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입찰을 접은 이유

얼마 전 객실 45개짜리 호텔매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중개인이 보여준 예약 화면에는 주말마다 빈방이 거의 없었어요. 로비도 깔끔했고 역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였습니다. 처음엔 가격만 맞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장부와 객실을 확인하고 나서는 입찰을 접었습니다. 호텔은 건물만 사는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객실이 찬다는 말과 돈이 남는다는 말은 다릅니다
호텔을 볼 때 저는 객실 수보다 먼저 월별 매출 자료를 요청합니다. 예약 플랫폼 화면은 특정 날짜의 분위기만 보여줍니다. 지난해 월별 객실 판매 수, 실제 결제액, 취소와 환불, 플랫폼 수수료를 나란히 봐야 비수기가 드러납니다. 매도인이 말하는 ‘평균 객실 단가’가 손님이 실제로 낸 금액인지, 할인 전 표시 가격인지도 확인하고요.
예를 들어 객실 45개를 1년 내내 운영하고, 평균 가동률이 60%, 실제 객실 단가가 7만 5천 원이라면 객실 매출은 약 7억 4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조식이나 주차 매출을 보태기 전에 청소 인건비, 세탁비, 예약 수수료, 전기·가스비부터 빼야 합니다. 직원이 적어 보이는 호텔도 야간 근무와 객실 정비를 외주로 돌리면 비용이 다른 항목에 숨어 있습니다.
제가 본 물건도 매도인 설명에는 연매출이 컸습니다. 그런데 월별 자료를 펼쳐보니 성수기 몇 달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산할 때는 잘된 달의 매출을 12배 하지 않습니다. 가동률이 60%에서 45%로 떨어졌을 때도 대출 이자와 고정 인건비를 낼 수 있는지 다시 적어봅니다. 객실 가격을 더 받으면 된다는 말은 근처 호텔의 실제 판매 가격을 확인한 뒤에야 숫자로 쓸 수 있습니다.
등기부 다음에는 누가 호텔을 운영하는지 봅니다
경매 물건이라면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관계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를 먼저 맞춰봅니다. 그다음 현장에서 실제 운영자를 확인합니다. 건물 소유자가 직접 영업하는지, 운영사에 임대했는지, 객실 일부가 따로 분양됐는지에 따라 인수할 관계가 달라집니다. 호텔 간판이 한 사람 이름으로 걸려 있다고 객실과 시설 전부를 그 사람이 소유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운영사가 임차인인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서의 보증금, 계약 기간, 점유 범위와 사업자등록 관련 자료를 확인합니다. 경매라면 임차인의 대항력과 배당 관계를 사건별로 따져야 합니다. ‘낙찰받으면 운영사는 바로 나가겠지’라는 기대를 입찰가에 넣는 건 위험합니다. 명도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이자는 매달 나갑니다.
일반 매매에서도 소유권 이전과 영업자 지위 승계는 따로 확인할 일입니다. 관광호텔업으로 등록된 곳인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된 곳인지부터 관할 지자체에 확인합니다. 적용되는 절차가 다를 수 있어서 매도인의 설명만 듣고 기존 등록이나 신고를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영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면 계약 전에 승계 가능 여부와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계약 조건에 반영합니다.
현장에서는 엘리베이터보다 기계실을 오래 봅니다
로비 사진은 멋있게 찍힙니다. 누수 자국이나 낡은 배관은 사진 밖에 남고요. 저는 객실을 몇 개만 골라 보지 않고 층과 방향을 바꿔 확인합니다. 끝 객실의 냉난방, 욕실 배수, 창가 결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점검 기록, 소방시설 점검 자료, 보일러와 급탕 설비의 교체 이력도 요청합니다.
시설비는 ‘낡았으니 조금 고치면 된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객실 45개에서 매트리스와 도배에 객실당 200만 원만 들어도 9천만 원입니다. 욕실 방수나 배관 공사가 붙으면 금액도 공사 기간도 달라집니다. 그동안 팔지 못하는 객실의 매출까지 비용에 넣어야 합니다. 저는 견적을 한 장 받아 보고, 공사 범위가 불분명하면 예비비를 별도로 잡습니다.
객실 안 비품도 목록으로 맞춰야 합니다. 침대, 냉장고, 세탁 설비, 예약 관리 장비가 매매 대상인지, 운영사 소유인지, 임대한 물건인지 확인합니다. 경매에서는 건물을 낙찰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놓인 물건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분쟁이 생깁니다. 제가 입찰을 접은 물건도 시설 상태보다 이 부분이 더 걸렸습니다. 운영사와 소유자 사이의 설비 소유 관계가 서류로 분명하지 않았거든요.
매입가는 시작이고 버틸 돈이 더 필요합니다
가령 매입가가 25억 원인 호텔이라면 투자금 계산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취득 관련 세금과 수수료, 시설 보수비, 영업 공백기 운영비를 더해야 합니다. 대출 가능액도 중개인의 예상치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물건별 심사로 확인합니다. 호텔은 매출이 흔들릴 수 있으니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보다, 비수기에 원리금을 낼 현금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세금도 거래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과 토지의 대금 배분, 영업시설과 비품의 거래, 영업 양도 여부에 따라 검토할 항목이 생깁니다. 계약금부터 넣기 전에 계약서와 매출 자료를 들고 세무 전문가에게 거래 구조를 확인받는 편이 싸게 먹힙니다. 매도인이 제시한 수익률에 세금과 공사비가 빠져 있다면 그 수익률은 제 통장에 들어올 돈이 아닙니다.
그날 본 호텔은 위치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운영사와의 관계, 설비 소유 자료, 비수기 현금흐름을 제가 납득할 만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좋은 물건을 놓칠까 봐 마음이 급해지죠. 저는 확인되지 않은 비용을 낮게 잡아야만 성립하는 가격이라면, 그 가격으로는 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