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세대출 알아보다 집부터 다시 봤다

얼마 전 후배가 전셋집 사진을 보내왔다. 보증금 2억 원짜리 빌라인데 청년 전세대출을 받으면 자기 돈 4천만 원으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사진보다 먼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경매 현장에서 배당표를 보다 보면, 대출이 나왔다는 사실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전혀 다르다는 걸 자주 확인하게 된다.
2억 원짜리 집에 내 돈 4천만 원이면 될까
청년 전세대출이라고 부르는 상품은 여럿이다. 여기서는 주택도시기금의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을 기준으로 보자. 주택도시기금 안내상 기본 대상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무주택 세대주 또는 예비 세대주다.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 원 이하, 순자산 3억 4,500만 원 이하 등의 조건도 있다. 개인 사정에 따른 예외와 실제 심사 결과는 신청 시점에 은행에서 확인해야 한다.
안내된 대출한도는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이면서 최대 1억 5천만 원이다. 그러니 보증금 2억 원의 80%인 1억 6천만 원을 그대로 빌릴 수는 없다. 상품 한도에 걸리면 적어도 5천만 원을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그것도 심사에서 1억 5천만 원이 전부 승인됐을 때 이야기다. 계약금, 중개보수, 이사비와 입주 뒤 쓸 비상금까지 생각하면 통장에 딱 5천만 원만 있어서는 빠듯하다.
금리도 숫자로 바꿔 봐야 감이 온다. 주택도시기금이 안내하는 연 2.2~3.3%를 대출금 1억 5천만 원에 단순 적용하면 월 이자는 약 27만 5천 원에서 41만 2,500원이다. 실제 납부액은 적용 금리와 납부 일수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기간은 기본 2년이고 연장 요건을 충족하면 최장 10년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처음 승인된 조건이 계속 그대로 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은행이 돈을 빌려줘도 집은 따로 확인한다
후배가 고른 빌라에는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보증금만 보지 않는다. 집의 적정 가격, 선순위 채권,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을 함께 놓고 계산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내 방의 계약서만 봐서는 다른 세입자들이 먼저 받을 돈을 알기 어렵다. 건물 전체의 임대차 현황을 확인할 수 없다면 초보자에게는 한발 물러서는 쪽이 낫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보증 심사에서 인정하는 주택가격이 2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안내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일반적인 기준에는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의 합계가 주택가격의 90%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보증금이 1억 7천만 원이고 선순위 채권이 2천만 원이면 합계는 1억 9천만 원이다. 기준 금액인 1억 8천만 원을 넘는다. 이 계산은 위험을 가려 보는 예시일 뿐이다. 실제 인정 가격과 주택 유형별 조건은 보증기관 심사로 확인해야 한다.
또 전세대출에 쓰이는 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목적이 다르다. 전자는 대출 취급을 위한 보증이고, 후자는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상품이다.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으면서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도 별도로 물어야 한다. 대출 승인을 보증금 회수의 안전 판정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계약금 보내기 전후로 확인할 순서
마음에 드는 집이 생기면 우선 건물과 토지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한다. 소유자가 계약 상대방과 같은지, 갑구에 압류나 경매개시결정 같은 권리침해가 있는지, 을구에 근저당권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본다. 건축물대장의 용도와 위반건축물 표시도 확인한다. 빌라라면 주변 실거래 사례를 찾아 호가와 비교하되, 거래가 드문 집의 호가를 곧바로 집값으로 믿지 않는다.
그다음에는 계약하려는 주소와 보증금으로 취급 은행에 대출 가능 여부를 상담한다. 주택도시기금 안내에 따르면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 신청에는 임대차계약 체결과 보증금의 5% 이상 지급이 필요하다. 상담 단계의 예상 한도와 계약 후 심사에서 확정되는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계약서에는 임대인이나 주택의 문제로 대출 또는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질 때 계약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 중개사와 임대인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합의한 문구를 넣는 편이 안전하다.
- 계약 전: 등기, 건축물대장, 시세와 선순위 권리를 확인한다.
- 계약할 때: 소유자와 계좌 명의를 확인하고, 대출 관련 특약을 문서로 남긴다.
- 잔금 전: 등기를 다시 확인해 계약 뒤 새로 설정된 권리가 없는지 본다.
- 입주할 때: 실제로 집을 인도받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챙긴다.
주택도시기금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소득 확인 서류, 확정일자부 임대차계약서, 건물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을 안내한다. 필요한 서류는 직업과 심사 방식에 따라 더 붙을 수 있다. 잔금일에 서류 하나가 빠져 대출 실행이 밀리면 계약 전체가 꼬일 수 있으니, 담당 은행과 일정도 미리 맞춰 두는 게 좋다.
이자보다 무서운 건 보증금을 못 빼는 상황이다
전셋집을 볼 때는 입주 순간만큼 퇴거 순간도 생각해야 한다. 만기에 집주인이 돈을 주지 않는데 새집 잔금일이 잡혀 있으면, 싼 금리로 아낀 돈이 의미 없어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이사하거나 다른 집으로 전입하면 기존 주택에서 확보한 권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반환이 늦어졌다면 짐과 전입을 옮기기 전에 권리 유지 방법부터 확인해야 한다.
후배에게도 결국 대출 계산표보다 그 빌라의 권리관계를 먼저 다시 보자고 했다. 청년 전세대출은 월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내가 감당할 현금이 얼마인지, 그 집에서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들어갈 만한 집이 보인다. 경매장에서 배운 건 늘 그 순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