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매매 직접 뛰어보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 한 명이 작은 상가건물 매수를 검토한다며 저한테 등기부와 임대차 현황을 들고 왔습니다. 매매가는 18억, 보증금 합계 2억 7천, 월세는 82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죠. 겉으로 보면 연 수익률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같이 가보니 숫자표에는 안 보이던 문제가 바로 보였습니다. 1층 음식점 배기 덕트가 옆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 있었고, 3층 사무실은 실제로는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습니다. 건물매매는 이런 식입니다. 서류는 시작이고, 현장이 본문입니다.
건물매매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매매가가 아닙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건물매매를 볼 때 가장 먼저 묻는 게 보통 매매가입니다. “이 건물 20억이면 싼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근데 저는 매매가보다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이 건물이 지금 돈을 제대로 벌고 있는지, 그 돈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월세가 1,000만 원이라고 해도 전부 같은 월세가 아닙니다. 임차인이 10년째 장사 잘하고 있는 병원인지, 6개월 전에 들어온 무인점포인지에 따라 안정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증금이 크면 안전해 보이지만, 반대로 월세를 낮춰서 맞춘 계약일 수도 있습니다. 권리금 때문에 버티는 임차인인지, 정말 입지가 좋아서 버티는 임차인인지도 봐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 등기부상 소유권, 근저당, 가압류, 압류 내역
-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실제 사용 상태
-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점유자 일치 여부
- 월세 입금 내역과 연체 여부
- 건물 노후도, 누수, 전기 용량, 소방 설비
- 주변 실거래가와 현재 매물 호가 차이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가격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특히 건축물대장상 근린생활시설인데 실제로 원룸처럼 쪼개 쓰는 경우, 나중에 이행강제금이나 원상복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매도인은 “다들 그렇게 써요”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수익률 5%라는 말에 바로 흔들리면 위험합니다
건물매매 광고를 보면 수익률 4.8%, 5.2%, 6% 같은 숫자가 큼직하게 붙어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은행 이자보다 좋아 보이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 수익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저는 매물 설명서에 적힌 수익률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거의 항상 다시 계산합니다.
가령 매매가 30억짜리 건물이 있다고 해보죠. 보증금 3억, 월세 1,200만 원이면 단순 계산으로는 꽤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 이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건물 수선비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줄어듭니다. 여기에 공실이 2개월만 생겨도 연간 수익률은 바로 흔들립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4층 꼬마빌딩은 광고상 수익률이 5%대였습니다. 그런데 2층 학원 임차인이 계약 만료 3개월 뒤 나간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매도인 쪽 자료에는 그 내용이 아주 작게 들어가 있었고, 중개인은 “금방 맞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돌며 확인해보니 그 라인 2층 공실이 꽤 많았습니다. 결국 예상 임대료를 낮추고, 공실 기간을 6개월로 잡으니 제가 계산한 수익률은 3%대 중반까지 떨어졌습니다.
건물매매에서 수익률은 고정된 숫자가 아닙니다. 가정값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좋아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보수적으로 세 번 계산합니다. 현재 임대료 기준, 임대료 10% 하락 기준, 공실 3~6개월 발생 기준입니다. 이 세 가지를 넣어도 버틸 수 있어야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권리관계는 등기부만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건물매매에서도 권리분석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일반 매매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닙니다. 등기부가 깨끗해 보여도 임차인 관계, 무단 증축, 도로 점용, 경계 침범 같은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매매에서는 임대차 관계가 중요합니다. 상가건물은 임차인의 대항력, 계약갱신 요구, 권리금 회수 기회 같은 요소가 실제 운영에 영향을 줍니다. 매수인이 건물을 샀다고 해서 마음대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나중에 비우면 직접 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몇 년 동안 계획이 묶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또 하나는 불법 건축물 여부입니다. 옥상에 창고를 올렸거나, 주차장을 매장으로 쓰거나, 계단 밑을 임대 공간처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월세는 더 들어오니 좋아 보이지만, 그 면적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면적인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지, 현장 사진과 도면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한 건물 하나는 지하층이 문제였습니다. 서류상 지하는 창고였는데 실제로는 음식점 영업장 일부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냄새, 환기, 소방 문제가 얽혀 있었고, 매수 후 민원이 들어오면 책임은 새 소유자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컸습니다. 가격이 싸 보였지만 저는 빠졌습니다. 싸게 사는 것보다 안 사서 지키는 돈이 더 클 때가 있습니다.
현장조사는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나눠 봐야 합니다
건물매매 현장은 한 번 보고 판단하면 놓치는 게 많습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건물이 있으면 최소 세 번은 갑니다. 평일 낮, 평일 저녁, 주말 중 한 번. 같은 건물도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평일 낮에는 유동인구와 주변 상권 흐름을 봅니다. 점심 장사가 되는지, 사무실 수요가 있는지, 배달 오토바이가 얼마나 오가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저녁에는 간판 불이 얼마나 켜지는지, 술집 소음이나 주차 문제가 있는지 봅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이 있는 상권인지, 아니면 평일 장사에만 기대는 곳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물 안에서는 엘리베이터, 계단, 화장실, 옥상, 지하를 봐야 합니다. 겉면 리모델링은 멀쩡한데 지하 펌프실이 엉망인 건물도 많습니다. 누수 흔적은 천장 모서리, 계단참, 지하 벽면에 잘 남습니다. 전기 용량도 중요합니다. 음식점, 병원, 미용실, 필라테스 같은 업종은 전기와 급배수가 맞지 않으면 임대가 쉽지 않습니다.
주변 중개사무소도 한 군데만 들으면 안 됩니다. 매도인 쪽 중개사 말만 들으면 좋은 이야기만 듣기 쉽습니다. 반경 300미터 안에 있는 다른 중개사무소 두세 곳에 들러 임대료 수준, 공실 기간, 최근 거래 분위기를 물어보면 온도가 달라집니다. “그 건물 오래 나와 있었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서류 10장보다 값질 때도 있습니다.
대출과 세금까지 넣어야 진짜 내 돈 계산이 됩니다
건물매매는 대출을 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대출 가능액을 매수 전에 너무 낙관적으로 잡는 겁니다. 은행에서 보는 담보가치와 내가 기대하는 매입가가 다를 수 있고, 임대료 인정 방식도 금융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경락잔금대출도 그렇지만 일반 담보대출도 마지막에 한도가 줄면 자금 계획이 크게 흔들립니다.
저는 계약 전 최소 두 곳 이상에 대출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금리만 보는 게 아니라 중도상환수수료, 만기, 거치기간, 임대사업자 여부, 감정가 산정 방식까지 봅니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15억 대출이면 1년에 이자 부담이 1,500만 원 늘어납니다. 월로 나누면 125만 원입니다.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세금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취득세는 매수 순간 바로 나가고, 보유 중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나중에 팔 때 양도소득세도 계산해야 합니다. 법인으로 살지 개인으로 살지에 따라 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세무사와 미리 맞춰보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대충 넘어가면 나중에 수익률 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선비도 현실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오래된 건물은 매수 후 1~2년 안에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수, 외벽, 승강기, 소방, 전기, 배관 중 하나만 터져도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이 나갑니다. 저는 건물 나이가 20년을 넘으면 초기 수선 예비비를 따로 잡습니다. 이 돈을 안 잡고 매수하면 월세가 들어와도 마음이 계속 불안합니다.
제가 건물매매를 볼 때 마지막까지 붙잡는 기준
건물매매는 큰돈이 오가는 거래라서 사람 마음이 쉽게 흔들립니다. 좋은 입지라는 말, 곧 개발된다는 말, 지금 안 사면 놓친다는 말이 계속 들립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압니다. 놓친 물건보다 잘못 산 물건이 훨씬 오래 괴롭습니다.
저는 건물을 볼 때 “이 건물이 오를까”보다 “이 건물이 안 좋아졌을 때 내가 버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임차인 한 팀이 나가도 버틸 수 있는지, 금리가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지, 예상보다 수선비가 나와도 버틸 수 있는지 따집니다. 버틸 수 있는 건물은 시간이 내 편이 되지만, 버티기 어려운 건물은 월세 받는 날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건물매매를 처음 보는 분이라면 멋진 외관보다 숫자와 하자를 같이 보셨으면 합니다. 임대료는 통장으로 확인하고, 면적은 공부서류와 현장으로 맞추고, 하자는 직접 보고, 대출과 세금은 보수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재미없는 작업을 해낸 사람만이 큰 사고를 피합니다. 저는 지금도 새 건물을 보러 갈 때 줄자와 손전등을 챙깁니다. 돈은 책상 위 엑셀에서 벌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하실 냄새와 계단 벽 얼룩에서 지켜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