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매매 계약 직전 발길을 돌린 이유

몇 해 전 상가건물매매를 앞두고 계약금을 넣으려다 발길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중개인은 월세가 꾸준히 나오는 건물이라고 했고, 겉으로 보기에도 빈 점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서와 건축물대장을 맞춰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한 층은 임차인이 곧 나갈 예정이었고, 옥상에 설치된 공간은 대장에 없었습니다. 매매가는 확정돼 있는데 앞으로 들어갈 돈은 아무도 확답하지 못하더군요.
월세 550만 원이라는 말부터 확인했다
당시 검토한 방식대로 숫자를 단순화해 보겠습니다. 매매가 12억 원, 보증금 합계 1억 원, 광고에 적힌 월세는 550만 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연 임대료가 6,600만 원입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펼쳐 보니 3층 월세 100만 원은 이미 퇴거 의사를 밝힌 임차인의 것이었습니다. 새 임차인을 구할 때까지는 실제 월세가 450만 원, 연 5,400만 원인 셈이죠.
여기서 재산세, 보험료, 공용부 전기료, 수선비 등을 연 900만 원으로 잡으면 남는 돈은 4,500만 원입니다. 매매가 12억 원 대비 약 3.75%입니다. 대출 6억 원의 금리가 연 5.5%라면 이자만 연 3,300만 원이고, 대출 원금을 갚기 전 현금흐름은 연 1,200만 원 수준입니다. 취득세와 중개보수, 예상 밖의 공사비는 아직 넣지도 않은 숫자입니다. 월세 광고만 보고 기대한 수익과 꽤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세 총액보다 최근 입금 내역을 먼저 봅니다. 계약서에는 월 150만 원인데 실제로는 몇 달째 100만 원씩만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리비까지 월세로 묶어 말하는 매도인도 있고요. 임차인별 보증금, 월세, 부가가치세, 관리비, 연체액을 따로 적어야 현금이 얼마나 남는지 보입니다.
등기부 한 장으로 임차인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일반 매매라면 건물을 산 뒤 임대인 지위를 이어받는 문제를 봐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임차인은 요건을 갖춘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법 조문에도 건물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매매계약서에 ‘임차인 문제는 매도인이 책임진다’고 써 놓는 것만으로 현장에서 임차인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계약 전에는 각 점포의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변경계약서, 사업자등록 관련 사항, 보증금 수령 내역을 맞춰 봅니다. 점포를 직접 돌며 실제 영업자와 계약서상 임차인이 같은지도 확인합니다. 특히 ‘잔금 치르면 비워 준다’는 말이 나오면 퇴거 합의의 당사자, 날짜, 보증금 반환 재원, 인도 지연 때의 처리 방식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빈 건물로 받을 계획이라면 이 확인이 매매가 협상보다 먼저입니다.
경매로 나온 상가는 한 단계 더 까다롭습니다. 임차인의 점유와 사업자등록 시점, 확정일자, 배당 여부를 권리의 기준이 되는 등기와 나란히 놓고 봐야 합니다. 보증금이 낙찰대금에서 얼마나 배당되고 무엇이 남는지에 따라 실제 부담이 달라집니다. 저는 날짜 하나라도 불명확하면 입찰가부터 적지 않습니다. 임차인에게 돌려줄 돈을 계산에서 빠뜨리면 싸게 낙찰받았다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건축물대장과 현장 사진이 다를 때
상가건물은 건물 밖에서 보는 면적과 공부에 적힌 면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옥상 가설 공간, 주차장 일부를 막아 만든 창고, 허가받은 용도와 다른 영업 공간이 대표적입니다. 사진에는 멀쩡해 보여도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지, 층별 용도와 면적이 현장과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표시가 없더라도 현장과 서류가 다르면 그 이유를 묻습니다.
제가 계약을 멈춘 물건도 옥상 공간이 문제였습니다. 매도인은 오래전부터 써 왔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오래 썼다는 말은 적법하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철거나 원상회복 비용이 들 수 있고, 임차인이 그 공간을 쓰고 있다면 영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공사 견적도 없이 매매가에서 몇백만 원만 깎는 식으로 끝낼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누수 흔적과 배수, 외벽 균열, 승강기 상태도 봅니다. 점포 안만 반듯하게 고쳐 놓은 건물일수록 공용부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저는 비 오는 날 한 번 더 가거나 관리인에게 최근 수리 내역을 묻습니다. 매도인이 내민 사진보다 천장 얼룩 하나가 유지비를 더 솔직하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잔금표에는 세금과 대출 변수까지 넣는다
상가건물매매에서 자금표를 짤 때는 매매대금만 적으면 안 됩니다. 보증금 승계액, 취득세와 등기비용, 중개보수, 수선비,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액을 각각 써야 합니다. 은행이 말한 대출 가능액도 감정평가와 임대차 현황을 거친 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잔금일에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좋은 수익률 계산도 소용없습니다.
부가가치세도 계약 전에 매도인과 맞춰야 할 항목입니다. 토지와 건물의 가격을 어떻게 나누는지, 건물분 부가가치세가 매매대금에 포함됐는지, 임대사업의 포괄양수도 요건을 갖추는지에 따라 잔금 준비액과 신고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은 요건을 갖춘 사업 양도를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지만, 계약서에 ‘포괄양수도’라고 썼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런 부분은 계약 전 세무사와 거래 구조를 확인하고, 계약서에는 세금 부담 주체를 분명히 적습니다.
매도인이 보여 주는 수익률은 대개 건물이 잘 돌아갈 때의 숫자입니다. 저는 한 층이 6개월 비고, 수리비가 한 번 나가도 버틸 수 있는지 다시 계산합니다. 그때도 살 만한 가격이면 협상을 이어갑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생활비까지 흔들리는 거래라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날이 오히려 돈을 번 날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