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전세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등기부 한 줄 보고 발 뺀 이야기

얼마 전 지인이 투룸전세를 하나 봐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역세권이고 신축급 빌라, 방 두 개에 거실도 반듯했습니다. 보증금은 2억 3천만 원. 주변 실거래와 전월세 시세만 보면 아주 비싼 편은 아니었죠. 그런데 등기부를 열어보니 을구에 근저당이 1억 4천만 원 잡혀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대출은 원래 다 있는 거다”라고 했다는데, 저는 그 말 듣고 바로 멈추라고 했습니다.
투룸전세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어린 자녀 있는 가정이 많이 찾습니다. 문제는 빌라·다세대 투룸은 아파트보다 시세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매매가가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세보증금만 높게 들어가면, 겉으로는 평범한 집인데 속은 깡통에 가까운 물건이 됩니다.
투룸전세가 위험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초보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게 “방 두 개면 수요가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수요가 있는 것과 내 보증금이 안전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경매장에서 보면 낙찰되는 집도 많고, 유찰되는 집도 많습니다. 특히 빌라 투룸은 감정가가 높게 잡혀도 실제 낙찰가는 확 내려가는 일이 흔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 시세를 2억 6천만 원쯤으로 보고 전세 2억 3천만 원에 들어갔다고 해봅시다. 겉으로는 전세가율 88% 정도입니다. 그런데 막상 경매로 넘어가면 1회 유찰 후 1억 8천만 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선순위 근저당, 체납세금, 배당 순위가 얽히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부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입찰장에서 본 물건 중에는 방 구조도 좋고 역에서도 가까웠는데 세입자가 배당요구를 하고도 일부만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들어갈 때 등기부에 선순위 채권이 있었고, 전세금이 이미 집값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집이 좋아 보여도 숫자가 안 맞으면 위험한 집입니다.
등기부는 갑구보다 을구를 더 차갑게 봐야 한다
투룸전세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을 최소 두 번 봐야 합니다. 계약 전 한 번, 잔금 치르기 직전 한 번입니다. 갑구에서는 소유자가 맞는지, 압류·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 같은 권리침해가 있는지 봅니다. 을구에서는 근저당권 금액과 설정일을 봅니다.
근저당은 실제 빌린 돈보다 크게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채권최고액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1억 원을 빌렸어도 1억 2천만 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등기부에 적힌 금액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경매 배당에서는 선순위가 먼저 가져갑니다.
- 등기부 갑구에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개시가 있으면 초보는 피하는 게 낫습니다.
- 을구 근저당이 크고 전세금까지 높으면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 집주인 이름, 계약서 임대인 이름, 등기부 소유자 이름은 반드시 같아야 합니다.
- 잔금일 아침에 등기부를 다시 떼서 새 권리가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잔금 치르면 근저당 말소해주겠다”는 말은 조심해야 합니다. 말소 조건 계약이 전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초보가 혼자 처리하기엔 사고 지점이 많습니다. 말소 서류, 금융기관 상환, 법무사 동시 진행이 맞물려야 하는데 하나라도 삐끗하면 내 전세금이 뒤로 밀립니다.
보증보험이 안 되는 투룸전세는 이유가 있다
요즘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거의 필수처럼 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으로 전세보증금은 수도권 7억 원 이하, 그 외 지역 5억 원 이하 같은 기본 한도가 있고, 전세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 신청해야 합니다. 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갖춰야 합니다.
중요한 건 금액 한도보다 보증한도 계산입니다. 보통 주택가격에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하고, 거기서 선순위채권을 뺀 범위 안에서 보증이 됩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2억 5천만 원인데 이미 근저당이 1억 원 있고 전세금이 2억 원이면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아무리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도 보증기관은 감정으로 승인하지 않습니다.
제가 세입자라면 계약서 쓰기 전에 중개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물건 보증보험 가입 가능한지 서류 기준으로 먼저 확인해 주세요.” 여기서 얼버무리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다들 그냥 들어온다”, “집주인 자산 많다”, “문제 된 적 없다” 같은 말보다 보증 가능 여부가 훨씬 현실적인 판단 기준입니다.
시세조사는 매물가 말고 거래 가능한 가격을 봐야 한다
투룸전세 시세를 볼 때 부동산 앱 매물가만 보면 안 됩니다. 매물가는 집주인이 받고 싶은 가격입니다. 내가 봐야 하는 건 실제 거래가, 주변 유사 면적 전세가, 같은 건물 과거 전세가, 인근 매매가입니다. 다세대주택은 같은 동네라도 도로 하나 차이로 가격이 크게 갈립니다.
현장에서 저는 세 가지를 같이 봅니다. 첫째, 같은 건물의 과거 전세 계약 흐름. 둘째, 반경 몇백 미터 안의 비슷한 연식 투룸 매매 실거래. 셋째, 경매로 나왔을 때 얼마에 낙찰될지입니다. 세입자에게 세 번째가 낯설 수 있지만, 보증금 사고는 결국 강제매각 상황에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주변 투룸 매매 실거래가 2억 4천만 원에서 2억 6천만 원인데 전세가 2억 3천만 원이면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근저당 5천만 원만 있어도 위험도는 확 올라갑니다. 반대로 매매가 3억 원대가 꾸준히 찍히고, 선순위가 없고, 보증보험도 무리 없이 된다면 같은 2억 3천만 원 전세라도 느낌이 다릅니다.
계약서 특약은 예쁘게 쓰는 문장이 아니다
투룸전세 계약서에는 말로 들은 내용을 특약에 넣어야 합니다. 등기부상 권리 상태를 잔금일까지 유지한다는 문구, 잔금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에 협조한다는 문구,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특약만 믿고 위험한 집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특약은 안전벨트지, 브레이크가 아닙니다.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도 대충 넘기면 안 됩니다. 위반건축물 여부, 실제 용도, 대지권 문제, 관리비 항목을 봐야 합니다. 특히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처럼 고쳐 놓은 투룸은 전입이나 보증보험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이 예쁘고 옵션이 좋아도 공부상 주택이 아니면 다른 게임입니다.
- 계약금은 너무 크게 걸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 잔금일은 평일 오전으로 잡아 등기 확인과 전입신고를 바로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잔금 당일 미루지 말고 처리해야 합니다.
- 보증보험은 계약 후가 아니라 계약 전부터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투룸전세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파트보다 보증금 부담이 낮고, 원룸보다 생활이 훨씬 편합니다. 그런데 싸고 넓고 신축이고 역세권이라는 말에만 끌리면 보증금이 집에 묶이는 순간이 옵니다. 저는 경매장에서 그런 집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초보라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하듯 따지지 말고, 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차갑게 봐야 합니다. 예쁜 집보다 중요한 건 나갈 때 돈을 돌려받는 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