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계약금 얼마 보내야 하나 현장에서 배운 이야기

법원 입찰장에서는 보증금 액수를 확인하고 들어가는 분도, 일반 매매 앞에서는 중개사에게 “일단 500만 원만 보내세요”라는 말을 듣고 바로 송금하곤 합니다. 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다시 팔 때도 비슷한 장면을 봅니다. 서두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동산 가계약금 얼마가 적당한지 묻는다면 저는 먼저 그 돈으로 무엇을 약속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가계약금에 정해진 비율은 없다
가계약금은 법으로 정해진 금액이나 비율이 없습니다. 매매대금의 10%라는 이야기는 보통 본계약의 계약금을 정할 때 나오는 관행이지, 가계약금에 적용되는 규칙이 아닙니다. 3억 원짜리 집이라고 무조건 300만 원이나 500만 원을 먼저 보낼 이유는 없어요. 필요한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면 0원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입니다.
저라면 금액을 먼저 제시하지 않습니다. 매도인이 언제까지 다른 사람과 계약하지 않기로 하는지, 그 사이 매수인이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 본계약을 맺지 못하면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부터 맞춥니다. 하루만 기다려 달라는 약속과 일주일 동안 매물을 묶어 달라는 약속은 다릅니다. 그 차이도 적지 않은데 금액만 먼저 정하면 나중에 서로 다른 계약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령 3억 원짜리 아파트에 100만 원을 보내려는 상황이라면, 100만 원이 ‘가벼운 예약금’이라서 안전한 게 아닙니다. 매매가격, 잔금일, 기존 대출 말소, 임차인 인도 문제까지 문자로 확정했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이라도 이미 매매계약이 성립했는지가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큰돈을 보냈어도 중요한 조건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고요. 이름보다 실제로 주고받은 약속이 중요합니다.
500만 원을 보냈는데도 배액을 못 받은 사례
실제 판결 하나가 이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매수인이 3억 2,500만 원짜리 부동산을 놓고 500만 원을 먼저 보냈습니다. 그런데 계약금 지급 방식과 부동산에 설정된 권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합의하지 못해 본계약이 무산됐죠. 매수인은 배액인 1,000만 원을 요구했지만, 2025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은 가계약금 500만 원의 반환을 인정하고 배액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문자 내용과 교섭 경위 등을 보고, 매매계약이 확정된 상태라기보다 조건을 협의하는 단계였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렇다고 ‘가계약금은 언제나 돌려받는다’고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대법원은 매매 목적물과 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 방법까지 합의됐다면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매매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민법의 계약금 포기·배액 상환 규정 역시 성립한 계약과 당사자의 약정, 이행 착수 여부를 따져 적용합니다. “매수인이 취소하면 몰수, 매도인이 취소하면 두 배”라는 중개사의 설명 한마디만 믿고 송금할 일이 아닙니다.
송금 전에는 액수보다 이 문구를 확인한다
현장에서 제일 곤란한 문자는 “가계약금 200만 원 입금 부탁드립니다” 한 줄짜리입니다. 어느 집인지, 누구 계좌인지, 취소하면 어떻게 되는지 남아 있지 않거든요. 최소한 아래 내용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같은 뜻으로 확인한 뒤 송금하는 편이 낫습니다.
- 주소와 동·호수, 매매대금, 본계약 예정일을 적는다.
- 보내는 돈이 본계약 계약금의 일부인지, 일정 기간 교섭을 위한 돈인지 적는다.
- 대출 실행, 기존 근저당 말소, 임차인 퇴거처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조건을 따로 적는다.
- 어떤 경우에 반환하고, 어떤 경우에 포기하거나 배액을 지급할지 적는다.
- 등기상 소유자와 입금 계좌 명의가 맞는지 확인한다. 대리인이 받는다면 권한도 확인한다.
특히 대출이 걱정된다면 “대출 안 나오면 돌려주세요”라는 말만 주고받지 마세요. 필요한 대출액, 확인할 기한, 불승인 때 반환할 금액을 합의하고 그 내용을 남겨야 합니다. 매도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조건은 성립하지 않은 겁니다. 그 상태에서 송금하면 나중에는 기억보다 문자와 계좌 이체 내역이 먼저 나옵니다.
경매에서 배운 습관을 일반 매매에도 쓴다
경매 물건은 입찰 전에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임차인 관계를 들여다봅니다. 일반 매매에서도 돈을 보내기 전 등기부와 점유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은 똑같이 필요합니다. 특히 경매로 취득한 집을 다시 사는 경우라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났는지, 말소할 대출은 얼마인지, 점유자는 언제 나가는지부터 봅니다. 명도가 끝나지 않았는데 ‘잔금일 전에는 비우겠죠’라고 넘기면 가계약금보다 큰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매매가 3억 원, 예상 수리비 1,200만 원이라고 해도 계산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취득세와 중개보수, 대출이자, 보유 기간의 비용, 퇴거 지연 가능성까지 넣어야 내가 감당할 가격이 나옵니다. 숫자가 아직 흔들리는 물건이라면 저는 가계약금을 키워 매물을 붙잡기보다 확인할 시간을 먼저 확보합니다.
부동산 가계약금 얼마라는 질문에 누구에게나 맞는 숫자는 없습니다. 제 돈이라면 반환 조건을 설명할 수 없을 때는 보내지 않겠습니다. 괜찮은 물건을 놓치는 것보다, 약속의 뜻도 모른 채 돈부터 보내고 그 의미를 뒤늦게 다투는 일이 더 아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