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매매 물건 직접 보러 다녀보니, 초보가 놓치는 돈 냄새와 위험 냄새

얼마 전 후배가 상가주택매매 물건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1층은 작은 음식점, 2층은 주인 세대, 3층은 원룸 두 개가 있는 건물이었죠. 사진만 보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월세도 나오고, 내가 살 수도 있고, 나중에 팔 때도 괜찮아 보이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같이 가보니 숫자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임차인 말, 등기부, 건축물대장, 실제 사용 상태가 서로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거든요.
상가주택은 아파트처럼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주택의 얼굴도 있고 상가의 성격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 세금, 임대차, 수리비, 공실 리스크가 한꺼번에 엉켜 있습니다. 잘 사면 월세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좋은 자산이지만, 잘못 사면 매달 돈이 새는 건물주 체험을 하게 됩니다.
사진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월세표가 아닙니다
상가주택매매 광고를 보면 보통 월 임대료부터 크게 적어둡니다. 보증금 1억에 월세 350만 원, 이런 식이죠. 초보 입장에서는 바로 수익률 계산을 합니다. 매매가가 9억이면 연 월세 4,200만 원이니 단순 수익률 4.6%쯤 나오네, 이렇게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숫자가 그대로 내 통장에 꽂히지 않습니다.
제가 먼저 보는 건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점유 상태입니다. 계약서상 월세가 120만 원인데 실제로는 장기 연체 중인 경우도 있고, 음식점 임차인이 시설비를 많이 들였다며 권리금 문제를 꺼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1층 상가는 업종에 따라 명도 난도가 확 달라집니다. 동네 단골 장사로 오래 버틴 가게는 협의가 길어질 수 있고, 무인점포처럼 시설만 있는 곳은 또 다른 비용 문제가 생깁니다.
- 월세가 실제로 입금되고 있는지
- 연체가 있다면 몇 개월인지
- 상가 임차인의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 여부
- 주택 부분 전입세대와 보증금 규모
- 계약 만료일과 갱신 요구 가능성
이 다섯 가지만 봐도 광고지의 예쁜 수익률이 꽤 많이 벗겨집니다. 숫자는 차갑게 봐야 합니다. 건물이 마음에 들수록 더 그래야 합니다.
상가주택은 대장과 현장이 다르면 바로 피곤해집니다
상가주택매매에서 은근히 자주 만나는 문제가 위반건축물입니다. 겉으로는 3층 건물인데 옥탑을 방처럼 쓰고 있거나, 주차장 자리에 창고를 만들어 세를 놓은 물건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다들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합니다. 동네가 다 이렇다, 예전부터 쓰던 거다, 구청에서 아직 말 없었다. 저도 그런 말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매수자는 그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으면 대출이 줄거나 막힐 수 있고, 이행강제금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표시가 아직 없더라도 불법 증축이나 용도변경 상태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매로 넘어온 상가주택은 소유자가 관리에 손을 놓은 기간이 길어서 누수, 배관, 전기, 옥상 방수 문제가 같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물건 중에는 매매가만 보면 주변 시세보다 8천만 원쯤 싸 보이는 상가주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옥상 방수, 외벽 균열, 1층 배수 문제를 잡아보니 보수비가 최소 4천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거기에 2층 임차인 보증금 반환 시점까지 겹쳐서 실제 자금 압박은 훨씬 컸죠. 싸게 보이는 건물은 싸게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기회고, 모른 채 들어가면 사고입니다.
권리분석은 주택보다 상가가 더 까다로운 순간이 있습니다
상가주택매매를 경매 물건으로 볼 때는 말소기준권리만 보고 끝내면 부족합니다. 주택 임차인은 대항력,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봐야 하고, 상가 임차인은 환산보증금, 사업자등록, 점유, 확정일자를 따져야 합니다. 둘이 한 건물 안에 같이 있으니 권리관계가 한 장짜리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층 상가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50만 원이라고 치겠습니다. 지역과 기준에 따라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환산보증금 계산을 놓치면 임차인의 지위 판단을 잘못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층 주택 임차인이 전입은 빠른데 확정일자가 늦다든지, 배당요구를 안 했다든지 하면 인수 가능 금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초보가 제일 많이 다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등기부상 근저당이 많아 보여도 깨끗하게 소멸되는 물건이 있고, 겉으로 단순해 보여도 임차인 보증금을 떠안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가주택을 볼 때 임차인별로 표를 따로 만듭니다. 층, 용도, 점유자, 보증금, 월세, 전입 또는 사업자등록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예상 인수금액. 이렇게 적어놓으면 감으로 보던 물건이 숫자로 보입니다.
시세조사는 아파트 실거래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가주택은 같은 동네라도 가격 차이가 큽니다. 대지면적, 도로 폭, 코너 여부, 주차 가능 대수, 상권 흐름, 건물 연식, 리모델링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10미터만 옆으로 가도 유동인구가 달라지고, 1층 임대료가 달라집니다. 그러니 단순히 주변 거래가만 보고 비싸다 싸다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는 세 가지를 같이 봅니다. 첫째, 토지 가격입니다. 건물이 낡았더라도 땅값이 받쳐주는 지역이면 하방이 단단합니다. 둘째, 임대료의 지속성입니다. 지금 월세가 높은데 주변에 공실이 많다면 그 월세는 오래 못 갈 수 있습니다. 셋째, 출구입니다. 나중에 누가 사줄 물건인지 봐야 합니다. 실거주자, 임대사업자, 근생 리모델링 투자자 중 누구에게 매력적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보는 좋은 상가주택은 화려한 물건이 아닙니다. 대지가 너무 작지 않고, 도로 접근성이 괜찮고, 주차 문제가 치명적이지 않고, 임차인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 물건입니다. 월세가 조금 낮아도 관리가 쉬우면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높아 보여도 임차인 갈등, 불법 증축, 누수, 공실이 한꺼번에 있으면 초보에게는 버거운 물건입니다.
내 돈 흐름을 먼저 그려야 덜 흔들립니다
상가주택매매에서 제일 위험한 말이 있습니다. 월세로 대출이자 내면 남는다. 이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공실, 수리비,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보유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이슈까지 넣으면 남는 돈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상가 부분은 주택과 세금 흐름이 다를 수 있어 세무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10억 원짜리 상가주택을 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출 6억 원, 자기자본 4억 원으로 들어갔고 월세가 총 350만 원 나온다고 해도 대출이자, 관리비성 수선비, 공실 준비금, 세금까지 빼면 실제 남는 현금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여기에 한 세대 보증금 반환이 겹치면 갑자기 현금이 마릅니다. 건물주는 월세 받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돈을 넣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에게 상가주택 첫 매수라면 욕심을 조금 낮추라고 말합니다. 수익률 1% 더 높은 물건보다 권리관계 단순하고, 불법 요소 적고, 공실이 나도 버틸 수 있는 물건이 낫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물건을 싸게 잡겠다고 들어가면 공부비가 너무 비쌉니다.
현장에서 보는 체크리스트
-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내용이 현장과 맞는지
- 주택 임차인과 상가 임차인의 권리가 각각 어떻게 되는지
- 현재 월세가 실제 입금 기준인지 말뿐인 숫자인지
- 옥상, 외벽, 배관, 전기, 주차 문제에 큰돈이 들어갈 가능성은 없는지
- 대출이 막히거나 줄어도 잔금을 치를 수 있는지
- 공실 6개월이 와도 버틸 현금이 있는지
상가주택은 잘 고르면 참 매력적인 자산입니다. 내가 사는 공간과 임대수익이 붙어 있고, 땅의 힘도 같이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만큼 여러 문제가 한 건물에 모여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상가주택을 보러 갈 때 설레는 마음보다 의심하는 마음을 먼저 챙깁니다. 좋은 물건은 결국 숫자와 현장을 같이 견딥니다. 둘 중 하나만 예쁘면, 저는 입찰장에서도 한 발 물러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