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초보 공부, 입찰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진짜로 보이던 것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 갔는데, 옆자리 젊은 분이 감정가만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더군요. 표정이 꽤 진지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감정가 3억짜리가 2억 1천까지 떨어지면 뭔가 싸게 보입니다. 그런데 경매는 싸 보이는 순간이 제일 위험합니다.
경매 초보 공부를 시작하면 보통 유튜브 강의, 책, 무료 특강부터 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공부 순서가 틀어지면 이상한 자신감이 먼저 붙습니다. 권리분석은 대충 되고, 시세는 네이버 몇 개 보면 되고, 명도는 말로 잘 풀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현장에서는 그 세 가지가 전부 돈으로 돌아옵니다.
초보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건 낙찰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낙찰받는 법만 배우면 손이 빨라집니다. 손이 빨라지는 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경매에서는 응찰하지 않는 실력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초보 때 가장 크게 배운 것도 ‘좋은 물건을 잡는 법’보다 ‘건드리면 안 되는 물건을 거르는 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4억 아파트가 2회 유찰돼서 최저가가 2억 5천만 원대까지 내려왔다고 해보죠. 숫자만 보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선순위 가처분이 있고,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 가능성이 적혀 있습니다. 이런 물건은 싸서 내려온 게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내려온 겁니다.
초보 공부는 이 순서가 낫습니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인수되는 권리가 있는지 먼저 본다
- 등기부등본에서 말소기준권리를 찾는다
- 전입세대,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한다
- 시세가 아니라 실제 매도 가능 가격을 본다
- 낙찰가에 취득세, 이자, 수리비, 명도비까지 붙여 계산한다
이걸 지루하다고 건너뛰면 입찰장은 카지노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물건이 조금씩 다르게 보입니다. 싼 물건과 위험한 물건이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권리분석은 공식보다 습관에 가깝습니다
권리분석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판례까지 파고들 필요는 없습니다. 초보는 먼저 ‘인수되는 돈이 있는가’를 집요하게 보는 습관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다세대 물건이 있었습니다. 최저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가까이 낮았습니다. 사진도 멀쩡했고 위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매각물건명세서에 임차인 보증금 일부가 배당으로 다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낙찰가만 보면 싸지만, 보증금 일부를 떠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초보가 자주 놓치는 부분은 이런 겁니다. 낙찰가 1억 8천만 원짜리 물건을 잡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미납 관리비 200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 500만 원, 잔금대출 이자 몇 달치, 도배장판과 누수 보수 700만 원, 명도 합의금 300만 원이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럼 처음 계산했던 수익률은 종이 위에서만 존재합니다.
권리분석 공부는 책 한 권을 외우는 방식보다 실제 사건번호를 놓고 반복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법원 경매 자료를 열어놓고, 등기부를 보고, 임차인 내역을 적고, 내가 인수할 돈이 있는지 표로 만들어보는 식입니다. 처음엔 한 건 분석하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립니다. 그 시간이 아까우면 실전에서 몇백만 원을 수업료로 낼 수 있습니다.
시세조사는 호가 구경이 아닙니다
경매 초보 공부를 하다 보면 시세조사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물 사이트에서 비슷한 집이 3억 2천에 올라와 있으니, 2억 7천에 낙찰받으면 5천 남는다고 계산합니다. 솔직히 그건 계산이 아니라 기대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시세는 세 가지로 나눠야 합니다. 팔고 싶은 사람이 부르는 가격, 실제 거래된 가격, 급하게 팔 때 받아들여야 하는 가격. 이 셋은 다릅니다. 특히 경매 투자자는 보통 시간을 넉넉히 쓰기 어렵습니다. 잔금일, 대출이자, 명도 기간이 계속 압박합니다.
저는 초보에게 최소한 이렇게 보라고 말합니다. 같은 동, 같은 평형, 같은 층 라인의 최근 거래가를 보고, 현재 나와 있는 매물 중 가장 낮은 가격을 확인하고, 현장 부동산에 전화해서 “이 가격이면 바로 팔리냐”고 물어봅니다. 여기서 중개사가 뜸을 들이면 그 가격은 희망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언덕, 주차, 소음, 상가 공실, 엘리베이터 상태, 누수 흔적, 쓰레기장 위치. 지도와 사진으로는 괜찮아 보였는데 막상 가보면 살 사람이 싫어할 조건이 툭툭 나옵니다. 경매 물건은 내가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사람이 기꺼이 사줄 물건이어야 합니다.
명도는 말싸움이 아니라 비용 관리입니다
초보가 가장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명도입니다. “대화로 잘 풀면 되겠죠”라고 말합니다. 물론 대화가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상대방도 사정이 있고, 점유 상태도 제각각입니다. 연락이 잘 되는 임차인도 있고,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점유자도 있습니다.
명도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오래 갑니다. 오래 가면 돈이 샙니다. 잔금대출 이자, 관리비, 기회비용이 매달 나갑니다. 그래서 입찰 전에 명도 비용을 아예 숫자로 넣어야 합니다. 저는 초보라면 예상 수익에서 최소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명도와 변수 비용으로 빼고 계산하라고 말합니다. 물건에 따라 더 잡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하나, 점유자를 무조건 적으로 보면 일이 꼬입니다. 경매는 누군가의 실패가 시장에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를 몰아붙인다고 내 수익이 커지는 게 아닙니다. 절차는 차갑게 보되, 대화는 차분하게 하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공부는 작게, 기록은 집요하게 해야 늡니다
경매 초보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처음부터 전국 물건을 다 보려고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본인이 사는 지역이나 잘 아는 생활권부터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아파트면 아파트, 빌라면 빌라, 상가면 상가. 처음엔 하나만 파야 눈이 생깁니다.
저라면 초보에게 30건 분석 노트를 권합니다. 낙찰받지 않아도 됩니다. 사건번호, 감정가, 최저가, 예상 낙찰가, 권리상 위험, 시세, 예상 비용, 내가 안 들어간 이유를 적습니다. 그리고 낙찰 결과가 나오면 내 예상과 얼마나 차이 났는지 봅니다. 이걸 30건만 해도 강의 몇 개 듣는 것보다 감이 빨리 옵니다.
입찰장도 한두 번은 그냥 구경만 가보는 게 좋습니다. 봉투 쓰는 사람들, 마지막까지 금액 고치는 사람들, 개찰 때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현장에 가면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때부터 경매가 조금 덜 만만해집니다. 그 감각이 초보에게는 꽤 중요합니다.
경매는 공부하면 돈을 버는 시장이라기보다, 공부하지 않으면 돈을 잃기 쉬운 시장에 가깝습니다. 처음 몇 달은 낙찰보다 분석에 시간을 쓰는 게 맞습니다. 남들이 몇 천 벌었다는 이야기보다, 내가 인수할 수도 있는 1천만 원짜리 실수를 피하는 게 먼저입니다. 오래 버티는 사람들은 대단한 비법보다 이런 기본을 지겹게 반복합니다. 저도 아직 물건 앞에서는 계산기를 두 번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