페이지의 화려한 수익률보다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첫째, 손실 난 기간을 숨기지 않는지. 둘째, 실제 체결 내역을 보여줄 수 있는지. 셋째, 내가 이해 못 하는 전략을 돈 받고 맡기라고 하지 않는지. 이 세 가지에서 말이 흐려지면 저는 안 합니다.
경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크게 배운 물건 중 하나는 겉으로는 단순한 아파트였는데, 임차인 배당 관계를 가볍게 보고 들어갔다가 명도 협의가 길어진 사례였습니다. 숫자로는 2천만 원 남는 물건처럼 보였지만, 금융비용과 시간비용을 넣으니 남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수익보다 빠져나갈 구멍을 먼저 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수익 그래프가 아니라 최악의 날을 견딜 수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투자에서 편리함은 비용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판단을 남에게 넘기는 순간 가장 비싼 대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경매든 자동매매든, 내가 설명할 수 없는 돈벌이는 오래 가져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