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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빌딩매매 숫자만 믿고 갔다가 멈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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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빌딩매매 숫자만 믿고 갔다가 멈춘 이유

강남에서 빌딩을 보러 다니다 보면 중개인이 먼저 보여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보통 매매가와 월세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두 숫자로 수익률부터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건물 한 바퀴 돌고 임대차 서류를 맞춰 보면, 처음 들은 월세를 그대로 받을 수 없는 물건이 꽤 있습니다. 강남빌딩매매는 주소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빈칸을 채워 넣으면 특히 위험합니다.

월세 3천만 원이라는 말부터 쪼개 봤습니다

매매가 120억 원, 보증금 합계 10억 원, 월세 합계 3천만 원인 빌딩을 가정해 보죠. 월세에 12를 곱하면 연 3억 6천만 원입니다. 여기서 관리·수선·공실에 대비한 비용을 연 6천만 원으로 잡으면 3억 원이 남고, 매매가 대비 수익률은 2.5%입니다. 이 계산만 보면 숫자가 단정해 보입니다.

문제는 월세 3천만 원의 내용입니다. 계약서상 월세인지, 임대료를 깎아준 기간이 끝난 뒤의 금액인지, 관리비나 부가가치세가 섞인 숫자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한 층이 비어 월 500만 원을 못 받으면 연 임대수입은 6천만 원 줄어듭니다. 같은 비용을 가정할 때 남는 돈은 2억 4천만 원, 매매가 대비 2%입니다. 공실을 메우려고 중개수수료나 내부 공사비를 쓰면 첫해 현금흐름은 더 낮아집니다.

보증금 10억 원도 수익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나가면 돌려줘야 할 돈입니다. 매수할 때 매매대금에서 보증금 승계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각 임차인에게 실제로 반환할 금액이 얼마인지 계약서와 입금 내역을 맞춰야 합니다. 저는 월세 총액 한 줄보다 층별 보증금·월세·계약 종료일을 적은 표 한 장을 더 믿습니다.

같은 역세권이어도 땅과 건물은 다릅니다

강남 빌딩을 볼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근처 건물이 얼마에 팔렸다’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상업·업무용 거래를 찾아보는 건 출발점으로 좋습니다. 다만 공개된 거래가격만으로 두 건물이 같은 값어치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대지 면적, 도로에 닿은 폭, 모서리 위치, 건물 연식, 주차 대수, 엘리베이터 유무가 다르면 임차인을 구할 때부터 차이가 납니다.

한 번은 같은 블록에 있다는 말만 듣고 두 건물을 묶어 비교하려다가 현장에서 멈춘 적이 있습니다. 한쪽은 큰길에서 바로 보였고 다른 쪽은 골목 안쪽이었습니다. 지도에서 잰 거리는 짧았지만 저층 상가의 노출은 달랐습니다. 그 뒤로는 거래 사례를 볼 때 대지 기준 가격과 현재 임대수입을 따로 놓고, 건물이 낡았으면 앞으로 들어갈 수선비까지 적습니다.

건축물대장도 현장과 맞춰 봅니다. 옥상에 만든 방, 주차 공간을 막은 시설, 대장상 용도와 다른 임대 형태는 사진만 보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위반 사항이 있으면 시정에 드는 비용과 사용 제한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임대가 잘되고 있다는 설명이 적법한 사용을 보증해 주지는 않습니다.

경매 물건이라면 임차인부터 다시 읽습니다

일반 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내놓은 임대차 자료를 받고 실제 임차인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경매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을 나란히 놓고 점유자와 권리관계를 확인합니다. 서류마다 적힌 사람이 다르거나 보증금이 맞지 않으면 이유를 찾기 전까지 입찰가를 정하지 않습니다.

상가 임차인은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등 대항력 요건이 중요합니다. 확정일자와 배당요구 여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임차인의 권리가 언제 생겼고 어떤 권리보다 앞서는지에 따라 낙찰 뒤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낙찰받으면 임차인이 알아서 나간다’는 말을 믿고 들어가면 명도 기간과 보증금 문제를 뒤늦게 떠안을 수 있습니다. 권리관계가 복잡하면 입찰 전에 해당 서류를 갖고 전문가에게 검토받는 비용이 훨씬 쌉니다.

일반 매매든 경매든 현장 방문은 낮에 한 번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평일 점심과 퇴근 무렵에 가 보면 유동 인구와 건물 출입이 다르게 보입니다. 관리인이나 임차인의 말은 단서로 듣되, 계약서와 공적 장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수익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대출이 붙으면 수익률보다 현금흐름이 먼저입니다

앞의 120억 원 건물에 60억 원을 빌리고 금리를 연 5%로 가정하면 이자만 연 3억 원입니다. 비용을 뺀 임대수입이 연 3억 원이라면 이자 지급 뒤 남는 돈은 없습니다. 원금 상환, 취득할 때 드는 세금과 수수료, 예상 밖의 수선비는 아직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금리와 대출 가능액은 물건·차주·은행 심사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약 전에 실제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입찰가나 매수가를 정할 때는 빈 층 하나와 예상보다 긴 임대 공백을 넣고 다시 계산합니다. 그 숫자로도 잔금과 보유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강남이라는 이름은 좋은 임차인을 만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비어 있는 층의 월세를 대신 내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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