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뒤 팔아보니 중개수수료율이 수익을 바꿨다

몇 년 전 낙찰받은 아파트의 매도 가격을 잡다가 중개보수에서 계산이 멈춘 적이 있다. 낙찰가와 예상 매도가의 차이만 보고 수익을 적어뒀는데, 막상 팔 때 드는 비용을 빠뜨린 거다. 수익표에 중개보수 100만 원대가 새로 들어가니 숫자가 달라졌다. 경매를 처음 하는 분들도 입찰 전에는 권리분석에 집중하다가 출구에서 나갈 돈은 놓치기 쉽다.
중개수수료율은 계약금액에 무조건 붙는 고정값이 아니다
먼저 이름부터 짚고 가자. 흔히 중개수수료라고 부르지만 법령에서 쓰는 말은 중개보수다. 화면에 보이는 요율은 대개 그 금액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상한요율’이다. 거래금액에 상한요율을 곱한 금액을 반드시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보수는 적용되는 한도 안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 정한다.
주택 매매라면 거래금액 5천만 원 미만은 0.6%에 한도액 25만 원, 5천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은 0.5%에 한도액 80만 원이다. 2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은 0.4%, 9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은 0.5%, 12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은 0.6%, 15억 원 이상은 0.7%가 상한이다. 계약서에 적힌 매매금액 전체에 해당 구간 요율을 곱한다. 구간별 금액을 쪼개 누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4억 3천만 원에 판다면 주택 매매 상한요율은 0.4%다. 계산상 매도인 한쪽의 상한은 172만 원이다. 매수인도 중개를 의뢰했다면 자기 쪽 보수를 별도로 부담한다. 그래서 “양쪽에서 받으니 내 몫은 절반인 86만 원”이라고 계산하면 틀린다. 반대로 중개업소가 매도인에게 양쪽 몫 344만 원을 당연한 금액처럼 청구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경매 낙찰가에 중개보수를 붙여 계산하면 숫자가 꼬인다
입찰장에서 직접 응찰해 낙찰받는 과정은 통상의 매매 중개와 다르다. 내가 법원에 직접 입찰했다면 낙찰가에 일반 매매 중개수수료율을 곱해 ‘매수 중개보수’로 잡을 이유가 없다. 다만 공인중개사에게 법원 경매 매수신청대리를 맡겼다면 별도의 보수 체계와 약정을 확인해야 한다. 이름에 ‘경매 컨설팅’이 들어갔다고 해서 일반 매매 중개보수와 같은 비용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낙찰 뒤 그 집을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도할 때는 이야기가 바뀐다. 가령 3억 8천만 원에 낙찰받은 집을 4억 3천만 원에 판다고 해보자. 겉으로 보이는 차액은 5천만 원이다. 매도 중개보수를 상한인 172만 원으로 지급하면 일단 4,828만 원이 남는다. 여기서 취득 관련 세금, 보유 중 대출이자, 수리비, 명도비, 매도에 따른 세금까지 빠진다. 5천만 원을 순수익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실제 계약에서는 중개업소가 어떤 일을 맡는지도 본다. 점유자 퇴거 일정이 불확실한 집이라면 매수인에게 인도 가능 시점과 집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지, 잔금일을 어떻게 잡을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명도 위험을 감수한 중개업소에 법정 한도를 넘는 보수를 주기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보수와 별도 업무 비용의 성격을 흐리게 적으면 나중에 다투기 쉽다.
월세와 오피스텔은 계산 전에 물건부터 구분한다
임대차는 매매 요율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 주택 임대차의 상한은 거래금액 5천만 원 미만 0.5%에 한도액 20만 원,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0.4%에 한도액 30만 원이다. 이어서 1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 0.3%, 6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 0.4%, 12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 0.5%, 15억 원 이상 0.6%다.
월세는 거래금액부터 환산한다. 보증금에 월차임의 100배를 더하고, 그 결과가 5천만 원 미만이면 월차임의 70배를 더해 다시 계산한다.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70만 원인 주택은 1천만 원에 7천만 원을 더한 8천만 원이 기준이다. 0.4%를 곱하면 32만 원이지만 이 구간의 한도액이 30만 원이어서 상한은 30만 원이다. 계산기를 한 번 두드리고 한도액을 안 보면 2만 원을 더 낼 뻔한다.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쓰니까 주택 요율’이라고 바로 판단하면 위험하다. 전용면적 85㎡ 이하이고 전용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목욕시설 등 법령상 요건을 갖춘 오피스텔은 매매 0.5%, 임대차 0.4%가 상한이다.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오피스텔이나 상가·토지 등은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실제 시설을 먼저 확인해야 계산이 맞는다.
계약서에 적기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한다
나는 매도 의뢰를 할 때 거래금액, 적용 요율, 지급할 금액을 따로 적어본다. “법정 수수료로 주세요”라는 말만 주고받으면 한쪽은 상한을 생각하고 다른 쪽은 협의된 금액을 생각하기 쉽다. 해당 지역의 주택 중개보수 조례와 중개사무소에 게시된 요율표를 확인한 다음, 보수 금액과 지급 시기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및 계약 과정에서 맞춰두는 편이 낫다.
- 매매인지 임대차인지, 주택인지 오피스텔·상가인지 먼저 구분한다.
- 거래금액에 상한요율을 곱한 뒤 한도액이 있는 구간인지 확인한다.
- 협의한 보수, 부가가치세 부과 여부, 지급 시기를 서류에 남긴다.
부가가치세는 중개보수와 별도로 부과될 수 있어 견적을 받을 때 포함 금액인지 확인한다. 중개보수 외에 실비를 요구받았다면 무엇을 확인하거나 보장하는 데 쓴 돈인지, 영수증이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보수율 한 줄만 외우는 것보다 내 계약에서 실제 빠져나갈 금액을 확인하는 일이 훨씬 쓸모 있다.
경매 물건을 볼 때 나는 매도가를 낙관적으로 적기 전에 매도 비용부터 써 넣는다. 낙찰가를 잘 맞혔어도 팔면서 드는 돈을 빼먹으면 입찰가 자체가 높았던 셈이 된다. 중개보수는 거래가 끝날 무렵 보이는 비용이지만, 그 무게는 입찰 전에 재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