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줄 알고 토지매매 계약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얼마 전 지방 법원 입찰장에 갔다가, 쉬는 시간에 어떤 분이 제게 땅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820평 밭인데 주변 시세보다 평당 6만 원 싸고, 도로도 붙어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지번을 넣고 토지이용계획을 확인하니 농림지역에 보전산지까지 걸쳐 있었고, 현장에 가보니 도로라고 믿은 길은 남의 사유지였습니다. 토지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이 딱 여기입니다. 싸 보이는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땅을 내가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는 뒤로 밀립니다.
토지매매는 평당가보다 쓸모를 먼저 봐야 합니다
아파트는 같은 동, 같은 평형, 같은 층이면 비교가 어느 정도 됩니다. 토지는 다릅니다. 바로 옆 필지도 값이 확 갈립니다. 한 필지는 건축이 되고, 다른 필지는 진입로가 막혀서 컨테이너 하나 놓기도 애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토지매매 물건을 보면 평당가 계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지목, 용도지역, 도로입니다.
지목이 대지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전이나 답이라고 전부 나쁜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공부상 지목과 실제 현황이 다를 때입니다. 등기나 토지대장에는 전인데 현장에는 오래된 창고가 올라가 있거나, 지목은 임야인데 실제로는 묘지가 여럿 있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철거비만 보는 게 아니라 원상복구, 인허가, 주변 민원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 지목: 대, 전, 답, 임야, 잡종지 등 실제 이용 가능성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용도지역: 계획관리지역인지, 생산관리지역인지, 농림지역인지에 따라 건축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 도로: 지적도상 도로와 실제 차량 진입 가능 여부를 따로 봐야 합니다.
- 경사도와 배수: 비 오는 날 물길을 보면 평소에 안 보이던 비용이 보입니다.
제가 계약 직전에 멈췄던 땅의 공통점
몇 년 전 공매로 나온 1,200평짜리 토지가 있었습니다. 감정가가 낮고 낙찰가도 더 낮게 형성될 분위기였습니다. 서류만 보면 욕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진입로 폭이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였고, 중간에 급경사가 있었습니다. 지게차나 덤프트럭이 들어오려면 옆 토지주의 협조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그 물건을 포기했습니다.
그때 같이 보러 간 지인은 나중에 비슷한 물건을 낙찰받았습니다. 낙찰가는 싸게 받았는데, 진입로 사용 동의를 받지 못해 1년 넘게 묶였습니다. 이자, 재산세, 현장 관리비가 계속 나갔습니다. 토지는 들고 있는 동안 티가 덜 나는 비용이 쌓입니다. 주택처럼 월세라도 나오는 물건이 아니면 더 그렇습니다.
맹지보다 무서운 건 애매한 길입니다
초보자는 맹지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완전한 맹지보다 애매한 길이 더 골치 아픕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다닌 길이라 괜찮아 보이는데, 지적도에는 도로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포장까지 되어 있어도 사유지일 수 있습니다. 토지매매 계약 전에는 지적도, 토지대장, 등기부, 현장 사진을 한꺼번에 놓고 봐야 합니다. 길이 있느냐보다 내가 계속 쓸 권리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농지와 임야는 서류 한 장 때문에 잔금이 밀립니다
농지를 살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정부24 안내 기준으로 처리 기간은 유형에 따라 4일, 7일, 농지위원회 심의 대상은 14일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보완 요구가 나오면 잔금 일정이 더 흔들립니다. 농업경영계획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현장에 불법 전용 흔적이 있으면 예상보다 오래 잡아먹습니다.
임야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임야는 지도에서 보면 넓고 싸 보입니다. 하지만 경사도, 보전산지 여부, 진입로, 분묘, 벌목 가능성, 개발행위허가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특히 묘가 있는 땅은 서류보다 현장 확인이 먼저입니다. 눈으로 보고도 애매하면 마을 이장, 인근 토지주, 관할 지자체 담당 부서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괜히 체면 차리다가 나중에 명도보다 더 피곤한 문제를 만납니다.
- 농지: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가능성과 실제 경작 계획을 확인합니다.
- 임야: 산지 전용 가능성, 경사도, 묘지, 벌목 비용을 봅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허가 대상인지 관할 구청이나 시청에 확인합니다.
- 개발 예정지: 소문보다 고시, 계획, 도면을 우선합니다.
시세조사는 중개업소 전화 세 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토지매매 시세를 물으면 중개업소마다 말이 다릅니다. 매도 물건 가격, 실제 거래된 가격, 팔고 싶은 가격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통 최근 실거래, 주변 매물 호가, 경매 낙찰 사례, 현장 중개업소 의견을 따로 적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값과 가장 높은 값은 일단 빼고 봅니다. 토지는 한두 건의 거래가 시세처럼 보일 때가 많아서 숫자에 속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마을에서 계획관리지역 토지가 평당 80만 원에 거래됐다고 해서, 바로 옆 농림지역 땅도 80만 원으로 보면 안 됩니다. 도로 폭이 4미터인지 2미터인지, 상수도와 전기가 가까운지, 필지가 길쭉하게 찢어졌는지에 따라 매수자가 붙는 속도가 다릅니다. 저는 땅 모양이 지나치게 길거나, 도로 접면이 짧거나, 옆 필지 없이는 활용이 어려운 땅은 싸도 보수적으로 봅니다.
잔금 전에 숫자로 적어보는 비용
토지는 매입가만 보고 들어가면 계산이 빗나갑니다. 취득세, 법무비, 중개보수, 측량비, 벌목비, 성토비, 배수로 공사비, 진입로 포장비가 붙을 수 있습니다. 대출도 아파트처럼 쉽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금융기관은 토지의 위치, 지목, 감정가, 이용 가능성을 까다롭게 봅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물건에 따라 한도가 크게 흔들립니다.
- 측량비와 경계 확인 비용을 예산에 넣습니다.
- 도로 확보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잡습니다.
- 농지나 임야는 전용 가능성과 부담금을 미리 확인합니다.
- 단기 매도 계획이면 세금과 매도 기간을 보수적으로 계산합니다.
초보가 피하면 좋은 토지매매 물건
제가 초보에게 가장 말리고 싶은 건 설명이 너무 화려한 땅입니다. 곧 도로가 난다, 개발이 확정적이다, 주변에 대기업이 들어온다, 이런 말이 앞에 나오면 저는 일단 속도를 늦춥니다. 실제로 돈 되는 정보가 그렇게 친절하게 돌아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보니, 좋은 땅은 말보다 서류와 현장이 먼저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초보라면 공유지분 토지, 진입로 권리가 불분명한 토지, 분묘가 많은 임야, 농취증 발급이 불확실한 농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활용 계획 없는 땅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익률 계산표는 예쁘게 만들 수 있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해결은 엑셀 밖에서 해야 합니다.
토지매매는 잘 잡으면 오래 버티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싸게 사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안 사야 할 땅을 알아보는 눈입니다. 저는 아직도 마음에 드는 땅이 나오면 계약서보다 장화를 먼저 챙깁니다. 흙 상태, 물길, 길 폭, 주변 사람들 표정까지 보고 나면 서류에서 안 보이던 답이 꽤 자주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