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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매매 계약 직전 도로 한 줄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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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매매 계약 직전 도로 한 줄에 멈춰 섰다

몇 년 전, 가격이 유난히 싼 땅을 보러 갔다가 계약 직전에 발을 뺀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차가 들어갔고, 중개인은 집도 지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적도에는 그 진입로가 다른 사람 땅으로 표시돼 있더군요. 토지매매에서는 눈앞에 길이 있다는 사실과 그 길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다릅니다.

아파트는 같은 단지의 거래 가격이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땅은 옆 필지와 조건이 달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저는 경매 물건을 볼 때도 낙찰가부터 계산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누가, 어떤 용도로, 얼마에 살 수 있을지를 먼저 따집니다. 일반 매매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 보이는 길이 내 땅의 길은 아니었다

그때 본 땅은 약 200평이었습니다. 진입로를 따라 차가 들어갈 수 있었고, 주변에는 주택도 몇 채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집 한 채 짓기 좋은 자리였죠. 하지만 지적도와 토지대장을 대조해 보니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쓰던 길은 인접 필지 소유자의 땅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건축법에는 건축물 대지가 원칙적으로 도로에 2미터 이상 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예외도 있어서 지도만 보고 건축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현장에서 차가 다닌 길이 건축법상 도로인지, 통행에 필요한 권리가 확보돼 있는지도 별개입니다. 저는 관할 시·군·구 건축 담당 부서에 해당 지번으로 문의하고, 사유지를 지나야 한다면 소유자의 동의나 권리 확보 가능성까지 확인합니다.

그 땅은 매도인이 ‘예전부터 다녔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서류로 확인되는 통행 권리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웃과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안 보여도 소유자가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그 불확실성을 떠안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목보다 내가 하려는 일이 가능한지가 중요했다

토지매매 광고에는 ‘계획관리지역’, ‘대지 전환 가능’ 같은 문구가 자주 붙습니다. 그런데 용도지역 이름 하나로 건축이나 개발 가능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는 용도지역 외에도 여러 제한이 표시됩니다. 정부24 안내에 따르면 이 서류는 도시계획 결정사항과 행위 제한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저는 토지e음에서 먼저 열람하고, 계약 전에는 관할 부서에 계획한 용도를 구체적으로 말해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전으로 표시된 300평을 사서 주말에 작은 창고를 놓겠다는 계획이라면, 농지를 취득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대상인지, 시설을 놓으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확인하지 않은 채 ‘주변에도 있으니까’라고 넘기면 곤란합니다. 임야라면 벌목, 형질 변경, 진입로와 경사도 문제가 붙습니다. 평평해 보이는 땅도 배수로를 만들고 옹벽을 세우는 데 예상 밖의 돈이 들어갑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도 계약 전에 확인합니다. 정부24 안내에는 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토지거래계약 허가를 신청한다고 나옵니다. 해당 여부와 절차를 모르고 계약금을 먼저 보내면 일정부터 꼬일 수 있습니다. 저는 목적을 ‘언젠가 개발’처럼 흐리게 잡지 않고, 주택 신축인지 농사인지 임대용 야적장인지 한 문장으로 적어 담당 부서에 묻습니다. 답변을 받을 때는 지번과 계획한 면적, 진입 경로를 함께 전달해야 서로 같은 땅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에 없는 비용이 수익을 깎는다

가격 비교를 할 때 공시지가나 매도 호가만 보면 판단이 쉬워 보입니다. 저는 가까운 지역의 실제 거래를 찾아보되 면적, 도로 접면, 지목, 경사, 이용 제한이 비슷한지부터 맞춰 봅니다. 100평짜리 도로변 대지와 300평짜리 맹지를 평당 가격으로 바로 비교하면 싼 땅이 늘 이깁니다. 팔 때는 그 차이가 다시 가격에 반영됩니다.

숫자를 하나 놓고 보겠습니다. 매입가 1억 원, 주변의 비슷한 조건을 반영한 예상 매도가 1억 3천만 원이라고 해도 차익 3천만 원이 수익은 아닙니다. 취득세와 등기 비용, 중개보수, 보유 중 재산세, 풀 관리와 측량 비용, 대출 이자, 매도 비용과 양도소득세를 빼야 합니다. 진입로를 확보하거나 배수 공사를 해야 한다면 그 돈도 넣어야 하고요. 비용 추정이 어려운 항목은 0원으로 두지 않고 견적을 받아 봅니다.

특히 양도소득세는 보유 기간과 토지의 사용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세청 안내에서도 비사업용 토지를 별도로 다룹니다. 저는 매도 예상 금액을 적을 때 세금까지 대강 넘겨짚지 않습니다. 취득 형태와 이용 계획을 세무 전문가에게 설명하고 계산을 확인합니다. 작은 세율 차이보다 더 무서운 건, 팔릴 시점과 가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일입니다.

계약금 보내기 전에는 이 순서로 확인한다

서류를 많이 떼는 것보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소유자와 근저당권·가압류 같은 권리를 보고, 토지대장·지적도·토지이용계획을 나란히 펼칩니다. 현장에서는 경계로 보이는 담장이나 농로를 서류상의 경계로 믿지 않습니다. 점유하는 사람, 묘지나 적치물, 물이 빠지는 방향, 차가 실제로 드나드는 길도 봅니다. 경계가 거래 판단에 중요하면 지적측량을 검토합니다.

  • 매도인이 등기상 소유자인지, 대리 계약이라면 권한을 확인할 수 있는지 본다.
  • 건축이나 개발이 목적이라면 관할 부서에 지번과 계획을 제시하고 허가 가능성과 필요한 절차를 묻는다.
  • 사유지를 통과해야 한다면 통행에 필요한 권리와 비용을 확인한다.
  • 대출을 쓸 예정이라면 계약 전에 금융기관에 해당 토지의 담보 가능 금액과 조건을 확인한다.
  •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매도인의 말로만 넘기지 말고, 계약서의 조건과 잔금 일정에 어떻게 반영할지 협의한다.

일반 매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습니다. 민법은 매매 같은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 물권 변동에 등기가 필요하다고 규정합니다. 그래서 잔금일에는 권리 변동을 다시 확인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절차까지 챙깁니다. 경매에서는 낙찰 후에 예상 못 한 점유나 권리를 만나곤 했는데, 매매에서는 계약 전에 물어볼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쓰지 않고 싸다는 말만 붙들면, 싼 이유를 잔금 치른 뒤에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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