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취득세를 빼고 입찰가를 썼다가 놀란 날

법원 입찰장에서 낙찰가를 듣고도 표정이 굳는 분을 봅니다. 시세보다 싸게 샀다는 계산은 했는데, 아파트취득세를 잔금표에 넣지 않은 겁니다. 경매는 낙찰되는 순간 끝나는 거래가 아닙니다. 잔금을 내고 세금까지 치를 현금이 있어야 내 물건이 됩니다.
낙찰가에 세율만 곱하면 될까
지방세법상 주택을 유상으로 취득할 때 기본 취득세율은 취득 당시 가액이 6억 원 이하면 1%, 6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면 계산식에 따른 1~3%, 9억 원을 넘으면 3%입니다. 6억 원을 조금 넘었다고 곧장 2%가 붙는 식은 아닙니다. 다만 이 숫자는 다주택자 중과나 감면을 적용하기 전의 취득세율입니다.
예를 들어 5억 8천만 원에 낙찰받고 그 금액이 과세표준이며 기본세율 1%가 적용된다면 취득세는 580만 원입니다. 6억 3천만 원이면 해당 구간의 계산식으로 세율이 1.2%가 되어 취득세가 756만 원입니다. 입찰가를 5천만 원 높였는데 취득세 차이도 176만 원 생긴 셈이죠. 이 계산에는 지방교육세와 해당할 경우의 농어촌특별세를 넣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확인할 게 있습니다. 경매 물건의 세금이 언제나 ‘낙찰가 × 세율’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지방세법은 유상 취득 때 물건을 얻기 위해 지급한 일정 비용까지 사실상 취득가격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인수하는 채무나 별도로 부담하는 비용이 얽힌 물건이라면 매각대금납부영수증만 보고 과세표준을 단정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같은 아파트인데 세금이 달라진 이유
입찰 전에 가장 자주 놓치는 건 내 세대의 주택 수입니다. 지방세법상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취득이나 조정대상지역 밖의 3주택 취득에는 원칙적으로 8% 중과세율이 적용됩니다. 조정대상지역의 3주택 이상, 그 밖의 지역의 4주택 이상, 법인의 주택 취득은 원칙적으로 12%입니다. 일시적 2주택이나 중과 제외 주택처럼 예외가 있으니 숫자만 세고 확정할 일도 아닙니다.
앞의 5억 8천만 원 아파트에 기본세율 1%가 적용되면 취득세는 580만 원이지만, 8% 중과 대상이면 4,640만 원입니다. 차이가 4,060만 원입니다. 이 정도면 입찰가를 몇 번 고쳐 쓰게 됩니다. 실제로 저는 물건이 마음에 들어도 등기부보다 먼저 가족의 보유 주택과 취득 시점, 물건 소재지의 규제지역 여부를 다시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싸 보이는 물건도 세금을 넣으면 가격이 달라지니까요.
분양권과 입주권, 주택 지분 등도 주택 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정한 주택은 중과 판단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적용받았던 규칙을 그대로 가져오면 위험합니다. 입찰일이 아니라 취득 시점에 적용될 규정과 본인 세대의 사실관계를 맞춰 봐야 합니다.
잔금일을 놓치면 세금 일정도 꼬인다
경매에서 제가 달력에 표시하는 날은 낙찰일보다 매각대금을 모두 낸 날입니다.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은 대금을 완납할 때 권리를 취득합니다. 취득세 신고·납부 기한도 원칙적으로 취득일부터 60일 이내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그보다 먼저 진행한다면 등기 신청서를 접수하는 날까지 신고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초보 때는 잔금대출 실행만 끝나면 숨을 돌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취득세와 등기 비용은 대출금으로 전부 해결된다고 가정할 수 없습니다. 은행의 대출 가능액, 자기자금, 잔금 납부일, 세금 납부액을 한 장에 적어 두면 그제야 실제로 필요한 현금이 보입니다. 납부 기한을 넘겨 가산세까지 내는 일은 수익률 계산에서 피할 수 있는 손실입니다.
입찰표 쓰기 전에 제가 남겨두는 숫자
요즘은 입찰가를 정할 때 예상 매도가격에서 낙찰가만 빼지 않습니다.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해당하면 농어촌특별세, 등기 비용, 대출 이자, 체납 관리비 중 인수 가능액, 수리비와 명도 비용까지 각각 적습니다. 점유자가 있는 집은 인도 시점이 밀릴 수도 있으니 이자와 보유 비용에 여유를 둡니다. ‘낙찰가가 싸다’는 말보다 ‘모든 비용을 내고도 남는가’가 훨씬 쓸모 있습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감면도 무조건 세금이 없어지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본인과 배우자의 과거 주택 소유 여부, 실제 거주 목적, 취득가액과 주택 유형 등 조건을 확인해야 하고, 감면 후 의무를 어기면 추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매 물건에 임차인이 계속 살고 있다면 거주 계획을 낙관해서 적지 않습니다. 감면을 빼고도 잔금을 치를 수 있는지 먼저 계산한 뒤, 적용 가능성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아파트취득세는 낙찰받은 뒤 찾아보는 부대비용이 아닙니다. 입찰가를 정하는 숫자입니다. 저는 세금 계산이 애매한 물건이면 입찰표를 쓰기 전에 한 번 더 멈춥니다. 법원에서는 그 몇 분이 아깝지만, 잔금일에 부족한 돈을 구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아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