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경매를 좇다가 숫자에서 멈췄다

입찰장에서 재개발 구역 빌라를 들여다보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새 아파트 받을 물건인데 왜 이렇게 싸죠?” 십 년 넘게 경매 물건을 보면서 배운 건,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는 입찰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낡은 집을 사는 거래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조합원 자격, 분양신청 이력, 앞으로 낼 돈까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낙찰받으면 새 아파트도 따라올까
재개발재건축 물건에서 등기부가 깨끗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해당 주소가 정비구역에 들어가는지, 사업이 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 중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한다. 구역 경계에 걸친 물건이나 인근 구역이라는 말만 붙은 물건도 있다. 이름이 비슷한 사업장 자료를 잘못 가져오면 첫 단추부터 틀어진다.
그다음은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느냐’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취득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다. 경매라고 모두 예외는 아니다. 시행령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일정한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나 공매가 된 경우 등이 예외로 규정돼 있다. 채권자가 누구인지, 어떤 채무로 경매가 시작됐는지를 사건기록과 조합 확인 없이 짐작해서는 안 된다.
분양신청도 따로 확인한다. 소유자가 신청 기간에 신청하지 않았거나 철회했다면 새 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손실보상 절차가 문제 될 수 있다. 나는 조합에 해당 물건의 조합원 자격, 분양신청 여부, 분양대상자 여부를 각각 묻고 확인 가능한 문서를 요청한다. 전화로 들은 “아마 될 겁니다”는 입찰 보증금을 지켜주지 못한다.
싼 낙찰가 뒤에 붙는 돈
가상의 숫자로 계산해보자. 낙찰가가 3억 원이고 예상 추가분담금이 2억 원이면 벌써 5억 원이다. 여기에 취득 관련 세금, 등기 비용, 명도 비용, 대출이자, 보유 기간의 세금과 생활비 부담이 붙는다. 공사비나 사업계획이 바뀌면 분담금과 입주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감정가가 4억 원이었다는 사실은 이 비용을 대신 계산해주지 않는다.
특히 권리가액과 낙찰가를 섞어 말하는 설명을 조심한다. 권리가액은 보통 종전자산 평가액과 비례율을 바탕으로 사업 안에서 계산되는 값이다. 내가 경매에서 더 비싸게 샀다고 조합이 그만큼을 인정해주는 구조가 아니다. 입찰가 3억 원에 권리가액이 2억 원이라고 해서 차액 1억 원을 나중에 돌려받는 것도 아니다. 조합이 통지한 종전자산 가격, 분양예정 자산의 추산액, 분담금 추산액과 이후 변경 자료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경락잔금대출도 입찰 전에 확인한다. 일반 주택 담보대출처럼 생각했다가 사업 단계나 권리 상태 때문에 예상보다 적게 나오는 일이 있다. 상담할 때는 사건번호와 물건 주소, 점유 상태, 정비사업 단계를 전달하고 대출 가능액과 실행 시점을 확인한다.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보다 잔금일에 실제로 얼마를 마련해야 하는지가 먼저다.
현장에 가면 서류의 빈칸이 보인다
법원 서류에서는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먼저 읽는다. 등기부의 말소기준권리와 인수 가능 권리, 임차인의 전입·확정일자·배당요구 여부도 대조한다. 감정평가서 사진이 오래됐다면 현재 건물 상태와 점유 상황은 현장에서 다시 봐야 한다. 점유자가 누구인지 불명확하면 명도 기간과 비용을 보수적으로 잡는다. 정비사업 물건이라고 명도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는 조합 사무실이나 관할 지자체 자료도 확인한다. 이주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철거 예정 시점이 바뀌었는지, 최근 총회에서 사업비 변경이 논의됐는지 살핀다. 중개업소 한 곳의 호가만 듣고 예상 신축 시세를 적지 않는다. 주변 신축 아파트의 실제 거래, 면적과 층, 입주 시기 차이를 함께 비교한다. 아직 없는 아파트의 가격은 확정 수익이 아니라 가정이다.
입찰표에 숫자를 쓰기 전 멈추는 기준
내 계산표에는 낙찰가만 들어가지 않는다. 추가분담금, 세금, 이자, 명도 비용과 예상 지연 기간을 넣고, 입주 시점이 늦어지거나 분담금이 늘어나는 경우도 다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예상 분담금 2억 원이 2억 5천만 원으로 늘고 일정이 1년 밀렸을 때 버틸 현금이 없다면, 처음 계산한 수익률은 의미가 없다.
조합원 자격이나 분양대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물건은 숫자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입찰을 건너뛴다. 법원 경매정보와 등기 자료, 조합의 공식 문서, 관할 지자체의 인가·고시를 서로 맞춰보는 데 시간이 들지만, 낙찰 후 되돌리는 비용보다 훨씬 작다. 경매장에서 아쉬운 물건은 다시 만난다. 확인하지 않은 권리 때문에 묶인 돈은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