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경매 직접 들어가 봤더니, 월세보다 공실이 먼저 보였습니다

입찰장에서는 월세 숫자가 제일 크게 보입니다
얼마 전 초보 투자자 한 분이 상가경매 물건을 들고 상담을 왔습니다. 감정가 4억 2천만 원, 최저가 2억 9천만 원, 임대차 현황에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180만 원. 숫자만 보면 꽤 괜찮아 보였죠. 그분도 계산기를 두드려보고는 “대출 이자 내도 남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습니다.
근데 현장에 같이 가보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1층 상가인데도 유동인구가 끊긴 골목 안쪽이었고, 바로 옆 점포 두 곳은 이미 비어 있었습니다. 유리문에는 임대 문의 종이가 오래 붙어 있었고, 밤에 다시 가보니 간판 불이 절반은 꺼져 있더군요. 경매 서류 안의 월세 180만 원보다 현장의 공실 냄새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상가경매는 아파트 경매와 완전히 다릅니다.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와 시세 비교가 비교적 선명합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을 보면 대략 감이 잡힙니다. 하지만 상가는 같은 건물 안에서도 1층 전면, 1층 후면, 지하, 2층, 코너 여부에 따라 가격이 완전히 갈립니다. 도로 하나 차이로 임대료가 반토막 나기도 합니다.
제가 초보에게 상가경매를 쉽게 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싸게 낙찰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낙찰 후에 누가, 얼마에, 얼마나 오래 임차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면 감정가 대비 60%에 받아도 비싼 물건이 됩니다.
상가경매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권리보다 장사입니다
권리분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대항력, 확정일자, 배당요구, 환산보증금, 선순위 임차인 여부는 당연히 봐야 합니다. 그런데 상가는 권리분석만 통과했다고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장사가 안 되는 자리는 권리가 깨끗해도 돈을 묶어버립니다.
예전에 낙찰가율만 보고 혹했던 물건이 있었습니다. 수도권 외곽 신도시 근린상가 2층이었고, 감정가 3억 6천만 원짜리가 두 번 유찰돼 최저가가 1억 7천만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등기부도 깔끔했고, 임차인도 없는 공실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명도 걱정도 없고 권리도 단순한 물건이었죠.
하지만 현장에서 30분만 서 있어도 이유가 보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한쪽 구석에 있었고, 2층 복도는 어두웠습니다. 1층은 편의점과 부동산만 살아 있고, 위층은 병원도 학원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주변 아파트 입주는 끝났는데도 상권이 붙지 못한 겁니다. 이런 물건은 낙찰받는 순간부터 관리비와 이자가 매달 빠져나갑니다.
- 전면 노출이 되는 자리인지
- 사람이 걷는 동선에 걸리는지
- 주차가 실제로 편한지
- 같은 층 공실이 몇 개인지
- 관리비가 임차인이 감당할 수준인지
- 업종 제한이나 집합건물 규약이 있는지
저는 상가를 볼 때 주변 부동산에 임대료부터 묻지 않습니다. 먼저 “여기 최근에 나간 가게가 왜 나갔어요?”라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 답이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장사가 안 됐는지, 임대료가 비쌌는지, 건물 관리가 엉망인지, 주차 분쟁이 있었는지, 업종끼리 싸움이 있었는지 말이죠.
임차인 있는 상가가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상가경매에서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임차인입니다. “이미 월세가 나오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초반에는 그랬습니다. 공실보다 임차인 있는 물건이 마음이 편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상가는 임차인 존재 자체보다 그 임차인의 권리와 영업 지속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50만 원짜리 식당이 있다고 해보죠. 숫자만 보면 좋습니다. 하지만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고 배당에서 보증금을 전부 못 받는 구조라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낙찰가에 인수 보증금을 더하면 실제 매입가가 확 올라갑니다. 입찰표에는 2억 5천만 원을 썼는데, 몸으로 느끼는 매입가는 3억이 넘는 식입니다.
또 하나 봐야 할 게 시설 권리금입니다. 법원 서류에는 시설 권리금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게 명도 난이도를 바꿉니다. 장사하던 분 입장에서는 인테리어비, 주방 설비, 단골 손님까지 다 걸려 있습니다. 보증금 배당이 부족하면 쉽게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내보내면 되지”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명도 협의는 시간과 감정과 비용이 같이 들어갑니다.
저는 임차인 있는 상가를 볼 때 최소 세 가지는 따로 적어둡니다. 첫째, 전입이나 사업자등록 기준으로 대항력이 있는지. 둘째, 배당요구를 했는지. 셋째, 현재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특히 세 번째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문은 열려 있는데 손님이 없고, 메뉴판 가격이 오래됐고, 직원 없이 사장 혼자 버티는 가게라면 월세 연체 가능성도 같이 봐야 합니다.
수익률 계산은 보수적으로 해야 살아남습니다
상가경매 자료를 보면 예상 수익률 7%, 9%, 12% 같은 숫자가 자주 보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숫자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대부분 공실 기간, 중개수수료, 수리비, 관리비 미납, 취득세, 재산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문제까지 넉넉히 반영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 취득세는 주택보다 부담이 큽니다. 낙찰가 3억 원이라고 해서 3억 원만 준비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취득세와 법무비, 명도비, 미납 관리비 일부, 대출 실행 비용, 임대 놓기 전까지의 이자까지 현금이 필요합니다. 제가 계산할 때는 최소 6개월 공실을 기본으로 깔고 봅니다. 인기 상권이면 3개월로 줄일 수 있지만, 애매한 2층이나 지하 상가는 1년 공실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 2억 8천만 원, 대출 60%, 금리 연 5%로 잡아보겠습니다. 대출금은 1억 6천8백만 원이고 연 이자는 약 84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70만 원 정도죠. 여기에 관리비, 재산세, 임대 중개수수료, 수리비를 넣으면 월세 180만 원을 받아도 실제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공실이 6개월 생기면 그해 수익률은 바로 망가집니다.
더 무서운 건 팔고 싶을 때 안 팔리는 상가입니다. 아파트는 가격을 낮추면 어느 정도 매수 문의가 생깁니다. 하지만 상가는 임대가 안 맞으면 매수자도 계산기를 덮습니다. 낙찰은 하루지만, 매각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가경매 입찰 전에 항상 출구를 먼저 봅니다. 이 물건을 내가 3년 뒤 팔아야 한다면 누가 살지, 그 사람이 어떤 수익률을 요구할지 생각합니다.
초보라면 이런 상가는 피하는 게 낫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바로는 초보가 다치기 쉬운 상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대형 집합상가 안쪽 호실입니다. 분양 당시에는 화려했지만, 실제로는 손님 동선이 끊긴 곳이 많습니다. 둘째, 지하 상가입니다. 특정 업종이 아니면 임차인 구하기가 어렵고, 환기나 누수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공실 많은 신축 상가입니다. 새 건물이라 깨끗해 보여도 상권이 검증되지 않았으면 실험비를 투자자가 내는 구조가 됩니다.
넷째, 관리비가 과한 상가도 조심해야 합니다. 월세 150만 원짜리 점포인데 관리비가 70만 원이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총 부담이 220만 원입니다. 주변 비슷한 자리보다 총비용이 높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업종 제한이 빡빡한 상가도 봐야 합니다. 커피, 음식점, 학원, 병원 같은 업종이 이미 제한돼 있으면 임대 가능 업종이 확 줄어듭니다.
입찰 전에는 최소한 낮, 저녁, 주말 세 번은 가보는 편이 좋습니다. 상권은 시간대마다 얼굴이 다릅니다. 평일 낮에는 조용해도 저녁 장사가 되는 곳이 있고, 반대로 낮에는 사람이 많아 보여도 실제 소비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주변 부동산 한 군데 말만 듣지 말고 두세 군데에서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말이 엇갈리는 지점이 바로 확인해야 할 위험입니다.
상가경매는 잘 잡으면 월세 흐름이 생기고, 가격도 싸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에게는 “싸다”는 말이 제일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상가는 싸서 사는 게 아니라, 임차인이 들어올 이유가 있어서 사는 물건입니다. 저는 지금도 입찰장에 가기 전 현장에서 오래 서 있습니다. 서류보다 사람 발걸음이 먼저 말해주는 날이 많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