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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 특약사항 한 줄 때문에 잔금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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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 특약사항 한 줄 때문에 잔금이 밀렸다

낙찰받은 집을 다시 팔 때, 계약서보다 현관 앞에서 더 오래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매수인은 잔금을 치르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는 기존 점유자가 그날 집을 비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일에 명도한다’고만 적혀 있었죠. 결국 이삿짐을 어디에 둘지, 잔금은 예정대로 보낼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부동산 매매 특약사항에서 날짜 한 줄만 더 구체적으로 썼어도 줄일 수 있었던 다툼입니다.

‘명도한다’보다 누가 언제 무엇을 할지가 중요했다

경매 물건을 낙찰받아 되팔 때는 제가 집을 비웠다고 생각하는 시점과 매수인이 빈집을 인도받았다고 인정하는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점유자가 퇴거했더라도 짐이 남아 있거나 비밀번호를 넘기지 않았다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인도가 끝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점유 관계를 먼저 확인합니다. 누가 살고 있는지, 퇴거 합의가 끝났는지, 잔금일 전에 짐까지 모두 반출할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계약서에는 가령 ‘매도인은 잔금 지급과 동시에 점유자를 퇴거시키고, 남은 동산을 반출한 상태로 출입 수단을 매수인에게 인도한다’는 식으로 적습니다. 이행하지 못할 때 잔금일을 어떻게 조정할지, 그 기간의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도 함께 협의합니다.

여기서 조심할 게 있습니다. 명도가 아직 불확실한데 ‘공실 인도’부터 약속하면 매도인인 저도 위험합니다. 반대로 매수인이 점유를 승계하기로 했다면 임대차계약, 보증금, 월세와 관리비의 귀속을 금액과 날짜로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 있음’ 한 줄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등기부의 근저당은 잔금일 처리 방법까지 적는다

매수인이 제일 불안해하는 순간은 잔금을 보내기 직전입니다. 등기부에 근저당이 남아 있는데 ‘잔금 받으면 말소할게요’라는 말만 들으면 당연히 멈칫합니다. 경매 낙찰 뒤 제가 새로 받은 대출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럴 때는 말소할 권리의 종류와 접수번호를 확인하고, 잔금 중 얼마를 대출 상환에 쓰는지, 누가 상환금을 송금하며, 말소 서류와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어떤 순서로 주고받을지 정합니다. 계약일과 잔금일의 등기사항증명서를 각각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 사이 새 가압류나 근저당이 생기면 문제가 달라지니까요.

‘매도인이 근저당을 말소한다’는 문구만으로는 당일 절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법무사와 금융기관의 처리 시간을 미리 맞추고, 말소가 안 될 때 잔금 지급과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계약 당사자가 합의해야 합니다. 민법에는 저당권 등의 행사로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잃은 경우를 다룬 규정이 있지만, 실제 거래에서 그 상황까지 가고 싶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수와 수리비를 ‘현 상태’ 네 글자로 덮지 않는다

한번은 벽지를 새로 바른 집에서 창가 아래 얼룩이 다시 올라오는 걸 봤습니다. 도배비보다 누수 원인을 찾는 비용이 더 걱정됐습니다. 매수인에게는 언제 발견했고 어디를 손봤는지 먼저 알렸습니다. 특약에는 확인된 위치, 수리 여부, 잔금 전 재발 시 처리 방법을 적는 편이 낫습니다. 예컨대 수리 견적이 120만 원이라면 ‘수리한다’에서 멈추지 않고, 잔금 전 완료와 확인 방법까지 정할 수 있습니다.

‘현 상태대로 매매하며 매도인은 일체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만능처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넓게 쓰지 않습니다. 민법 제584조는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알고 있는 누수나 불법 증축 흔적을 숨긴 채 면책 문구만 넣는 방식은 분쟁을 키웁니다.

매수인도 구두 설명만 듣고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현장에서 본 하자와 매도인의 설명을 계약서나 별도 확인서에 남기고, 사진을 같은 날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수리 범위가 불분명하면 업체 견적을 받은 뒤 가격에 반영할지, 매도인이 고칠지 선택해야 합니다.

대출과 계약금은 불발됐을 때를 먼저 생각한다

매수인이 ‘대출은 될 겁니다’라고 말할 때 저는 한 번 더 묻습니다. 어느 대출을, 언제 신청하고, 얼마가 승인돼야 잔금을 치를 수 있는지 말입니다. 대출 불발 시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조건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신청 기한, 제출 서류, 금융기관의 거절 확인 방법, 매수인 사유로 서류를 내지 않은 경우의 처리까지요. 은행 상담에서 들은 예상 한도와 실제 승인액은 다를 수 있습니다.

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금이 언제나 돌아온다고 믿어서도 안 됩니다. 민법 제565조는 다른 약정이 없는 경우 이행 착수 전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실제 해제 가능 여부는 지급 경과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특약을 쓰면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날짜와 조건을 함께 봅니다.

잔금액만 맞추면 거래가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경매 낙찰가에 취득 관련 세금, 등기비용, 대출이자, 명도비, 수리비를 더해 보면 예상보다 남는 돈이 적을 수 있습니다. 매도 단계에서는 중개보수와 양도 관련 세금도 따져야 하고요. 매수인에게 약속한 수리나 공실 인도 비용까지 포함해 계산해야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습니다.

특약을 많이 적는 것보다 확인한 사실을 정확히 적는 게 중요합니다. 잔금일 현장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꺼내지 않도록,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고 이행이 안 되면 어떻게 할지를 계약 전에 맞춰두는 겁니다. 저는 계약서 마지막 빈칸을 볼 때마다, 그곳에 들어갈 문장보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지부터 다시 묻습니다.

부동산 매매 특약사항 한 줄 때문에 잔금이 밀렸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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